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포스터.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포스터. ⓒ 씨네2000

"내가 폭탄을 가지고 있는데 한강다리를 폭파하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깐 그 폭죽 빨리 터뜨리시라고."

라디오 방송 진행중 걸려온 의문의 전화 한 통. 그 전화의 예고대로 한강다리는 굉음을 내며 폭파된다. 테러범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대통령의 사과. 하지만 테러범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정부·경찰·방송국. 인질이 죽어야 테러가 끝난다? 테러를 끝내기 위해선 인질이 죽어야 한다는데….

자신만의 특별한 이벤트 코너로 이 테러 사건을 받아들인 윤영화(하정우 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이 잃었던 모든 지위를 되찾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함께 일을 하던 스태프들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자신. 자신만이 주인공이고, 자신만을 위한 방송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하는데 그 '속물 근성'이 자신을 갉아먹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윤영화는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했다. '설마 저 사람이 내 뒤통수를 치겠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그것도 공개 방송 중에 말이다. 더 이상 빠져나갈 수조차 없을만큼 단단하게 옥죄어 오는 압박감에 윤영화는 되려 그들에게 묻는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겁니까?"

테러범도, 방송 국장도, 대통령도 대체 왜 내게?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생중계하는 윤영화.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생중계하는 윤영화. ⓒ 씨네2000


저들마다 각각의 이유들이 있었다. 테러범 나름대로 윤영화를 찾았던 이유. 방송국장이 타 방송국에 자료를 넘기면서까지 윤영화를 지목한 이유. 대통령 비서실에서 윤영화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운 이유. 하지만 그 이유들이란 윤영화 자신과는 전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윤영화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이 지목돼 이 모든 일들의 주인공이 된다.

결국 윤영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밖으로 달려나가 아내를 구조할 수도, 이 테러범에게서 더 이상 빠져나갈 수도, 방송국장에게 속아 넘어간 자신을 되돌려 놓을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윤영화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속물의 기질로 시작한 영화, 마무리까지 깔끔

 폭탄의 버튼은 누가 누르게 만든걸까.

폭탄의 버튼은 누가 누르게 만든걸까. ⓒ 씨네2000


97분의 러닝타임은 우리의 시간과 동일하게 흘러간다. 마치 실제 뉴스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설국열차>의 제작비 10분의 1도 채 들지 않았다는 이 영화에서는 감독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느낄 수 있었다. 결벽증 환자처럼 느껴질 정도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김병우 감독. 주위 스태프들의 인터뷰 내용에서 '철저히'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나온 걸 봤을 때 그가 어떤 작업방식을 촬영을 진행해 왔을지 눈에 그려진다.

폭탄이 바로 옆에서 터졌을 때 윤영화의 심리변화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하정우의 탁월한 연기력도 있겠지만 몽롱한 그의 내면까지 표현해내는 연출 부분에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범죄심리학 전문인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그려나간 통화 내용은 싸이코패스가 아닌, 자신의 요구사항만을 들어준다면 테러로 인한 사상자 없이 이 사건을 끝내고 자수하겠다고 했던 피해자 측면의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해냈다.

폭탄의 버튼은 누가 누르게 만든걸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현장 노무직으로 살아가다 결국 죽게 된 그 비참한 삶이? 대통령은 절대 부를 일 없을 거라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려 했던 방송국장이? 지하벙커에 숨어 자신의 안전만을 기하던 대통령이? 결국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는 내면의 허무함이?

그 어느 것 하나도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혹이는 스톡홀롬 증후군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 그 이유다(라고 하지만, 그 하나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김병우 감독은 엔딩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혔다고 한다. 해피엔딩으로 끝을 내야 사람들은 영화를 안정감 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제작진들이 엔딩부분 수정을 요청했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김병우 감독이 선택한 엔딩. 아마 그것이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가장 직설적인 현대 시대비판의 내용을 담은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더 테러 라이브>는 뜨거운 감자가 될만한 몇 가지 소재가 있기에 이 기세를 좀 더 몰아갈 것 같다.

더테러라이브 김병우 감독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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