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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설수에 오른 <김미경 쇼>의 한 대목
 구설수에 오른 <김미경 쇼>의 한 대목
ⓒ tv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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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말로 요즘 잘 나가던 스피치 강사 김미경씨가 위기에 봉착했다. 인문학책 읽는다는 대학생에게 "시건방 떨고 있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킨 뒤, 바로 본인의 석사논문 표절 시비까지 붙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입으로 고공 행진 중이던 김미경씨는 한마디 말로 추락하고 있다. 인문학을 비하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의 날갯짓을 열심히 해봤으나 이번에는 논문표절이라는 거센 바람이 날개를 꺾으려고 하고 있다.

논문표절에 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기에 일단 김미경씨의 '인문학책 읽는 것은 시건방 떠는 짓'이라는 발언부터 찬찬히 따져보자. 문제는 tvN에서 진행 중인 <김미경 쇼>에서 돌출되었다. 어느 대학생에게 무슨 책을 읽느냐고 그녀는 물었고, 그 대학생은 인문학책을 읽는다고 했다. 이에 김미경씨는 "어떤 사람은 자기계발서를 안 읽고 인문학 서적을 읽는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인문학 서적과 치열하게 소통하고 나면 그 내용이 한 방울 지혜로 남는데, 그 지혜가 300페이지 책으로 쓰이면 그게 자기계발서"라고 했다.

'인문학 한 방울론'과 '인문학 시건방론'

이 대목에서 김미경씨는 인문학을 '비하'했다기보다는 인문학에 대해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 한 방울론'이라고 명명할 만한 그녀의 이론은 어떤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인문학책을 잘 읽으면 지혜가 한 방울 나오는데 그렇게 쥐어짠 한 방울의 지혜가 자기계발서에는 책 전체에 스며있다는 논리다. 이 괴상한 논리를 입증하려면 김미경씨는 <언니의 독설>을 쓰게 된 한 방울의 지혜를 어떤 인문학 서적에서 얻었는지 밝혀야 한다.    

이어 그녀는 문제의 발언을 한다. "근데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다고? 웃기고 있다. 시건방 떠는 거다. 우리가 시건방 떠느라고 남의 이야기를 얼마나 안 듣는지 아느냐?" 그녀는 자기가 방금 한 말을 금세 뒤집는다. 그녀의 논리대로라면 한 방울의 지혜를 인문학책을 통해 얻든지 자기계발서를 통해 얻든지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자유 선택의 문제를 가지고 왜 "시건방"을 운운한 것일까.

그다음 말은 더욱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시건방 떠느라고", 타인의 이야기를 "안 듣는" 것은 좋지 못한 태도이다. 그런데 선결 조건이 있다. '인문학책 읽는 것이 시건방 떠는 짓'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 문장은 앞의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감정적 언사로밖에 볼 수 없다. 말하자면 그녀는 '자기계발서를 내고 이렇게 강연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 당신은 왜 인문학책을 읽는다고 말해서 감정을 상하게 하는가?'라고 고백하는 대신 '인문학 한 방울론'과 '인문학 시건방론'을 펼친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김미경씨의 오해

그런데 이 문제의 발언이 유튜브를 타고 일파만파가 되어 '김미경이 인문학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녀는 인문학을 비하한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서의 저자로서, 스피치 강사로서의 위신을 스스로 세우려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지자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해명을 내놓았다. 이 해명이 인문학에 대한 그녀의 오해를 점점 더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흥미롭다.

김미경씨는 "인문학이야말로 제 모든 강의의 원천"이라고 하면서 문제의 핵심은 "인문학 비하가 아니라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인문학적 지식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우러져 나온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 자기계발서"인데 "자기계발서를 인문학책보다 급이 낮은 무엇, 성공에 환장한 이들이나 읽는 약삭빠른 처세술 정도로 보는 시선들이 참 안타까웠다"고 고백한다.

이 트위터 해명 글에 김미경씨가 가진 인문학에 대한 오해가 총망라되어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성공 비결을 묻고, 거기에서 성공하는 법을 알아내서, 성공을 바라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녀의 강의일 텐데 거기에 무슨 인문학적 원천이 필요한 것일까? 자기계발서가 "처세술"과 "성공"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안타깝다고 했는데, 왜 안타깝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김미경씨는 솔직하게 "처세술"과 "성공"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안타깝다고 할 이유가 없다. 그녀 자신이 느끼는 안타까움은 "급이 낮은 무엇"으로 제 일이 인식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에서 기인한다. 만약 그녀가 인문학을 정말로 강의의 원천으로 삼는다면 그런 불쾌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인문학적 정신은 성과나 평가에 초연하기 때문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성내지 않는다.

자기계발과 성공과 처세를 강의하러 다니는 것은 '반인문적'이라고 매도할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비인문적'인 것은 사실이다. 인문학은 성공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세상에는 노래 잘 부르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도 필요하고, 인간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묻는 사람도 필요하다. 급이 낮으니 높으니 논쟁하기보다는 각자의 일을 즐겁게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김미경씨도 이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아니 인문학을 오해하지 말고 자신의 일을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가지려는 사람은 반드시 손에 쥔 것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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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강사입니다. 공저로 <문학으로서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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