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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이스 잼잼 3> 겉그림
 <오무라이스 잼잼 3> 겉그림
ⓒ 씨네21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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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김밥, 라면, 샌드위치, 짜장면, 냉면, 돼지국밥, 김치볶음밥, 달걀말이, 순대, 까스활명수, 야쿠르트, 바나나맛 우유, 단무지, 사발면, 귤, 칼국수 등은 대중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이거나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하면서 정이 든 그런 것들이다.  

사실 이런 음식들은 워낙 흔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인지라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해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으며, 어떤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는지 등, 그 속에 깃들인 역사와 나름의 문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 않다. 우리에게 무척 중요하고 고마운 음식들인데 말이다. 우리가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처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인지 알려주는 책도 그다지 많지 않은것 같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겨먹는 것들인만큼 개인마다 이들 음식과 관련된 추억도 나름 있을 터, 그 음식에 숨어 있는 역사나 문화사를 간단하게라도 알고 먹으면 훨씬 좋을 것인데도 말이다.

<오무라이스 잼잼> 시리즈는 생생한 음식 그림과 감칠맛 나는 이야기로 이런 공백을 채워주는 음식만화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우리 주변 음식들에 얽혀있는 것들을 어쩌면 이리 감칠맛 나게 들려줄 수 있을까?'와 같은 감탄을 할 정도로.

최근 나온 <오무라이스 잼잼 3>(씨네21북스 펴냄) 3권 역시 마찬가지의 감동으로 읽었다. 김치볶음과 쫄면, 달걀밥, 돼지국밥, 홍합탕 등 우리들이 즐겨 먹는 일상음식들의 유래(역사)와 그에 얽힌 사연(문화사)들을 감칠맛 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73화와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 더' 등 100여 꼭지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그만큼 많은 음식들을 다룬다는 것. 이중 우선 소개하고 싶은 것은 실수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쫄면에 얽힌 이야기다.

'쫄면의 원조'라는 위엄 있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광신제면(기자 주:인천시 중구 경동 96번지)은 최근에는 주문량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대량생산 설비와 영업사원을 갖춘 대형공장에 맞서 생산량과 수지를 맞추기 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거래하는 가게는 많이 줄었지만, 옛 맛이 그리워 개인적으로 찾아오거나 멀리서 택배로 주문하는 분이 종종 있다고 하네요. 사장님은 제면소의 쇠락을 다소 씁쓸해 하셨지만, 면의 품질에서만은 자부심을 보이셨습니다. 밀가루에 물, 소금, 그리고 탄성을 더해주는 소다 외에 일절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방부제도 물론 들어가지 않아 냉동하지 않는 한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고요. -<오무라이스 잼잼 3> '쫄면'이야기 중에서

스카치테이프로 유명한 3M사의 연구원이었던 스페시 실버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어내고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약해 보이는, 그리하여 쓸모가 없는 풀을 만들어내고 만다. 실망이 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거나 이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쓸 방법을 찾는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어느 일요일.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는 회사동료 아서 프라이가 연주할 곡에 종이를 작게 잘라 끼워둔 책갈피들이 쉽게 떨어져 나가 버리는 불편한 상황을 보게 된다. 이에 그는 책갈피 끝에 자신에게 실패란 불명예를 안겨 준 세상에서 가장 약한 풀을 발라 책갈피로 쓰게 한다.

그런대로 효과가 괜찮았다. 이에 그는 이왕이면 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연구를 거듭한다. 그리고 7년 후인 1980년 어느 날 3x3인치짜리 연노랑색의 메모지가 등장, 세상에 공개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포스트-잇'은 이렇게 탄생했다고 한다.

사출기:왼쪽이 냉면용, 구멍이 큰 오른쪽이 쫄면용
 사출기:왼쪽이 냉면용, 구멍이 큰 오른쪽이 쫄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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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 고유의 조리법으로도 먹지만 오늘날 순대나 곱창볶음, 떡볶이 등에 넣는 등의 용도로도 많이 쓰이는 우리의 쫄면도 포스트-잇과 비슷한 '실패 혹은 실수, 그를 이겨낸 노력' 덕분에 탄생한 음식이다.

1970년대 초 인천의 광신제면소. 한 직원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구멍이 작은 기계에 반죽을 넣어 냉면을 뽑아내야 하는데, 우동 등을 뽑을 때 쓰는 큰 구멍의 기계로 무척 굵은 냉면을 뽑아내고 만 것이다.

