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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만 해도 서울도심 내에서도 유료 공중화장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 입구에 관리인이 상주하는 가운데 사람들에게 이용료를 직접 받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만 해도 개별 건물에서 화장실을 외부인에게 개방한다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고 볼일을 보고자 한다면 시내 곳곳에 있는 유료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회 이용 요금은 기억을 더듬어 보니 10원 정도 받지 않았나 합니다.

 순천 역전시장의 유료화장실 입니다. 사용료는 100원.
 순천 역전시장의 유료화장실 입니다. 사용료는 100원.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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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제 기억 속에 아스라니 남아 있는 유료화장실의 추억을 새삼스럽게 꺼내보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8일 방문한 전남 순천의 한 재래시장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여전히 돈을 내야 이용할 수 있는 '유료화장실'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십수 년 전의 유료화장실과 차이가 난다면 화장실 입구에 상주하면서 돈을 받던 관리인은 사라지고 무인으로 유지되고 있고 무척이나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입구에 놓여 있는 동전함에 100원짜리 동전을 놓고 이용하는데 요금을 받는 이유는 시설 보수 유지를 위해서라는 친절한 안내(?) 팻말이 걸려있는 게 눈에 띕니다.

 역전시장내 백반집에서 마주한 상 차림입니다. 가격은 4천원. 가격은 싸지만 나오는 반찬 만큼은 고급 한정식 못지 않습니다. 장대 조림에 칠게 조림...
 역전시장내 백반집에서 마주한 상 차림입니다. 가격은 4천원. 가격은 싸지만 나오는 반찬 만큼은 고급 한정식 못지 않습니다. 장대 조림에 칠게 조림...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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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장 칠게는 껍질도 같이 먹을 수 있다는게 특징입니다. 오도독 오오독 씹는 맛이 제법 입니다.
 간장 칠게는 껍질도 같이 먹을 수 있다는게 특징입니다. 오도독 오오독 씹는 맛이 제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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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를 말린 후 쪄서 양념간장을 끼 얹어서 내놓았습니다.
 장대를 말린 후 쪄서 양념간장을 끼 얹어서 내놓았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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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 각종 산물이 모여드는 소비도시 '순천'

동네 대형마트를 가더라도 아내의 말에 따르면 제 눈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지름신이 강림한다는 거지요. 제 눈이 더 반짝 거릴 때는 재래시장 특히 생선을 파는 시장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순천역 앞에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알리는 상징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순천역 앞에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알리는 상징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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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갑오징어라… 살짝 데친 후 미나리 쏭쏭 썰어 넣고 초장에 무쳐 먹으면 일미렷다! 음~준치라! 썩어도 준치라고 할 만큼 맛이 좋은 생선이렷다! 어라! 한 겨울이 지났는데도 아직 먹음직한 참꼬막이 있네 그래. 음 이번에 덕자 병어네….'

시장을 둘러보는 가운데 제 눈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면서 입 안에서는 벌써부터 침이 가득합니다. 그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거의 정신 줄을 놓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지난 8일 순천 역전시장을 둘러보는 가운데 생긴 일입니다.

 순천 역전시장 생선 상인들이 몰려 있는 골목길의 풍경 입니다.
 순천 역전시장 생선 상인들이 몰려 있는 골목길의 풍경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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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역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순천 역전시장'. 그 한가운데에는 지난 1979년 지어졌다는 낡은 복합상가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순천은 별다른 산업이 없지만 여수 고흥 광양권 중심에서 소비도시로서 나름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건 바로 교통의 요지라는 지리적 이점과 함께 교육도시로서 명성을 간직함으로써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리적 이점 때문에 바다와 산에서 나는 모든 산물이 순천으로 몰려든다는 거지요. 실제 광양권의 경우 광양제철에 크게 의지하는데 이곳과는 10여분 남짓의 거리, 여수는 30여분 남짓의 거리 여수공항은 20분 남짓의 거리를 두고 있기에 지리적으로 요충지라 할 것 같습니다. 

