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에 북한 측 요원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지민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에 아이리스 요원으로 출연 중인 배우 지민(본명 김지민, 28)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렇게 치는 것과, 이렇게 치는 것이 달라요."

배우 지민(본명 김지민, 28)이 주먹을 두 번 앞으로 뻗었다. 액션을 글로 배운 듯한 첫 번째 동작과 달리, 두 번째는 주먹 끝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허리춤의 진동으로 느껴졌다. 용인대 태권도학과 출신으로, KBS 드라마 <아이리스2>에서 제이미 역으로 출연 중인 지민은 태권도 합기도 특공무술 검도 경호무술 등 합이 20단인 유단자다.

그가 맡은 제이미는 국가안전국 NSS와 맞서는 아이리스 소속 요원. 지난 1, 2회에서 아이리스 극동책임자 레이(데이비드 맥기니스 분)가 NSS 비밀 감옥과 안가를 습격할 때 함께한 팀원 중 한 명이다. 아직 얼굴을 비춘 장면이 거의 없는 줄 알았는데, 레이 뒤에서 복면을 쓴 채 수류탄도 던지고 총도 쐈단다. 복면을 쓰거나 뒷모습만 나오는 장면이라도 지민은 액션신을 대역에게 맡기지 않는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주먹으로 칠 때 허리까지 움직이는 '몸틀림'이라는 게 있어요. 뒤에서 봐도 달라요. 이연걸 같은 배우는 뒷모습에서도 연기를 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아주 작은 액션이라도 남한테 맡기지 않고 직접 하는 게 마음이 편해요."

  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에 북한 측 요원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지민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민은 영화 <전우치> 화담(백윤식 분)의 제자 '황색한복' 역, OCN <야차> 일본인 무사 가토 역, SBS <무사 백동수> 사도세자 호위무사 마장 역, KBS <각시탈> 안섭 역 등 주로 액션이 필요한 배역을 맡아왔다. ⓒ 이정민


"정태원 대표, '어디서 다람쥐를 데려왔냐'고..."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눈치 챘겠지만, 지민은 <각시탈>에서 양백선생을 보필하며 독립운동을 돕던 안섭 역으로 출연했었다. 발차기 하나를 해도 정의롭게 보이던 독립운동가에서 테러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리스 소속 요원이 됐지만, 제이미로 분한 지민은 "악하게 보이기보다 나름의 정의와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는 느낌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각시탈> 이후, 지민은 <아이리스2>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가 출연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찾아오는 신인만 하루 50명꼴이라고. 이미 모든 캐스팅이 끝난 상황에서 소속사도 없던 지민이 배역을 따낼 수 있었던 건, 그간 찍어둔 무술 영상 덕분이다.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그를 보고 '어디서 다람쥐를 데리고 왔냐'고 감탄했다고 한다.

"발차기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어떤 발차기를 할 건지 감독님께 몇 가지를 보여드려요. P팀(표민수 감독)과 K팀(김태훈 감독) 중 주로 액션을 맡는 김태훈 감독님과 함께 하는데,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시는 편이에요. <각시탈>이 시대극이라 제한이 있었다면, <아이리스2>에서는 세련된 무술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또, 중화기 등의 무기도 쓸 수 있죠."

<아이리스2>에서 또 다른 특혜는 절권도 고수로 알려진 장혁(정유건 역)과 맞붙을 수 있었다는 것. 얼마 전, 일본 로케이션에서는 장혁과 일대일로 싸우는 장면도 촬영하고 돌아왔다. 이 장면은 7부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지민은 "아무래도 운동하는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 보니, 장혁 선배님이 잘 챙겨 주신다"며 "화면 안에서 액션을 어떻게 잘 표현하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에 북한 측 요원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지민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액션만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이연걸이나 성룡보다는 탐 크루즈나 브루스 윌리스처럼 액션도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롤 모델이에요." ⓒ 이정민


작가로도 공부 중, 완성된 시나리오도 2~3편

지민은 5살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으로 중학교 때 합기도와 특공무술, 고등학교 때 주짓수를 배웠다. 체대로 진학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도 공부와 책을 멀리할 수는 없었는데, 이는 시인인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어릴 적에는 집에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시간표가 짜여 있었어요. 그걸 하지 않으면 밥은 없었죠. 하루는 너무 하기 싫어서 책을 안 읽었는데, 어머니가 진짜로 밥을 안 주시더라고요. 결국 그날은 밤에 몰래 거실로 나가서 아버지가 사온 도넛을 먹었어요. 그래서 전 제 또래 남자 아이들이 대부분 봤을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등 만화를 잘 몰라요."

대신 글 쓰는 재주를 얻었다. 지민은 현재 드라마 작가를 포함해 다양한 멤버로 구성된 한 시나리오 팀에서 스토리텔러로 활동하고 있고, 총 10개의 시놉시스를 써 놨다. 그 중 2~3편은 완성 단계에 있다. 주로 머리가 맑아지는 새벽에 글이 잘 써지기 때문에 술도 멀리 한다고. 어릴 적 태권도 시범단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축적된 경험들은 지민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좋은 재료가 되고 있다.

"제 최종 꿈은 영화 제작자예요. 언젠가 제가 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오면, 배우로서의 지민과 작가로서의 지민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선은 배우로서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야겠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는 관객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에 북한 측 요원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지민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가 쓴 시놉시스 10개 중 제가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은 딱 세 편이에요. 제가 출연하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으니까요. 그 작품들을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제작자가 되는 것이 저의 최종 꿈입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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