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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결혼한 지 여덟 달 됐다. 최근 한두 달 사이 '소식'을 원하는 집안 어른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장인어른은 길을 가다 아기들만 보면 그렇게 예쁘더라고, 하나 입양이라도 할까 하는 얘기를 반복하신다. 엄마는 아예 대놓고 "미루고 있는 거 아이제? 하늘이 주실 때 낳아야 된데이!"라고 확인하신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그게 그렇게 쉬운가. 우리는 맞벌이 부분데, 당장 애는 누가 볼 건가!

일을 그만두고 애만 키울 수도 없고, 부모님한테 덜커덕 맡기기도 죄송스럽다. 그래서 '이분'의 기사에 더 눈길이 갔다. 기사에 달린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멋진 할아버지 문운주 기자님 존경합니다"라는 댓글이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이번 주 '찜! e시민기자'의 주인공은 문운주(63) 시민기자. 외손녀 '콩이'와 '콩콩이' 자매를 돌보며 '하부지의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할아버지만 찾던 손녀가 어느새 엄마, 아빠, 할머니만 찾고, 심지어 할아버지보다 택배아저씨가 더 좋다고 말해도, 손녀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손녀들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며 최고의 '내리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문운주 시민기자. 할아버지가 말하는 육아 이야기와 그의 끝나지 않은 '도전' 이야기를 20일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 문운주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기

"주위에선 다 말리지만, 아이 눈 보면 기쁨 넘쳐요"

문운주 시민기자.
 문운주 시민기자.

-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전남 화순 운주사 인근인 도곡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광주로 유학했습니다. 운주사 옆에서 태어나서 이름이 '운주'가 된 건 아닙니다.(웃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지금은 NH농협은행)에서 35년여를 재직했습니다. 주로 고객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전남도청 앞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매일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근무 중 집회에 참석했다가 <연합뉴스> 화보엔가 찍힌 적도 있습니다.

1980년 광주항쟁 때는 상무관의 쌓아 놓은 시신을 보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무안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우리 아이들도 나를 따라서 매일 도청 앞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지금은 사진으로 푸른 길, 무등산 자락, 풍물, 아이 성장, 고향의 모습 등을 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부지의 육아일기'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글쓰기가 사실상 처음이라 잘 안 되네요."

- 2003년에 가입하고 거의 10년 만에 '육아일기'로 기사를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저는 사회라든가 정치 등에 비판적인 시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직 중에도 광주 전남도청 앞 집회에 매일같이 참석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에 관심을 갖고 자주 봐왔습니다. 직접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참여를 하지 못하다가 손녀 하은이를 돌보면서 육아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기왕이면 책으로도 내고 싶었고요. 그러나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 하은이는 아직 '하부지'가 기사 쓰는 걸 모르겠지요? 하은이 엄마나, 다른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네 몰라요. 아내는 관심이 없고 딸(하은이 엄마)은 기사 쓰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 '무언의 격려'를 하는 것 같아요."

- 손녀들과 함께하는 하부지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요즈음은 시간이 조금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종일 '콩이'(하은이)를 보다가 요즘 콩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고 '콩콩이'(하은이 동생)는 제 엄마가 보고 있어요. 한 달 후면 출근하는데, 그때는 제가 콩콩이를 돌봐야되겠지요. 요즘은 아침에는 운동을 하고 사진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손자 본다고 하면 주위에서 다 말린다는데, 손녀들을 본다고 했을 때 친구 분들은 뭐라고 하셨나요? 퇴직하셔서 이제 좀 편하게 쉬고 싶으실 만도 한데, 왜 손녀들을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퇴직하기 전에는 동료들과 '퇴직 후에 해서는 안 되는 3가지'라면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첫째는 자녀들에게 재산 물려주지 않기, 둘째는 아이 돌보지 않기, 셋째는 집 키워가지 않기. 그런데 아이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기쁨이 넘쳐요. 애절하게 쳐다보는 까만 눈동자. 누가 나에게 저런 깊은 애정을 줄 수 있을까요. 그 이상의 행복은 없다고 봐요. 그리고 TV나 주변에서 자꾸 이상하게들 이야기 하지만 개의치 않아요. 저번에도 TV에서 강의하시는 분이 '제발 아기 보지 말고 자신들의 생활을 가지라'고 열변을 토하더라니까요."

"5·18과 무등산, 사진에 담고 싶어... 시 쓰기도 도전할 것"

문운주 시민기자.
 문운주 시민기자.

- 자식보다 손주가 더 예쁘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솔직히 손녀들이 얄미워 보일 때는 없나요?
"정말 자식들 볼 때는 몰랐는데 손주들 보니 더 예뻐요. 그런데 조금 자라니까 자기 엄마 아빠에게 가는 것이 좀 서운해요. 한마디로 할아버지는 순위가 밀리는 거죠."

- 손녀들을 보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리고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보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무섭다고 내 품 안에 달려들 때예요. '아,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장 힘든 순간은 밥을 먹이고 싶은데 안 먹으려고 할 때이지요. 가슴이 아파요."

- 하은이는 하부지랑 뭘 하고 놀면 제일 좋아하나요?
"소꿉놀이를 제일 좋아하죠. 그리고 의사 놀이, 선생님 놀이 등도 좋아해요."

- 몇 년만 지나면 콩이는 하부지의 육아일기를 읽게 될 텐데요,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요?
"'아, 내가 저런 때도 있었네'라고만 하면 대만족이지요.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으니까요."

- 사진이 참 좋습니다. 사진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 같은데, 언제부터 배우신 건가요?
"사진은 어려서부터 좋아했습니다. 전문적으로 배운 지는 한 5년 됐습니다. (사)우리문화예술원에서 사진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문화예술원은 이곳 광주의 원조 풍물놀이 계승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푸른 길 지킴이, 이웃 간 소통을 위한 '통통데이' 운영 등 다양하게 활동하더라고요. 5·18 풍물단도 이끌고 있고요. 저는 그런 활동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요."

- 간간이 사진을 중심으로 한 현장기사도 써주셨습니다. 어떤 현장을 주로 사진에 담고 싶으신가요?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이나 '푸른 길'(철도 폐선 길), 무등산을 사진에 담고 싶어요."

- '시민기자 도전'은 훌륭하게 성공하신 것 같습니다. 혹시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수필이나 시를 쓰고 싶어요. 직장생활 할 때부터 습작은 해왔습니다. 지금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곧 다시 습작을 시작하고 도전할 겁니다."

- 마지막으로 전국의 '하부지'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시죠.
"아이를 돌보면 엔도르핀이 넘쳐요. 아이도 사랑해줄 수 있고 건강한 노후생활도 할 수 있고, 또 자녀들이 마음 놓고 직장생활도 할 수 있잖아요. 출산도 장려할 수 있고요. 그리고 아이들 아니면 누가 노인들한테 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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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찜E시민기자, #시민기자,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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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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