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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시 교육의원 김형태입니다. 제가 둘째아이를 자율형사립고(양정고)에 보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계신 듯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대다수 시민들이 저를 민주진보성향의 교육의원으로 알고 있는데, 민주진보진영에서 폐지를 주장하는 자사고(양정고)에 제 둘째아이를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더러는 분노하는 듯합니다. 저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계신데, 결과적으로 실망을 시켜 드려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제가 둘째아이를 양정고에 보낸 데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양천고에서 해직된 것이 2009년 3월입니다. 둘째아이가 중1 때였습니다(저희 부부는 맞벌이였는데, 그 때문에 아이는 오랫동안 어린이집에 다녀야만 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는 것을 무척 지루해 하는 것 같아,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보냈습니다. 중학생이긴 했지만, 사실 초등 6학년의 나이였지요).

아버지가 어느 날 잘 다니던 학교에서 파면되었습니다. 당사자인 저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지만,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더 말할 것이 없었겠지요. 당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들이 편견과 선입관이었습니다.

"파면 당할 만한 일을 했으니까 파면 당했겠지. 설마 아무 일 없는데 학교가 파면까지 시켰겠어?"

사람들에게 일일이 아니라고 가슴 속을 열어 보일 수도 없고, 저와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은 한동안 색안경 쓴 사람들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을 그대로 받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가장 어렸던 둘째아이에게는 이것이 치명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엄청난 혼란과 상처를 받아서인지, 이후 중학교 시절 내내 심하게 사춘기를 앓았고, 정서적으로도 많이 불안해했습니다.

아내와 아이의 선택을 차마 막을 수 없었습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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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 원서를 쓸 무렵, 저는 아이가 일반고에 진학하면 입시교육 위주의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전인교육을 하는 지방 기숙형 기독교 대안학교에 보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긴 하지만, 부모가 책임질 수 있는 데까지 책임지고 돌봐야지 지방에 있는 기숙형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느냐"며 반대했습니다. 둘째아이도 친한 친구들이 모두 양정고에 원서를 냈다며 자기도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양정고는 저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로, 양정고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가 되기 전에 저희 집은 양정고 배정학군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양정고가 자사고가 안 됐으면 몰라도 자사고가 되었는데, 그 학교를 보내면 속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자사고 보내기 위해 양정고 보낸 것처럼 오해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집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다른 학교를 보내면 더 이상하다. 그리고 양정고가 비록 자사고이지만 다른 자사고와 달리 입시위주의 교육보다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아침 0교시, 방과후학교, 야간자율학습도 강제하지 않는다"며 "한 번 원서나 넣어보고, 어차피 추첨이니 합격되면 다니고, 떨어지면 당신 말대로 대안학교 알아보자, 강남도 아니고 좋은 자사고 보내기 위해 양정고에 원서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집 가까운 학교에 보내려다 보니 양정고에 원서를 내는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이렇게까지 말하는, 아내와 아이의 자사고 선택을 끝까지 막지 못했습니다. 제가 해직되면서 무척 많은 아픔과 상처를 가족들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족들에게 늘 죄인 아닌 죄인입니다. 해직시절은 물론이고 교육의원 당선되고도 일이 많다는 이유로 거의 매일 오전 0시 30분 이후에야 퇴근을 합니다.

이유 불문하고 저는 아이와 아내의 양정고 선택을 끝까지 막지 못했습니다. 그에 대한 비난은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나 아이와 아내까지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공인이니, 저에게는 마음껏 돌을 던져도 좋지만, 저희 가족들에게만큼은 돌을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직권 면직 위험 감수하면서, 교육의원직에 충실했습니다

교육의원에 당선되고 지난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아니 미친 듯이 의정활동을 했습니다. 교장, 교육장 출신도 아닌 한낱 해직교사 출신을 교육의원에 당선시켜 준 것이 고마워,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거의 밤샘하듯, 주말과 휴일도 없이 의정활동을 했습니다. 교육비리 척결 등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애썼고, 힘없고 그늘진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대신 이권에 개입하거나, 특권을 이용하여 반칙한 일은 단 하나도 없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요즘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네요.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저도 모르게 이 노래를 읊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제가 힘들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과 영훈학원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저에게 손배소 1억 원을 청구했고, 한 언론은 세 번이나 악의적으로 저를 공격하고, 일부 사학재단과 교총, 공학련은 제가 "겸직하고 있다"며 저를 검찰에 형사고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겸직은 고사하고, 2009년 해직 이후 양천고로부터 10원 한 장 못 받고 있습니다.

물론 2011년 해직소송에서 모두 승소함에 따라 교육의원직을 버리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사익과 공익 가운데 공적인 임무인 교육의원직에 충실하고자 복직유예 신청을 했습니다. 학교측이 복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직권 면직시키겠다고 했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동안 교육의원직에 충실했습니다.

교육의원은 일몰제(2014년 이후 시·도의원이 교육의원을 대신하게 된다)로 재보궐 선거도 치르지 못하는데, 내팽개치듯 놔두고 학교로 돌아갔어야 옳다는 얘기인가요?

오마이뉴스 윤근혁 시민기자에 의하면, 양천고 재단 관계자가 "직권 면직시키려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고, 현재는 복직 유예상태"라고 했다 합니다. 제발 사실만을 가지고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정말 똑똑하지도 잘나지도 않은, 별 볼일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 뒤에 있는 시민 여러분들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의회와 교육의원총회, 그리고 저를 뽑아준 서울시민들이 의원직 내려놓고 학교로 돌아가라면 언제든지 미련 없이 돌아가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태그:#김형태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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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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