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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감사원의 발표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해온 4대강 사업의 명분은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4대강의 세워진 거대한 보는 '운하시설물'이 됐다. 박근혜 정부도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뒤늦게 밝혀진 진실 앞에는 끝까지 그 진실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을 파헤쳐온 세 사람을 만났다. [편집자말]
"4대강 사업을 막지 못한 것에 자괴감을 느꼈다."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사업 재개를 대비해 4대강 사업을 시행했다는 감사원 발표를 봤을 때 솔직히 통쾌함이 느껴졌다. "홍수조절, 수질개선을 위한 사업"이라는 거짓말이 확인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절대 운하가 아니"라고 우기던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상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라 생각했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달랐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이 감사원을 통해서야 밝혀진 것에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었다는 점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혜화동 인근에서 만난 염 사무총장은 때마침 잡혀있던 4대강 사업 관련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온 길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국무총리실 산하에 구성하려는 '4대강 조사위원회'에 구성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감사원의 발표로 4대강 사업의 명분 자체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국무총리실 측은 조사위원회에 사업 찬성인사와 중립인사를 넣겠다고 고집하는 상황이다. 염 사무총장은 "더 이상 정부에 의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민간조사기구를 꾸리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심 6m는 운하 이외 어떤 사업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감사원은 지난 2009년 2월 대통령실이 추후 대운하 사업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해 4대강 사업을 계획했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지난 10일 발표했다. 그 결과 대규모 준설계획이 수립됐고, 16개 보 건설, 수심 6m 확보라는 4대강 사업의 주요 사안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홍수예방, 수질개선 등을 위해 4대강 사업을 실시했다는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다.

염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실제로는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명백한 사기"라며 "운하를 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홍수조절이다, 수질개선이다 아무 명분이나 갖다붙이면서 국민을 기만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좀 더 진실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며 "지금이라도 자기는 운하를 만들고 싶었고 운하를 목적으로 4대강 사업을 했으며 그에 책임을 지겠다고 자백하라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차적으로 한국수자원공사에 배임행위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것을 알면서도 사업을 시행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 역시 시간이 소요되기는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역사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 사무총장은 지난 2010년 6월,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에 세워진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에 올라 4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었던 그는 이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에 선출돼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다음은 염형철 사무총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근혜 정부, 4대강 사업에 동조한 관료들 청산 못하면 역사의 죄인 된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신관 세미나실에서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시민사회 집담회'에 참석해 '통합진보당의 리셋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참석자들과 함께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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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포기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사업 초반에 대운하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후에는 다른 사안에 집중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위한 사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나?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부가 워낙 대운하 사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에 끌려간 면이 있었다. 수심 6m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운하가 아니면 다른 어떤 용도로도 설명할 수가 없다."

- 환경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였지만 결국 감사원 발표에서 밝혀졌다. 감사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환경단체로서 제대로 문제제기를 못했고, 결국 그 사업을 막지 못한 것에 자괴감을 느끼는 날이 됐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합리적으로 국민들이 납득하게 하지 못한 책임을 느꼈다. 우리의 주장은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했고 결국 감사원 발표를 통해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우리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 이번 감사원 발표로 치수와 수질개선을 위한 사업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명분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거짓말을 한 거다. 극단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명백한 사기다. 운하를 운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홍수조절이다, 수질개선이다 아무 명분이나 갖다붙이면서 국민을 기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좀 더 진실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자기는 운하를 만들고 싶었고 운하를 목적으로 4대강 사업을 했으며 그에 책임을 지겠다고 자백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는데, 지금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누가 행복해졌나? 담합을 저지른 건설사들은 행복한가? 온국민을 어렵게 만들고, 예산을 낭비해놓고 역사가 평가할 거라는 것은 도덕적 감수성이 전혀없는 뻔뻔스런 행동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겉으로는 대운하를 포기한 것처럼 말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인이라면 자기의 정치적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을 잡아야 한다. 운하가 신념이라면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설득하려 노력했어야 한다. 거짓말로 자신의 생각을 실현했다는 것은 정치인이 아닌 그냥 인간으로서도 용납하기 어렵다. 거짓말 한 걸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신념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거 같지도 않다. 부정부패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운하병'에 걸린 거다. 이 사업이 어느 누구에게 도움이 됐나? 4대강 사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었나? 땅 파고 댐 만드는 사업이 이윤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사업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떤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볼 수도 없다. 특정 소수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었다."

- 심명필 4대강사업 추진본부장,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 아니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만희 전 환경부 장관 역시 4대강 사업에 동조했다. 그밖에도 여러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관여했다. 이들의 책임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들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유태인 대학살을 집행했던 나치 간부가 자신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자율성과 주체적 판단이 없는 기계다. 시키는 대로 물고 짖는 주구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 때문에 역사가 후퇴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청산해야 할 것은 일제 세력만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도 반드시 청산과 처벌이 필요하다.

위 언급한 사람들뿐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와 이번에 감사결과를 발표한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공정위가 처음 담합을 적발한 게 2010년 2월이다. 그때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감사원도 2010년에 진행한 1차 감사에서 문제점을 충분히 지적하고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었다. 이번에 그냥 넘어가면 결국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메시지가 된다. 이들에 대한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도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공범이 많다... 민간조사위 꾸리겠다"

4대강대책위 '4대강사업이라고 쓰고 대운하라 읽는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사업이 변종 운하라는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전 대통령의 법적, 정지척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 4대강대책위 '4대강사업이라고 쓰고 대운하라 읽는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대강사업이 변종 운하라는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전 대통령의 법적, 정지척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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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박근혜 정부도 감사원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현 정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잘못된 것을 있는 그대로 찾아내 밝히고 그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게 박근혜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로 구성되는 '4대강 조사위원회'에 4대강 사업 찬성인사와 중립인사를 넣겠다고 한다. 찬성 인사들은 오히려 검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중립인사도 진정한 중립이 아니다. 사회가 그 난리가 났는데 침묵했다는 것은 공범으로 봐야 한다. '중립'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사안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4대강 사업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결국 조사위를 그렇게 구성하겠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조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 그렇다면 진상을 밝히는데 당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4대강 사업은 공범이 굉장히 많다. 법원과 검찰도 권력의 눈치를 보며 눈을 감았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유력 정치인으로서 침묵했기 때문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결국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나서서 실체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시민이 나서야 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여론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여론이 존재해야 언론이 보도하고 실체를 밝혀가는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한국수자원공사의 배임행위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것을 알면서도 사업을 시행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다음은 이 사업을 실제로 누가 지시했는지 여부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나는 정말 이 사업을 하고 싶었다, 내가 지시했다'고 말해야 한다. 시간이 소요되기는 하겠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역사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 앞으로 환경운동연합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
"실질적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설령 고소장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피고발인으로 특정할 것이다. 지금은 아니어도 이 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반드시 책임을 지는 날이 있을 거다. 또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밝히는 데 더 이상 정부에 기댈 수 없다고 본다. 별도의 민간조사기구를 꾸리는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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