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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표지
 <나는 시민기자다> 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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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之者 不如好之者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好之者 不如樂之者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논어의 옹야 편에 나오는 말로 무슨 일이든 좋아해서 이를 즐기면서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어떤 일을 하든 즐기면서 일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다.

이 책 <나는 시민기자다>를 읽어보니 책에 나오는 12명의 생활인이자 시민기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존재한다. 시민기자를 정의해 보라고 하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시민기자는 자신의 전문 영역을 지니고 있는 전문가들이기도 하다. 전업주부, 농부, 교사, 공무원, 연구자, 목사, 교수, 회사원... 이 책에 참여한 시민기자들은 모두 각자 삶의 터전이 있다. 이들은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일을 이어간다. 육아, 자녀 교육 등 일상의 고민거리나 농촌에서의 소박한 삶을 '사는 이야기' 기사로 풀어내고, 색다른 관점의 정치·사회 비평 칼럼으로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진단한다.

그렇다고 직업기자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닌 오히려 직업기자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기자다. 삶의 현장에서 얻은 구체적인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직업기자와 달리 언론기관의 구속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조직의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믿는 바를 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자 시민기자를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는 시민 기자의 매력

시민은 그냥 전문가가 아니라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전문가들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라면 끓이는 비법'을 가지고 있고, 과일과 생선 고르는 '노하우'가 있으며, 아무도 모르는 비경의 여행지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런 경험, 지식, 취향을 나눔으로써 서로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남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다. - 본문 가운데

13년, 7만 명, 54만 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로 2000년에 창간한 오마이뉴스의 역사와 시민기자들 수, 이들 시민기자들이 만들어 낸 기사 꼭지수다. 필자 또한 몇 년 전 회원가입과 동시에 시민기자가 되어 취미인 자전거와 여행에 관한 즐거운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놀랍게도 책에 나오는 저자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새내기 시민기자 시절 부족했던 기사의 객관성 (정확성, 전문성, 완성도 등)이 보완되면서, 자전거 잡지와 하천과 문화를 다룬 잡지에서 원고 청탁을 받아 연재를 하게 되었던 것.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즐겁게 하다 보니 시민기자에서 여행 작가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이런 매력과 놀라운 일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는 신문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 아니다. 이들의 출입처는 삶의 현장이다. 이들의 기사는 오직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몇몇 시민기자들은 글과 기사를 읽고 나서 엄청 친한 사람으로 느껴진 나머지 전화를 걸어 말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글쓰기, 세상을 향한 외침 혹은 내 안의 내게 말 걸기

'한 사람이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징기스 칸이 했다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말이다. 창간 초기 727명이었던 시민기자들이 현재 7만 명이 넘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의 광장은 그래서 '돈이 아닌 행복추구 사회'로의 희망과 열망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시민은 사회 변혁의 직접적인 수혜자이기에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학생만큼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를 잘 아는 사람이 없고, 농민만큼 홀대받는 한국 농업의 현주소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없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만큼 고용불안정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도 없다.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이 시민 기자가 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더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사회와 국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느끼는 분노, 성찰 혹은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려고 하는데 기사가 될 수 있을까?"
"나도 기사를 써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 책은 이런 꿈을 가진 시민들, 즉 예비 시민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기사를 써온 시민기자들의 글쓰기 노하우와 경험담을 모았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꿨던 열두 명의 시민기자들이 책 속에서 공통으로 한 조언가운데 하나를 인용해본다.

좋은 생각, 좋은 글감이 떠오른 다음에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먼저 무엇이든 쓰기 시작하세요. 그리하면 좋은 생각이 그 뒤를 따르는 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나는 시민기자다>(김혜원 외 11명 지음 I 오마이북 펴냄 | 2013. 4. | 1만5000원)



나는 시민기자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2명의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김혜원 외 11명 지음, 오마이북(2013)


태그:#시민기자, #나는 시민기자다 , #오마이뉴스 ,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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