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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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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은 않겠습니다. 사실은 사실이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입니다. 제 박사논문에 표절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분노한 분이 계시다면 정중하게 사과 드리겠습니다." – 표창원 블로그

표창원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전직 경찰대학 교수에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과 강의까지 하시는 분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이렇게도 모를 수가 있나요?

"반대 진영에 있는 '미운 사람'에게서 일부 실수나 잘못을 찾아내어 흠집내기 하려는 의도"를 가진 이가 제기한 표절 의혹에 대해 이렇게 간단히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건 자칭 보수라는 표창원씨가 할 일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보수 인사들이 표절 의혹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려 드릴 테니까 잘 보고 배우도록 하세요.

"김대중 정부 때였는데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를 좀 했다. (중략)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의 동아일보 인터뷰.

"민주당이 본 후보의 논문을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추악한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으며,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충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문대성 의원(당시 후보) 측 보도자료

어떻습니까? 보수주의자의 기개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허태열 비서실장은 다른 이의 논문 절반가량을 그대로 베끼고도 단순한 '실수'이며,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는 지금도 청와대 비서실장이고요. 문대성 의원은 오탈자까지 그대로 옮겨 '문도리코'라는 별명까지 들으면서도 상대 당의 '추악한 정치공세'로 치부해 버렸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을 탈당하긴 했지만 아직도 국회의원이지요.

표창원씨는 이제 공직자도 아닌데 굳이 불순한 의도를 가진 누리꾼의 의혹 제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나요? 끝까지 아니라고 하든지 아니면 이건 단순한 인용표기의 오류라고 해명하면 충분한 내용이었잖아요. 논문을 통째로 옮긴 것도 복사한 것도 아닌데…. 속으로 '좀 모자란 사람이구만' 하다가 표창원씨의 책 <표창원, 보수의 품격>을 보고 알게 됐어요. 어떤 이유로 비판을 감수하면서 표절에 대해 그리도 쉽게 시인하고 사과할 수 있었는지.

"위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권력으로 치부를 가리는 자, 그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다. 부끄러움을 알고 공익을 위하는 것이 보수다."

그렇군요. 남들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이비 보수와 달리 "당당하고 떳떳한 진정한 보수"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군요. 그게 바로 책 제목 그대로 '보수의 품격'이죠.

"제 과거의 잘못은 인정하고 반성하겠지만, 제가 하고 있고 해야 할 역할이나 주장을 중단하거나 늦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요. 그래야죠. 지금 표창원씨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표창원씨가 하고 싶은 그 역할과 주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표절 건에 대해서는 숨기지 말고, 변명하지 말고, 더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세요.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들고 용서가 될 때까지 내려치세요. 지금 청와대에서, 국회에서 숨어 비웃고 있을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이 결국에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표창원씨의 표절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표절을 시인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보수의 품격은 표창원씨에게 기대를 걸게 만드네요. 솔직하고 당당한 글에 90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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