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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신혼부부가 반드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보험리모델링. 그것도 대부분 보험을 줄이거나 정리하는 축소리모델링이다. 혼자 벌어 쓰던 미혼 시절에는 돈에 여유가 있어 들어두었던 보험이 막상 결혼하고 두 사람이 살림을 합치게 되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신혼부부 집들이에 초대를 받아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보험을 어떻게 해야 하냐며 상담신청을 해왔다.

반드시 신혼부부만 그런 것은 아니다. 보험을 들어놓기는 했는데 내가 가진 보험이 괜찮은 것인지 불필요한 것인지 궁금하고 불안한 사람들도 많다. 아이가 크고 지출규모가 커지면서 저축도 하기 어려워지면 당장 보험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에 기대어 보험리모델링을 해주겠다는 보험설계사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의 말을 다 믿어야 하는지 상담받고 나면 오히려 고민이 더 늘어나기도 한다.

미래를 모르는 데 보험이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어찌 알겠는가? 

보험상담을 하고 있는 장면.
 보험상담을 하고 있는 장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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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험리모델링을 하기 전에 먼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사람들은 보험리모델링이 나에게 불필요한 보험 혹은 좋지 않은 보험을 찾아서 정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예를 들어 암 진단금 5천만 원짜리 보험을 가지고 있다가 이게 너무 과도하다고 해서 2천만 원으로 줄였는데 덜컥 암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리모델링 한 사실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반대로 5천만 원짜리를 계속 유지하다가 만약 암에 안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 보험 괜히 들었다고 후회할 것이다. 즉 미래에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어떤 보험이 필요하고 어떤 보험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다. 위험이 닥치면 보험을 많이 들어놓는 것이 이익이고, 위험이 없다면 보험은 없는 것이 이익이다.

따라서 보험리모델링을 나쁜 보험을 좋은 보험으로 바꾸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보장이 불필요해서 줄이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만약 보험료를 줄이는 리모델링을 한다면 당연히 보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지금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재무적 상황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즉 매달 내는 보험료 부담을 좀 줄이는 대신 위험보장을 덜 받겠다 선택하는 것이 보험리모델링이지, 보험료도 줄이고 보장은 그대로 유지되는 그런 방법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전 칼럼(미리 걱정돼 보험가입, 이미 손해는 시작되었다)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보험은 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위험이 발생할 때만 이익이 되는 금융상품이다. 그리고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만약 보험료를 줄이는 리모델링을 하고자 한다면 그로인해 현재 재무상태가 개선되는 효과는 좋지만, 만약 실제로 병이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정작 보험이 필요할 때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줄어들 것은 각오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 보험리모델링 한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그럼에도 그동안 보험료를 적게 냈으니 무조건 손해만은 아니라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만약 보험료가 늘어나는 리모델링을 했다면 그로인해 현재 재무상태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과 결국에 중도에 해지해서 손해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병이나 사고가 난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보험리모델링은 이 보험이 좋으냐, 나쁘냐, 필요하냐 불필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보험료 지출을 줄여서 지금 당장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보험에 가입하여 사고나 위험이 발생한다면 생길 수도 있는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다.

유지 가능성 판단은 두 사람 소득이 아닌 한 사람 소득으로 잡아야

현재의 이익과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보험리모델링을 위한 의사결정 기준점을 '유지 가능성'에 두면 된다. 유지할 수도 없는 보험에 계속 보험료를 내면 결국에는 손해보고 해지하는 악수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유지할 수 없는 보험이라면 차라리 지금 정리하는 것이 가장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 

유지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먼저 소득기준을 잡아야 한다. 소득기준은 부부 두 사람의 소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보험은 10년 이상 장기납입하는 금융상품이므로 이후 육아 등으로 인해 부인의 소득이 중단되는 것을 고려해야 정확하게 유지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소득기준을 잡고 미래 자녀의 교육비지출까지 고려한 후 과연 그 보험료를 만기까지 낼 여유가 있을지를 판단하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모델링을 하고 나서 후회하고 자책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보험료가 부담되어 결국 해지했다가 암에 걸려 후회할 수도 있다. 계속 유지하다가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중간에 해지해서 원금도 못 찾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순간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절대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은 현실에 맞는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정확하게 판단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지영시민기자의 생활경제 블로그 (http://blog.naver.com/iamljy)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보험, #보험리모델링, #돈관리,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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