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만에 19집을 발매한 가수 조용필이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 인사이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꺄악~" "오빠!!"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무심히 허공을 가리키는 손짓 하나에도, 환호성이 울리는 곳으로 옮기는 눈짓 하나에도 열광적인 함성이 이어졌다.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그 곳은 조용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우주와도 같았다.
10년 만에 19집으로 돌아온 조용필이 31일 전국 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19집 타이틀 곡 '헬로'의 후렴구와 함께 등장한 조용필은 '단발머리'까지 내리 세 곡을 부른 뒤에야 "오랜만에 뵙겠다"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10년 만에 앨범을 내려니 편하게 내려고 했지만 부담도 있더라"고 털어놓은 조용필은 "앨범 이름을 뭘로 할까 하다가 '안녕하세요'가 좋을 것 같아 '헬로'라고 했는데, 막상 앨범을 내니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한다"며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에 리허설을 하며 긴장이 되더라고요. 지난 1년간 공연을 안 해서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오니 편안하네요. 여러분도 편하게 노래 부르고, 춤추고, 소리 지르고, 손뼉도 치고… 놉시다!"
▲ 10년 만에 19집을 발매한 가수 조용필이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 인사이트
▲ 10년 만에 19집을 발매한 가수 조용필이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 인사이트
게스트·쉬는 시간·이벤트 없이…목소리만으로 채운 2시간 30분이날 조용필은 언제나 그랬듯 그 흔한 게스트 없이 오로지 자신의 곡만으로 공연장을 압도했다. 무대 위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가수들의 콘서트에 으레 등장할 법한 특별한 이벤트도, 퍼포먼스도 없었다. 그와 함께 하는 밴드 '위대한 탄생' 멤버들이 돌아가며 독주를 하는 사이 단 한 차례 무대에서 내려가 의상을 갈아입었을 뿐이었다.
대신 데뷔 45년 관록에 빛나는 조용필의 노래만이 공간을 채웠다. '위대한 탄생'의 힘이 넘치는 연주가 조용필의 뒤를 받쳤다. 3층 관객석 전체에 둘러져 있는 아레나 LED와 무대를 둘러싸고 설치된 미디어월은 조용필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에 맞는 효과를 선보이며 노래의 분위기를 돋웠다. 그 중,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울려 퍼지던 공연장 천장에 갈매기 모양의 레이저가 수놓인 것은 인상적이었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조용필이 설치한 '무빙 스테이지' 또한 공연장 안에서 제 몫을 다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멤버들이 딛고 선 무대가 2층과 3층 관객석을 향해 움직이자 관객석도 분주해졌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 조용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도 있었고, 그가 볼세라 야광봉을 힘껏 흔들어대는 이들도 있었다. 목을 놓아 '오빠'를 외치는 이들도 보였다. 관객석의 대부분은 오랫동안 그를 사랑해온 중·장년층의 차지였지만, 이 때만큼은 이들도 나이를 잊은 듯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들었다.
▲ 10년 만에 19집을 발매한 가수 조용필이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 인사이트
공연장을 가득 메운 11000여 명의 열광에 조용필 역시 미소를 띄웠다. 가볍게 스텝을 밟거나, 무대 좌우를 향해 뛰어간 뒤 열창하는 등 열띤 반응을 즐기는 듯했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관객들에게 "크게, 크게, 크게"를 외치며 '떼창'을 유도하고, '친구여'가 나올 때에는 "다 같이 부르겠다. 다 아시죠?"라며 아예 1절을 관객들에게 맡기기도 했다. 수많은 목소리가 '친구여' 1절을 완창해 내자, 조용필의 얼굴에 다시 한 번 미소가 가득 피었다.
"아직도 두세 시간은 더!", 건재한 '조용필 월드'앙코르까지 포함해 총 2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노래를 불렀지만, 이 소우주를 지배하는 조용필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공연 말미 '창밖의 여자' '꿈' '모나리자' '헬로'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는 조용필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편안함'이라는 CF 문구를 연상시킬 정도로 힘이 실려 있었다. "가수의 생명은 음의 밝기가 떨어지면 끝인데, 그걸 안 떨어뜨리려 무지 애를 쓴다"는 조용필의 말에는 과장이 없었다. '조용필 월드'는 건재했다. 이에 더해 이날 공연은 '조용필 월드'가 앞으로도 굳건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드는데 계속 콘서트를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아요. 제 기사에도 이름 옆에 괄호 열고 63이라 쓰여 있고, 어디는 하나 보태 64라고 하고, 심지어는 65까지 봤어요. 섭합니다. (웃음) 그런데 음악은 쉬면 못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연습하고 목을 단련해야죠. 아직도 두세 시간은 더 할 자신이 있습니다."
▲ 10년 만에 19집을 발매한 가수 조용필이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