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줄거리가 들어 있습니다.

영화 <라자르 선생님>  포스터

▲ 영화 <라자르 선생님> 포스터 ⓒ 프리비젼 엔터테인먼트


어찌 이런 일이. 초등학교 5, 6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고 친구를 사귀고, 때론 싸우거나 울기도 하고, 맘껏 꿈과 상상의 날개를 펴기도 하는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직접 목격한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 교실에 그대로 남아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영화 <라자르 선생님>은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관객인 내가 이럴진대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본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날 정도였다.

교장을 포함해 학교 측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교실 벽에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학부모를 모아 놓고 간단한 설명과 함께 상담 교사에게 일임하는 것이 전부다. 아이들이 받았을 충격과 상처에 대해서는 모른 체 한다. 아니,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덮으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후임 담임을 구하기 어려워 난감하던 차에 알제리에서 이민 온 19년 경력의 남자 교사, '라자르' 선생님이 나타난다. 그런데 라자르 선생님은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다른 교사들과는 좀 달랐지만, 특히 전임 선생님의 죽음을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려 한다.

영화 <라자르 선생님>의 한 장면  이 아이의 울음을 함께 울어주려면...

▲ 영화 <라자르 선생님>의 한 장면 이 아이의 울음을 함께 울어주려면... ⓒ 프리비젼 엔터테인먼트


선생님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시몽'과 '알리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듯 보인다. 그러는 가운데 모국 알제리에서 교사였던 아내와 아이들의 죽음, 캐나다로 이민이 아닌 망명을 왔다는 사실 같은 라자르 선생님의 개인사가 하나둘씩 밝혀진다.

선생님 죽음의 원인 제공자라는 오해를 받는 시몽, 아이들은 시몽에게 눈을 흘기고 시몽은 시몽대로 심술을 부려댄다. 그 어떤 교사도 힘든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거나 보듬어주지 않는다. 그저 어른들의 시각으로 정리해버리고, 목소리 큰 몇몇 학부모의 눈치를 볼 뿐이다.

직접적인 원인이야 끝내 밝혀지지 않지만, 우리가 현실에서도 늘 보듯이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이 어디 단 한 가지 이유에서만 오던가. 어린 시몽이 그토록 힘들어 하는데 어른 중 누구도 '네 잘못이 아니야!'란 말을 해주지 못하다니, 얼마나 괴롭고 얼마나 아팠을까.

페인트칠을 새로 했다고는 하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고스란히 껴안고 그 교실에 남겨진 아이들은 소리 내어 이야기하고 싶다. 선생님의 죽음을, 자기들의 아프고 슬픈 마음을. 그러나 어른들은 필요없다고, 괜히 상처만 헤집을 뿐이라고 멋대로 결론을 내려버린다.

영화 <라자르 선생님>의 한 장면  아이들과 함께한 라자르 선생님(뒷줄 맨 오른쪽)

▲ 영화 <라자르 선생님>의 한 장면 아이들과 함께한 라자르 선생님(뒷줄 맨 오른쪽) ⓒ 프리비젼 엔터테인먼트


그러나 다행히 라자르 선생님이 있었다. 망명자인 데다가 교사가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져 학교를 떠나야 하지만, 라자르 선생님은 아이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작은 씨앗을 하나씩 그 어린 가슴에 심어주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라자르 선생님의 말은 시몽은 물론이고 마음이 아픈 아이들 모두에게 가 닿아 상처를 아물게 하고 새 살이 나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상처를 그대로 두면 곪게 마련, 피하고 싶고 저만치 치워놓고 싶어도 마주보는 용기가 남은 날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되기도 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때론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 라자르 선생님이 자신의 뼈아픈 경험에서 길어올린 소중한 처방이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은 마음 속 깊이 자신들을 안아준 라자르 선생님을 어떻게 기억할까.

덧붙이는 글 <라자르 선생님, Monsieur Lazhar (캐나다, 2011)> (감독 : 필리프 팔라도 / 출연 : 모하메드 펠라그, 소피 낼리스, 에밀리언 네론 등)
라자르 선생님 선생님 죽음 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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