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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좋은 하루>
▲ 연극 <좋은 하루> 연극 <좋은 하루>
ⓒ 극단 명작옥수수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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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를 서성거리다 무심코 집어든 리플릿에 끌려 연극 <좋은 하루>를 만났다. 

연극 <좋은 하루>는 지방 소도시의 테마파크 기획팀 직원인 한국 남자와 여행잡지 프리랜서 기자인 일본 여자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홍보팀이 모두 MT를 가게 되어 대타로 나왔다는 기획팀 직원 현우는 취재보다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일본인 취재기자에게 휘둘린다. 알고보니 그 취재기자는 20대 초반 대학시절 교환학생 교류프로그램으로 만나 풋풋한 감정을 갖게 만들었던 유키였다.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옛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너 그 때 나 좋아했지?' 추억을 핑계로 묻고 또 묻지만 대답은 여전히 없다. 14년의 시간이 흘러 마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남자도 여자도 주변을 배회할 뿐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 그렇게 여자와 남자의 관계는 제자리걸음. 결국 유키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테야 그래도 너는 나에게 할 말이 없냐 묻는 유키에게 현우는 '좋은 하루'란 인사말만 건넬 뿐이다. 그 뒤 들려오는 유키의 '사요나라'(헤어질때 하는 인사말). 또 다시 사랑을 놓칠 위기에 처한 현우는 유키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그는 용기낼 수 있을까. 

100명 정도 앉을 수 있을 만한 작은 소극장 통로에서 접이식 의자에 앉아 봐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극은 90분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은 물론 관객 흡입력은 박수를 절로 불러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귀신들이다. 풋풋한 사랑이야기에 귀신이라니 뜬금없지만 연극 <좋은 하루>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감초들이다. 귀신 오타쿠 현우와 함께 하는 귀신 4인조는 음침한 극 중 분위기와는 달리 요소마다 뻔한 스토리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엄청난 존재력을 보여주었다. 가히 연출의 힘이 드러난 부분이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아끼는 사람들과 다시 보러 와야지'라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극 <좋은 하루>는 3월 3일 막공을 끝으로 한달 여 정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관람 후 검색을 해보니 배우의 나름 인지도와 입소문으로 꽤나 소문이 난 작품이었다. 뒤늦게 알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늦게라도 알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이 교차했다.

여러모로 큰 공연에 가려져 작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곳에서도 명품 공연들은 태어나고 자라고 있다. 관객의 무관심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땀과 열정을 쏟는 이들이 존재한다. 라이센스 공연만을 찾는 이들에게는 싼게 비지떡일 수 있으며 나 역시 실망할 때도 많다. 하지만 우연히 잡은 리플릿 한 장을 통해 연극 <좋은 하루>를 만나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것처럼 가능성을 배제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관심 속에서 성장할 우리의 창작극을 기대해 본다.


태그:#연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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