순천에는 매월 2일과 7일 열린다는 아랫장으로 불리는 남부시장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여기에 윗장으로 불리는 북부시장, 매일 장이 열리는 중앙시장이 있다고 합니다. 이날 제가 발걸음을 옮긴 순천 역전시장은 주 고객이 식당상인등으로 새벽에 가장 많은 손님이 몰린다고 해서 '새벽장'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서대회를 썰고 있는 모습입니다. 빨간빛을 띄고 있는게 서대 그리고 옆에 나란히 놓인게 준치 입니다.
 서대회를 썰고 있는 모습입니다. 빨간빛을 띄고 있는게 서대 그리고 옆에 나란히 놓인게 준치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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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발걸음을 옮긴 시간은 오전 9시경이었는데 중소도시의 시장치고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면서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노상에서 각종 생선을 파는 골목이었습니다. 이곳 역전시장에서 각종 생선을 파는 상인들은 대로변 뒤쪽 골목 약 100여 미터를 따라서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갑오징어가 통 속에서 살랑살랑 지느러미를 너풀 거리고 있었습니다.
 갑오징어가 통 속에서 살랑살랑 지느러미를 너풀 거리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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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게는 서해안 꽃게의 1.5배는 되어 보였습니다. 한 쪽에는 숭어가 팔려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꽃게는 서해안 꽃게의 1.5배는 되어 보였습니다. 한 쪽에는 숭어가 팔려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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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선 시장과 달리 이곳에서 가장 이채로웠던 모습은 몇몇 상인들이 부지런히 붉은 빛깔을 띠는 정체불명의 생선을 잘게 썰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름 아닌 '서대'였습니다. 남도 해안지방에서 '서대'는 껍질을 벗겨낸 후 막걸리로 한번 씻어 잡내를 없앤 후 미나리 등 각종 야채를 썰어 넣고 무쳐서 먹는 서대회로 유명합니다.

 구이로 그 맛이 일품인 '군풍생이'도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구이로 그 맛이 일품인 '군풍생이'도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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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게는 망 속에 담긴채 팔려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칠게는 망 속에 담긴채 팔려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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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시장에서는 새벽에 여수로 가서 구입해 온 서대를 먼저 냉동실에서 살짝 얼린 후 껍질을 벗기고는 등뼈 부분을 뺀 나머지 부분을 세꼬시처럼 잘게 썰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상인들은 이렇게 다듬어 놓은 서대를 사다가, 야채만 썰어서 초장에 무쳐 내면 되게끔 잘 다듬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병어는 소위 '덕자'라고 부를 만큼 큼지막하고 선도가 뛰어난 횟감용입니다. 5, 6월 가장 맛이 좋은 생선이 병어인데, '덕자' 병어는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손바닥만한 병어가 아닙니다.

 생물 멸치가 나무상자째로 나와 있었습니다. 선도가 좋은 경우 회무침으로 괜찮은 생선입니다.
 생물 멸치가 나무상자째로 나와 있었습니다. 선도가 좋은 경우 회무침으로 괜찮은 생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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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끝에서 꼬리 끝까지 30cm 넘어야 '덕 덕(德) 자에 놈 자(者)를' 써 '덕자 병어'라고 한다고 합니다. 한자 풀이로 본다면 '덕이 많은 생선'이라는 뜻인데 '살아 있을 때 제 배는 곯아도 죽어서 사람한테는 많은 걸 남기는 생선'이라고 해서 남도쪽 어부들은 큰 병어를 그렇게 '덕자'라 부른다고 합니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 속 생선인 '준치'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선은 썩으면 먹을 수 없는 게 상식임에도 준치만큼은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썩어도 맛이 남아있다는 뜻으로 그렇게 불린다고 합니다.

 시장에 나온 할머니 한 분이 가슴에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꽂은채 포즈를 취해 주셨습니다. 손자가 선물했다고 하는데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습니다.
 시장에 나온 할머니 한 분이 가슴에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꽂은채 포즈를 취해 주셨습니다. 손자가 선물했다고 하는데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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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치는 조림으로 하면 그 부드러운 살이 무척이나 뛰어난 생선입니다. 다만 잔가시가 무척이나 많기 때문에 잘 발라서 먹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생선 조림 가운데 가장 맛이 좋은 게 준치가 아닌가 합니다.

제철을 맞은 갑오징어는 물통 속에서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거리고 있었는가 하면, 생물 상태로 나온 멸치, 껍질째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칠게, 서해안 꽃게의 1.5배는 되어 보이는 알이 꽉 찬 꽃게 등이 제 지갑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울행 KTX를 타면서 한 손에 들린 아이스박스에 담긴 생선은 갑오징어 한 마리(1만 3천 원), 준치 한 마리(1만 3천 원), 서대회 (1만 원), 참꼬막(1만 원), 덕자에는 조금 못 미치는 병어 한 마리(1만 5천 원)가 담겨 있었습니다. 몇 끼는 남도 봄바다 해산물로 식탁이 풍성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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