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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마다 어엿한 이름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맛있고 향긋한 풀들을 싸잡아 '雜(잡)'을 붙여 부르는 게 미안해 나는 어느 때부턴가 그 흔한 풀들을 야초라 호명하고 있다. (가운데줄임) 나는 그 후로 매일같이 야초비빔밥을 먹으면서 산야초 도감을 구해 본격적으로 야초에 대한 공부도 병행했다. 특히 집 가까이 있는 흔한 야초들부터. 이를테면 토끼가 잘 먹어서 그렇게 불리게 된 토끼풀은 두통과 지혈, 감기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줄임)

위 글은 <경향신문> 8월 29일치에 고진하 시인이 쓴 '야초비빔밥'에서 따왔다. '야초비빔밥'이라는 제목이 내 눈을 끌었다. 언뜻 보고는 '야초'라는 게 따로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글을 읽어보면 '야초'란 게 별스런 게 아니라 그냥 '들(野)'에서 저절로 난 '풀(草)'이다. 시인은 저마다 어엿한 이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맛있고 향긋한 풀들을 싸잡아 '잡'이란 앞가지를 붙이는 게 미안해서 어느 때부턴가 '야초라 호명'한다고 했다.

하지만 야초나 야생초보다는 '잡초'가 우리 입에고 귀에 붙은 말이고, '잡초'보다는 '풀'이나 '들풀'이라 해도 될 말이다. '잡초'는 농사꾼 처지에서 보면 돌아서기 무섭게 돋아나 일손을 빼앗는 성가신 풀이고 가치 없는 풀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인이 말하듯 저마다 어엿한 이름이 있는 풀들이다. 넓게 생태계라는 커다란 틀에서 보면 잡초만큼 이 땅을 가치롭게 만드는 게 어디 있을까. 물론 '잡초비빔밥' 하면 썩 입맛이 돌지는 않겠다. 그러면 '들풀비빔밥' 해도 너끈하다.

시인의 말처럼 잡일, 잡담, 잡고기, 잡지, 잡놈, 잡초, 잡곡, 잡종, 잡화, 잡꽃, 잡문, 잡귀, 잡새, 잡념, 잡생각, 잡채, 잡것, 잡상인, 잡음, 잡소리 같은 말에 앞에 붙은 '잡'은 흔하고 촌스럽고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게 뒤섞인 그 '무엇'을 싸잡을 때 쓰는 앞가지다.

하지만 '야초', '야생화', '산야초' 같은 말은 가방끈 긴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이고 나 같은 무지렁이한테야 그냥 풀이고 잡초고 잡풀일 뿐이다. 그게 쉬운 말이다. 늘 다니던 길에 무리지어 흔들려도 죄다 '잡'스런 풀이지만, 눈길을 주고 사랑하면 하나씩 따로 보이는 법. 곁에 쪼그려 앉으면 그때부터 꽃다지, 민들레, 고들빼기, 씀바귀, 쇠비름, 말이 난 김에, '풀들을 싸잡아 '雜(잡)'을 붙여 부르는 게', '야초라 호명하고 있다', '토끼가 잘 먹어서 그렇게 불리게 된 토끼풀은'에서 '부른다'는 말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잡초야, 야초야, 토끼풀아' 하고 부르는 일은 없기 까닭에 '부른다'고 해서 안 된다. '부른다'를 입음꼴로 쓴 '불린다'나 입음꼴을 겹으로 쓴 '불리게 된다'는 써서는 안될 말이다. 이 말은 일본말과 'be called'나 'be named'같은 미국말을 따라 쓰면서 생긴 버릇이다. 그런 까닭에 '풀들을 싸잡아 '雜(잡)'을 붙이는 게', '야초라고 한다', '토끼가 잘 먹는 토끼풀은'처럼 써야 했다. 그렇다고 '엄마가 너를 부른다'거나 '선생님이 영수를 부른다' 같은 말은 잘못이라는 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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