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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상품 광고는 어딜 가든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들은 헷갈린다.
 보험 상품 광고는 어딜 가든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들은 헷갈린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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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보험 상품들이 계속 쏟아진다. 소비자들은 헷갈린다.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느낄 만큼 어렵고 복잡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좋은 보험이니 가입해 보라는 권유가 보험 설계사·인터넷·텔레비전 광고·홈쇼핑·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을 괴롭힌다. 이건 정보가 아니라 '공해'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공해는 '이 보험이 좋다는데 또 들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보험 가입의 유혹은 보험을 제대로 알아야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할 까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복잡한 상품 구조가 아니라 간단한 보험의 원리만 정확히 알고 있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보장성 보험, 사고 발생하면 이익 그렇지 않으면 손해

1000명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는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등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1000명 모두 조금씩 돈을 모아 적립을 해놨다가 위험에 닥친 사람을 돕는 게 상호부조다. 내가 사고를 당해 도움을 받으면 이익이 되지만, 아니라면 돈만 내고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니 손해다. 그러나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기에,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대비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호부조의 원리다.

현대의 보험도 상호부조와 원리는 같다. 단지 보험상품 운영을 보험사가 대행하고 있다는 것만 다르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책정하고 사람들을 모집해 돈을 모으고, 사고가 발생한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렇게 보험이라는 상품의 구조상 가입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보험은 만약 위험이 발생하면 이익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금전적으로 따졌을 때 반드시 손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금융 상품인 것이다.

만약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그 돈을 그대로 저축하는 게 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분명 이익이다. 모든 보험이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보험에 가입했다면, 미래에 사고가 나서 내가 위기에 처한다면 분명 큰 이득을 준다. 이런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 현재 우리는 매달 보험료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은 당장 눈앞의 이익과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 중에서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을 선택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위험에 닥쳤을 때 그 손실을 보완해 주는 기능을 가진 게 보험이라면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험이 닥치면 큰돈을 돌려주고, 그렇지 않더라도 낸 돈 모두에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는 그런 착한 상품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보험에 가입할 때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험을 '손해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험을 들면 사고가 나도 이익이지만 보험금을 타지 못해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저축성 보험, 사업비를 고려하자

저축성 보험은 무조건 가입자가 손해 보는 저축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사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하고 난 나머지 돈만 적립되기 때문이다.
 저축성 보험은 무조건 가입자가 손해 보는 저축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사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하고 난 나머지 돈만 적립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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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의 구조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매달 내는 보험료는 크게 ▲ 적립보혐료 ▲ 위험보험료 ▲ 사업비로 구성돼 있다. 저축성 보험이라면 위험보험료의 비중이 없거나 적어지고 적립보험료의 비중이 훨씬 커지게 된다. 교육보험·연금보험 같은 저축성 보험이 만기에 돌려주는 돈은 적립보험료에서 나온 돈이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이 보험은 적금처럼 중간에 돈이 나옵니다'라고 홍보하며 중간에 돈을 찾아 쓸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은 혜택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낸 적립보험료를 꺼내 주는 것에 불과하다.

보험료가 이런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저축성 보험은 무조건 가입자가 손해 보는 저축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사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하고 난 나머지 돈만 적립되기 때문이다. 저축성 보험의 사업비 비율은 10~15% 정도로 10만 원짜리 저축성 보험이라면 한 달에 8만5000원만 저축하는 것이며 이자도 8만5000원에 한해서만 붙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저축성 보험은 7년 정도가 지나야 겨우 원금에 도달하게 된다. 7년 동안 이자 한 푼 받지 못하고 저축을 하는 셈이다.

연금보험·교육보험 등 모든 저축성 보험이 다 같은 원리로 운영된다. 10년 동안 보험료를 냈다고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감사해 하며 뭔가를 더 얹어주진 않는다. 내가 낸 돈 전부가 아니라 사업비를 제하고 난 나머지 돈에 한해 모아놓고 이자를 붙여 만기에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슨 커다란 혜택이나 특혜가 숨어있진 않다. 굳이 장점을 꼽아보자면 장기간 꾸준히 돈을 모았기에 목돈을 쥘 수 있다는 것과 연금보험에 가입해서 오래 사는 경우 정도다.

공포에 취약한 심리를 이용하는 보험 상품

보험사들은 사람들의 이런 공포심리를 이용해 가입을 유도한다.
 보험사들은 사람들의 이런 공포심리를 이용해 가입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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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공포에 취약하다. 불행한 일이나 위험이 내게 닥치면 어쩌나 하는 공포는 실제 사건·사고가 발생할 확률과는 관계없이 뭔가 대비를 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일으킨다. 특히 사고나 질병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갑자기 암으로 선고를 받게 되고 치료비는 계속 들어간다. 가족들의 부담은 점점 더 커져가고 집안 살림은 궁핍해진다. 보험도 하나 들어놓지 않았느냐고 주변에서 타박하지만, 후회한들 이미 소용없다.

텔레비전 광고 또는 직접 목격했던 사례들을 통해 연상되는 이러한 이미지는 공포심을 더욱 극대화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험을 들어놓고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보험사들은 사람들의 이런 공포심리를 이용해 가입을 유도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해야 얻을 수 있는 이익만을 강조해 '보험에 가입하면 무조건 이익'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보험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큰 병에 걸려 병원비가 많이 나오는 상황이거나, 사고를 당해 장애를 안게 됐거나, 갑자기 가장이 사망하는 경우(비록 이런 일들이 발생할 확률이 상당히 낮다고 할지라도) 가정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기에 보험은 필요하다.

그러나 위험 대비는 공짜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의 모든 보험이 현재의 이익을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과 맞바꾸는 것이다. 보험에 가입할 때 이 점을 항상 생각하고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맞는 적절한 보험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비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지영시민기자의 생활경제 블로그 (http://blog.naver.com/iamljy)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보험, #재테크, #저축, #금융, #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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