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최근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간부가 단지 내 굴뚝에 올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최근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간부가 단지 내 굴뚝에 올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신: 2일 오후 9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아파트 경비노동자 굴뚝농성 사태가 사흘 만에 해결됐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관계자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복직 의사가 있는 해고노동자 7명을 즉시 복직시키기로 사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신현대아파트 분회 조합원 민아무개(62)씨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아파트 굴뚝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용역업체인 한국주택관리는 만 60세 정년이 넘은 촉탁직 노동자 23명 가운데 14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서울일반노조 관계자는 "계약해지 된 14명 가운데 복직을 희망하는 7명과 함께 투쟁을 벌였고, 2일 오후 8시쯤 사측과 '7명 전원 즉시 복직'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강추위 속에 30여 미터 높이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민아무개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계약해지 과정에서 쟁점이 되었던 정년 제한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실무적인 부분은 추후에 협상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1신: 2일 오후 5시 25분]

"저 플래카드만 쳐다보면 눈물이 나. 못 쳐다보겠어."

서울에 올 겨울 들어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2일 오후, 강남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송아무개(62)씨는 고개를 떨구며 뒤돌아섰다. 송씨의 등 뒤로 보이는 아파트 9층 높이 굴뚝, 그곳에 그의 동료 민아무개(62)씨가 올라가있다. 벌써 사흘째다.

"노동자도 사람이다. 고용안정 보장하라"
"우리는 일하고 싶다. 해고를 철회하라"

굴뚝에 걸린 플래카드가 칼바람에 세차게 흔들렸다.

"12년 일했는데 서류 한 장 없이 해고라니"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최근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간부가 단지 내 굴뚝에 올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최근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동조합 간부가 단지 내 굴뚝에 올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민씨가 굴뚝 위로 올라간 것은 지난해 12월 31일. 자신을 비롯한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14명의 해고에 반발해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조준규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선전부장이 동행했다.

2012년 12월 28일 민씨는 용역업체인 ㈜한국주택관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자들 가운데는 다음날 근무배치표에 자신의 이름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해고 사실을 알게 된 이들도 있었다.

사측이 밝힌 해고사유는 '정년 만기'와 '근무 태만'. 경비노동자 정년은 새로운 입주자 대표회의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3월 만 60세로 낮아졌다. 당시 입주자 대표회의가 작성한 공고문을 보면, '촉탁 2년차 근무자까지 구제하되, 촉탁제도는 향후 2년 동안만 유지하기로 의결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아파트는 정년이 넘은 노동자를 촉탁직으로 재고용해왔다.

이러한 결정으로 당시 만 63세 이상 경비노동자 13명이 해고되었다. 이 아파트에서 12년을 일했다는 한 노동자(61)는 "공문에 '촉탁 2년차 근무자까지 구제한다'고 되어있어서 2013년 12월 말까지는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지난해 11월 사측이 갑자기 '만 62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근무 평가를 통해 (재고용 대상을) 선별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약속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 만 60세 이상 촉탁 노동자 23명 가운데 14명이 계약해지를 당했다. 12년을 일한 노동자도 서류 한 장 없이 구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시말서'를 썼다는 것. 이 아파트에서 9년 넘게 경비노동자로 일했던 민씨는 "1시간 졸다가 순찰을 못돌았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썼다.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24시간 맞교대를 한다.

송씨는 "24시간 근무 끝나고 집에 가야 하는데 마음이 아파서 못 가고 지금까지 남아있다"면서 "민○○씨와 같은 나이인데 나는 1년 더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시말서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송씨와 또 다른 동료는 다시 굴뚝을 바라보며 "일 잘 했지, 일 못한다고 잘릴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측 "해고자들 문제 있었다"

2일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굴뚝농성 현장에서 '경비노동자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일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굴뚝농성 현장에서 '경비노동자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이날 낮 굴뚝 아래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해고노동자들 뿐만이 아니라 경비복을 입은 민씨의 동료들도 참석했다. 민형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분회장은 "오늘이 시무식인데 우울한 분위기"라면서 "해고된 동료들이 함께 시무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기도 한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은 "추운날 고생하시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면서 용역업체 대표와 주민들을 향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올라가신 분들의 건강과 안전"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등에서도 참석했다.

기자회견 마지막에 민아무개씨와 전화연결을 했다. 강풍 때문에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민씨는 몇 번이고 "열심히", "열심히"라는 말을 했다. 민씨는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지나가던 주민들 가운데는 "아직도 있는 거야? 안 얼어 죽은 거야? 연락은 하고 있는 거야?"라며 걱정스러운 눈길로 굴뚝을 한참 올려다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농성에 반발하며 노동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이들도 있었다.

김창수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사무국장은 "12월 31일 사측과의 교섭 이후 아직 이렇다 할 교섭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주택관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해고자들이 문제가 있었다. 주민하고 싸우고, 술 드시고"라면서 "정년이 끝나서 해고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조가 '해고자 전원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은 이미 신규 인력을 일부 채용한 상황이다.


태그:#굴뚝농성,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경비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