냉면보다 몇 배나 굵은 이 면발은 고무처럼 질기고 질겨 도무지 먹을 수 없을, 그래서 100% 폐기처분해야 하는 그런 쓰레기일 뿐이었다. 이제까지 감히 아무도 만들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그런 면발이었다. 그러나 사장은 직원의 실수를 탓하고 그를 쫒아 내거나 실패한 물건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한 거래처에 공짜로 주게 된다.

그렇게 근처 분식점에 배달된 이 실패작은 맛깔난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져 새 요리로 탄생했다. 그치만 이 투박한 미완성작이 진정한 쫄면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은, 당시 인천 신포동에서 '우리집'이란 분식집을 운영한 박기남씨가 등장하면서부터다.(후에 '신포우리만두'라는 분식 체인점을 차리신 그분) 그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 '양념장은 매우면서도 새콤달콤하게, 국수는 특징을 살려 더욱 쫄깃하게, 쫄깃한 면발에 뒤지지 않는 씹는 야채 맛'이 살아있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70년대 초반 인천에서 아삭아삭한 양배추와 아작아작 콩나물, 오독오독 당근채와 사각사각 오이채를 얹은 쫄면의 원형이 탄생했다.-<오무라이스 잼잼 3> '쫄면'편에서

내게는 '내 돈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기 시작한 파릇파릇한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인 지금까지 전혀 질리지 않고 사먹고 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지만 무언가든 먹어야 할 때 만만하게 선택할 수 있어서 가장 마음 편하게 시켜먹을 수 있는 그런 존재인 쫄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쫄면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헤아려 보니 집이든 직장이든 옮기는 곳마다에서 가장 많이 사먹었던 음식인데도 말이다. 때문에 더욱 남다르게 읽었던 '쫄면'의 유래다. 한 직원의 실수를 직원의 잘못으로만 돌리지 않은 덕분에 탄생한 음식이라서 더 기분 좋게 와 닿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인 작가가 알려주는 주인공 음식 '레시피'와 '원조 탐방' 혹은 '더 읽을꺼리' 등. 책 일부 페이지 모습이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인 작가가 알려주는 주인공 음식 '레시피'와 '원조 탐방' 혹은 '더 읽을꺼리' 등. 책 일부 페이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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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매콤한 김치를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달달달 볶다가 물이 자작자작 나오면 꼬들꼬들한 밥을 넣어줍니다. 매운맛을 더하기위해 집에서 담근 매실고추장을 넣고 좀 더 볶지요.(세상의 이치야)

-김치볶음밥에는 모짜렐라 치즈가 갑. 다 볶은 다음 프라이팬에 열기가 남았을 때 치즈를 뿌리고 뚜껑을 덮어주면 누룽지도 생기죠. 잘 녹은 치즈랑 같이 떠먹으면…. 아 배 고파. 흑. (beelew)

-1년 정도 묵은 신김치랑 돼지고기, 매콤하게 무친 콩나물이랑, 와사비와 간장에 절인 양파를 썰어 넣고 볶으면 캬~환상적입니다요. 계란도 당연히 넣습니다.(낭군님)
-<오무라이스 잼잼 3> '김치볶음밥'편에서

<오무라이스 잼잼>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는 주인공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작가가 알고 있는 레시피를 실었다는 것이다. 책은 흔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다루는지라 대개 나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1권과 2권에 실린 레시피대로 해먹어 봤더니 꽤 맛있어서 3권을 읽으며 은근 기대하기도 했다.

3권에는 작가가 미디어다음에 연재할 때 독자들이 댓글로 참여한 '나만의 김치볶음밥' 레시피 34가지가 실려 있다. 이 중 몇 가지는 나도 꼭 만들어 보고 싶은 방법. 이제까지 고추장을 넣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맛없는 김치로 볶음밥을 할 때 넣어보면 꽤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달걀밥'과 '김치밥'도 작가의 레시피대로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음식 들이다.

외에도 순대, 게맛살, 나초, 도넛, 다코야키, 호두과자, 후렌치토스트, 돼지국밥, 게맛살  등의 역사와 그에 얽힌 문화, '까먹는 맛이 쏠쏠한 감귤의 세계사'와 '브라질 넛 효과 들어보셨나요?', '시험에 절대 안 나오는 도넛의 세계사' 등을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무라이스 잼잼 3>ㅣ조경규 (지은이) | 씨네21북스 | 2012-12-28ㅣ정가:13000원



오무라이스 잼잼 3 - 경이로운 일상음식 이야기

조경규 글.그림, 씨네21북스(2012)


태그:#음식만화, #조경규, #쫄면, #포스트-잇, #김치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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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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