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네게 필요한 건 시간과 경험이야.
 네게 필요한 건 시간과 경험이야.
ⓒ 사진제공 : 사진공간 배다리

관련사진보기


인천 동구 금곡동에 위치한 '사진공간 배다리'에서는 6월 14부터 19일까지 이은사진전 '일상의 여백'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4월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전국에 공모한 '문학과 사진' 수상자 3인의 전시 중 첫번째 전시이다.

글을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인류가 2000년 전 문자를 만든 이후 문자는 곧 기록이었다. 그러나 사진이 발명되면서 기록이라는 역활의 일부분을 사진과 나누게 되었고 글과 사진 두 영역은 기록의 두 축으로 역할을 분담해 왔다.

그러나 사진 이미지는 또다른 형태로서 스스로 보이지 않는 텍스트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역할로 인해 사진이 예술속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사진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지에 숨겨진 텍스트를 읽고 있는 것이 되었다.

이와같이 사진은 말이 없는 이미지로 그 뒤에 숨겨져 있는 텍스트의 도움으로 자신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니 관람자는 숨겨진 텍스트를 찾아 내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사진공간 배다리의 '문학과 사진' 작가 공모는 서로 다른 두가지 매체의 차이점을 통합하고 일치화 하는 작가를 찾는 것이었다. 그로서 새로운 분야의 개척이라고도 할 수 있고 거기에서 공모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자 이은은 그 수상자 중의 한 작가로서 첫번재 전시를 벌이고 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신발장 속에서 살면 되겠네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신발장 속에서 살면 되겠네요
ⓒ 사진제공 : 사진공간 배다리

관련사진보기


작가 이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일상의 여백'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하루키가 세상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젊은 여성의 감성으로 자신의 일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하며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하루키의 소설 '일상의 여백'은 하루키가 미국에서 2년동안 생활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하루키는 이 소설을 통하여 우리가 스스로의 일상을 즐길 줄 아는 행복을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힘들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했다.

바쁜 현대인들은 세상사는 일이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일은 아니다. 지치고 진땀나는 나날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음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경쟁하며 버티어 내는 것도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며 현실이다.  하루키는 이러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위하여 여백이란 넉넉한 여유를 글로써 보여주었다.

    나는 이따금 거짓말을 한다
 나는 이따금 거짓말을 한다
ⓒ 사진제공 : 사진공간 배다리

관련사진보기


작가 이은은 이러한 하루키의 시선을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당시 나는 생활의 침체기였다. 나의 위치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하루하루가 답답하고 예민했다. 외롭고 힘든 상황에서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고 내 주위의 사물과 사건들을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했다."

이은은 아파트 위층에 사는 사람이 베란다에서 이불을 터는 순간 자신은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고 냉장고 뒤의 선이 보이는 것에서 나의 내면의 아픔이 선으로 이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소소한 것들이 모두 친구로 또한 위로로 다가오고 그 순간의 감정을 소중히 여겨 자신의 사진적 시선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맑은 날 혼자 먹는 점심식탁에서 에피소드가 담긴 몇몇 사물을 응시하며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을 떠올리며 느꼈던 감정들. 시간이 정지한 듯한 사소한 순간들을 사진에 담았다.

   전시장에서의 작가 이은 - 이은은 정보문헌을 전공하였다. 이후 중앙대 사진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전시장에서의 작가 이은 - 이은은 정보문헌을 전공하였다. 이후 중앙대 사진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 이상봉

관련사진보기


그가 담아낸 사진들을 보면서 그 순간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나릇한 오수에 잠길 수 있는 감정이입을 느끼어 본다.

그가 작업한 시간들이 순간포착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정지된 순간들이다. 정지된 시간들이 채워지는 일상의 여백들은 아주 단순한 일상의 흔적이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복잡하게 다가선다.

그는 "이 사물들에 무언가 투영하기도 했고 그와 상관없는 순간의 대상들을 떠올려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고 한다. 하나의 사물을 스스로 마음에 담아두며 시간과 연결지은 이런 식의 세상 바라보기는 보통의 시선으로는 꽤나 공상에 빠져 한량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렇치만 그는 사회를 살아가는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시선들 외에 하루키와 같이 삶의 여백을 읽어보기에는 가장 적합한 시도인것 같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바쁜 일과중에 오수를 즐기는 시간적 여유를 찾아 봄직하고, 그 가운데서 생활의 여백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보며 동감을 느끼고 관람자 자신이 또 다른 세계를 이끌어내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에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긴 시간이 흐른 뒤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긴 시간이 흐른 뒤이다
ⓒ 사진제공 : 사진공간 배다리

관련사진보기


사진공간 배다리' 학예연구실장인 이영욱교수는 심사평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텍스트로 일상의 섬세한 사물의 디테일을 포착하였고 평범한 사물이 들어내는 반짝이는 것들을 간결한 프레임으로 마무리했다"고 평했다. 그리고 텍스트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진 이미지로 녹여낸 수작이라 했다.

작가 이은은 대학에서 문헌정보를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 3학년 그는 다양한 문화와 접하게 된다. 미술, 음악 등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진에 집중하게되어 중앙대 사진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성남문화재단 신진작가 공모에 당선된 바 있다

    나는 그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의 동반자이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의 동반자이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 사진제공 : 사진공간 배다리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문학과 사진' 작가 공모는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협조를 받아 문학(시, 소설, 수필, 희곡 등)을
사진으로 표현하거나 기타 두 영역을 접목 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진가를 공모하여 지난 4월 마감하여 수상자로 3명을 선정하였다.

수상자 (가나다 순)
1. 배가브리엘(부산), 에덴의 동쪽 외 (에밀리 브론테 저)
2. 이은(서울), 일상의 여백 (무라카미 하루키)
3. 허남준(서울), 우울과 몽상 (에드가 앨런 포)

3명의 작가는 한 주 간격으로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연속적으로 전시가 된다.

'문학과 사진' 작가 공모 심사위원

● 문계봉(시인)
인천작가회의 부지회장
인천 민예총 편집위원
95. 실천문학 신인문학상

● 유희영
인천재능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 교수
School of Visual Arts NewYork University 졸업
홍익대학교 박사과정

● 이영욱
사진공간 배다리 학예연구실장
전 연변대학 사진과 교수
철학아카데미 강사
상명대 출강
중앙대 박사과정



태그:#사진공간, #배다리, #이은, #일상의 여백, #하루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