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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에 당선된 지 3개월, 취임한 지도 벌써 한 달이 훨씬 지났습니다. 아버님이 총탄에 돌아가신 후 33년 만에 다시 찾은 청와대 생활은 어떠신지요? 솔직히 지난 선거에서 저는 대통령님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님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건 몰라도 대통령님이 약속하신 건강보험 문제만은 꼭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드는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닌 듯합니다. 대통령님의 약속인 4대 중증 질환을 100% 국가가 부담하려면 어느정도의 재원이 드는가에 대하여는 잘 모릅니다. 아마도 꽤 많은 국가 예산이 들어가겠지요. 그래서 선뜻 그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어려움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님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정말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대통령님을 찍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4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은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대 중증질환의 100% 국가 보장'의 내용은 크게 보면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 인하와 비급여항목을 급여항목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특히 비급여 항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급병실 차액,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을 급여항목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우리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들 비급여 항목이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1인 병실 쓰고도 건강보험 적용 병실료 낸 사연

대전의 한 병원 병실 모습.
 대전의 한 병원 병실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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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 큰아이는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일본의 한 국립대학교 부속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문제는 아이의 병원 생활이었습니다. 만 6살 된 딸아이가 수술을 받고 1주일 정도 입원해야 했습니다. 아내는 만 3살 된 아들을 돌봐야하기 때문에 병원에는 제가 있기로 했습니다.

사실 일본은 '완전간호제'이기 때문에 사실상 제가 병원에서 아이를 간병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 전신마취를 해야 해서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아이를 엄마도 아빠도 없는 병실에 혼자 둔다는 것이 매우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입원 신청서에 아빠가 밤에 아이와 함께 있을 것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딸 아이가 입원할 곳은 이비인후과 병동이었는데 아이들만의 병실을 따로 배당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럴 경우 밤에 병실에 머무르는 보호자들은 대부분 엄마들이기 때문에 남자인 제가 병실에 머무르는 것이 조금 난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병원에서는 딸 아이를 1인 병실로 배정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딸린 1인 병실을 배정 받은 것은 좋았지만 비급여 대상의 병실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건강보험 적용은 어찌되는가를 문의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걱정 마세요. 병원의 사정으로 1인 병실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병원에서 부담하므로 건강보험 적용 병실과 차액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일은 전에도 있었습니다. 딸 아이가 조금 더 어렸을 무렵 노로바이러스로 탈수증이 발생해 입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병원측에서는 노로바이러스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이유로 아이를 1인 병실에 격리 입원을 하게 했고 당연히 상급병실 차액 부담은 없었습니다.

환자 고통 나몰라라 하고 병원 이익만 챙기는 한국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딸의 입원을 통해 겪은 일본의 상황이 매우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병실과 상급 병실의 차액을 비급여로 하는 것은 일반 건강보험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욱 좋은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에 대하여는 본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라는 뜻이 아닐까요?

즉, 돈이 많은 사람은 본인이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조금 더 쾌적한 병실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그렇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기준병실은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하는 것이 원제도의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병원의 사정으로 기준병실이 부족하거나 전염 등의 우려로 인해 특별히 기준 병실 이상에서 입원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병원이나 건강보험 재정에서 그 비용을 지불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많은 병원들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의 기준 병실보다 비급여 적용 대상의 상급병실만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고통은 나몰라라하고 병원의 이익만 챙기기 급급한 실정입니다. 심지어는 수술을 위해 입원을 할 경우 상급병실을 먼저 이용하고 나중에 기준 병실을 아주 짧은 기간만을 이용케 하는 악덕 경영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상급병실 차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제도를 그대로 두면서도, 기준 병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환자가 아닌 병원 탓이라면 병원이 차액을 부담하고 의료 목적이라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을 이행하는 데는 예산의 확보도 필요없고 법 개정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의 의료수가 고시만 바꾸면 가능한 일입니다.

선택진료? 왜 선택하지 않았는데 비급여인가!

한 병원 진료 모습.
 한 병원 진료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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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실 차액과 함께 환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비급여 항목으로 꼽히는 것이 선택진료제입니다. 실제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의 자료를 보면 암 환자의 비급여 진료비 중에서 선택진료비가 37%, 입원의 경우 31.5%, 외래진료시는 52.8%나 된다고 합니다.

'선택진료제'는 과거 '특진', '지정진료'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제도로, 의료기관에서 특정한 의사를 선택하여 진료를 받는 경우 건강보험에서 정해둔 진료수가 이외의 추가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좋은 제도가 왜 환자나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제도가 되었을까요?

국민권익위원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선택진료제의 문제로 지적된 사항은 ▲특정의사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선택진료를 받게 된 경우 ▲대부분 대학병원의 다수 진료과목이 선택진료의사로만 구성되어 일반의사 선택이 어려운 점 ▲암 등 중증 환자의 비급여 진료비 중 선택진료비가 커지고 있는 문제 ▲선택진료에 대한 구체적 정보제공 및 설명의무 불이행 ▲선택진료비의 '법정비급여' 분류에 따른 비용 과다부담 ▲선택진료비 산정기준의 문제 ▲선택진료신청서 임의변경 등의 문제 등을 꼽았습니다.

문제는 선택진료의사를 환자나 그 가족이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거나 심지어 선택하지 않아도 선택진료로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제2조 내지 제6조에는 선택진료의사자격은 전문의를 받은 후 10년 경과한 의사, 면허취득 후 15년이 경과한 치과의사 및 한의사, 대학병원 또는 대학부속한방병원의 조교수 이상인 의사로서, 선택진료의료기관의 장은 상기요건을 갖춘 재직 의사등의 80% 범위 안에서 추가비용을 징수할 수 있는 선택진료 담당의사를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큰 병원에 일반의사는 20%만 있어도 된다는 말입니다. 또 선택진료의사는 선택진료만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인턴이나 레지던트 등의 수련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의사가 선택진료의사라는 말이 됩니다. 이런 제도에서는 환자나 가족이 의사를 선택할 자유가 없습니다. 그냥 병원에서 지정해 주는 의사를 환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나 가족이 정말 "저 의사가 아니면 안되겠다, 내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는 저 의사 한 분뿐이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어느 특정의사를 선택할 때만 선택진료로 인정하고 이 경우 건강보험 의료수가 외의 금액을 비급여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학병원의 모든 의사가 선택진료의사인 상황에서 모든 환자가 선택진료를 강요당하는 것은 제도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별도 예산 없이 국민 의료비 줄이는 방법

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공약에서 이른바 '줄푸세'를 말씀하셨습니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과 원칙은 세우는 것이 줄푸세이며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황당해 했지만, 전 대통령님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국민의 세금을 줄이고 국민의 생활에 규제가 되는 것은 풀고 법과 제도는 누구에게나 바로 세워야 합니다. 건강문제에 이를 대비하면 의료비는 줄이고 비급여 항목은 급여로 풀고 정해진 제도는 바로 세워야 합니다. 상급병실 차액과 선택진료제만 원래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더라도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골머리 아파하는 예산을 확보할 필요도 없습니다. 매일 반대만 하는 야당과 법개정을 위해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려 제대로만 시행한다면 국가 예산이나 건강보험료의 증가 없이도 충분히 국민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결단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면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행복한 고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태그:#건강보험, #대통령 공약, #선택진료제, #4대 중증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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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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