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세·재정분야 전문가들은 2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내놓은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자료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부가가치세 인상 거론에 앞서 소득세율 인상과 누진 구간 강화가 먼저라는 얘기였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세율 인상 없이 부가가치세 인상을 할 경우 조세제도를 통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간접세 강화는 소득세나 재산세를 강화하고 나서야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 역시 "부가가치세 적용 범위를 늘리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을 손댈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과의 통일을 대비한 세원으로 남겨놔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백 교수는 "손을 댄다고 하면 가능한 것은 소득세"라면서 "소득세를 내는 사람들은 늘리고, 세율은 높이고, 누진구간은 강화하는 게 현 시점에서 가장 합당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정 세금이 부족하면 부가세를 올릴 수는 있지만 그럴려면 조세 형평과 관련된 다른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배려나 고소득층 중과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마련되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놓은 소득세 면제대상 축소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현재 실질적으로 소득세 면제받는 사람들이 전체의 40% 정도인데 이들이 만 원, 2만 원씩 내고 부자들이 면제받는 부분을 줄이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서민들에게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됐던 법인세 과표구간 단순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홍 소장은 "이번 발표 내용 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곳이 법인세 과표구간 단순화"라면서 "세율이 단순화 되면 지금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중소기업은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백 교수 역시 "대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웅기 교수는 "방향은 맞지만 충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쓸 정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인세를 낮추고 소득세를 높이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요즘처럼 경제가 안 좋은 시기에 시도할 수 있는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취득세 인하 논란과 맞물려 화제가 된 종합부동산세 지방세 전환에 대해서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과 법 제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홍헌호 소장은 "종부세는 원래 노무현 정부 때 빈곤한 지자체 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국세로 지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지방세인 취득세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안 그래도 지방 자치단체 세수 부족이 불가피해진 상태"라면서 "종부세가 지방세가 되면 강남구는 몇 배로 세수가 늘고 전남 해남은 세수가 뚝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백웅기 교수는 "종부세는 재산세이기 때문에 납세자가 속해있는 지방에 납세되는 것이 원칙상 적절하다"면서 "종부세의 지방세 전환이 지방 발전에 문제가 된다면 지방에 교부세를 더 배정해주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태그:#종부세, #조세재정연구원, #부가가치세, #소득세, #소득 재분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