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임고문인 배우 문성근.

민주당 상임고문인 배우 문성근. ⓒ 정민규


정치인이자 배우 문성근은 여전히 명쾌하고 논리적이었다. 그는 <26년>이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남영동 1985>(이하 <남영동>)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정치영화' 도래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정지영 감독님이 <남영동>식의 영화를 계속 만드신다는 건 정권교체가 안 된다는 얘기 아닐까요. 정권교체를 해서 언론이 제기능을 하면 (정치영화들에 대한) 수요가 적어질 겁니다. 그보다도 영상이 갖는 독특한 힘, (주제에 관련된 관객들의) 본능을 빠르게 동조하게 만드는 그 힘에 중점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남영동 1985>(이하 <남영동>)의 '악역' 문성근은 "소위 '무비저널리즘'이 주목을 받고 있는 현 분위기가 (방송)언론이 제역할을 포기한데 있다"고 역설했다. 11일 오후 열린 토크콘서트 <세상을 바꾸는 힘-뉴저널리즘으로서의 영화> 자리에서다.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의 사회로 <남영동>의 정지영 감독, <어머니>의 태준식 감독, <유신의 추억 -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이하 <유신의 추억>)의 이정황 감독, 배우 명계남과 함께 참석한 문성근.

그는 <도가니> <부러진 화살>을 필두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남영동>, 200만 관객을 돌파한 <26년>은 올 11월 이후 개봉했던 <맥코리아> <MB의 추억> <유신의 추억> 모두 이러한 관점에서 "MB정부 들어와서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다시 되새기는 사건드사건을 겪으면서 그걸 되새기는 과정에서 수요가 생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강풀 원작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80년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26년>에 왜 불편함을 느꼈던 걸까. 

 영화 <26년>에서 '미진'을 연기한 배우 한혜진

영화 <26년>에서 '미진'을 연기한 배우 한혜진 ⓒ 청어람


"<26년>이 보여준 젊은 세대의 감성에 대한 정조준을 주목해야"

<26년>에 대한 언급은 정지영 감독으로부터 촉발됐다. 정 감독이 "<남영동>의 실패는 감독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좋은 영화인데 너무 힘들다고 강조하더라. 관객들이 소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건 결국 감독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문성근은 "<남영동>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며 젊은 관객층의 성향 차이를 언급했다. "<26년>을 봤을 때 좀 불편했다"며 그는 "전두환이란 범죄자가 실존인물인데, 그를 놓고 영화는 만화적 구성을 한다. 어떤 충돌이 오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문성근은 "<남영동>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보여주니까 보게 된다. 그게 세대 간의 차이일 수 있다. 80년이든 6.25든 젊은이들은 다 옛날 얘기라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반면 <26년>은 만화적 상상력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차이를 영화하는 사람이 더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엇비슷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고문의 체험을 마주하게 하는 <남영동>과 장르적 접근을 시도했던 <26년>에 대한 반응 차이를 만화적, 장르적 접근의 차이로 풀이한 것이다. 

문성근은 그러나 "<26년>이 젊은 세대에 (감성을) 정확하게 조준하고 들어간 것"이라며 "만화적 상상력과 과장이 있지만 공분은 한 방향으로 밀어붙여서 정확히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다. (박정희가 등장하는) <그때 그 사람>의 경우 중간자적 입장에서 (보수와 진보) 양자에게 야유를 퍼부어서 굉장히 불편한 지식인적 관점, 역사 냉소주의적 관점을 보여줬던 것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관객 성향에 빗대어 문성근은 10년 전 대통령 선거 시기와 현재의 속도감의 차이로 비유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성근은 "노사모 현상은 '개미 386'을 중심으로 20대부터 40대까지 인터넷이란 플랫폼을 통해 위아래로 모두 소통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20대와는 쉽지 않다"는 문성근은 "비장미에 대한 이해도 다르고, 24시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란 매체도 달라진 형식이다"며 "그렇게 안 되던 걸 '나꼼수'가 하더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문성근은 "(<26년>을) 수용하는 세대들은 매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이렇게 빠른데 지식인들이나 문화산업계는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무비저널리즘에 대해 "이런 일들을 대게 언론에서 해줘야 하는데, 언론에서 잘 못 할때 내가 하고 싶어진다"며 "<도가니> <부러진 화살> 이후 정치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후죽순격으로 너무 많이 나오면 관객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11일 열린 토크콘서트 <세상을 바꾸는 힘 - 뉴저널리즘으로서 영화>에 참석한 문성근. 좌로부터 <유신의 추억> 이정황 감독, 문성근, 김민웅 교수,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 <당신과 나의 전쟁>의 태준식 감독.

11일 열린 토크콘서트 <세상을 바꾸는 힘 - 뉴저널리즘으로서 영화>에 참석한 문성근. 좌로부터 <유신의 추억> 이정황 감독, 문성근, 김민웅 교수,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 <당신과 나의 전쟁>의 태준식 감독. ⓒ 하성태


문성근이 살인범을 연기한 <실종>은 유독 4월 총선 기간에 가장 많이 방영됐나

김민웅 교수는 문성근에게 정치를 하려면 이미지가 좋아야 하는데 왜 자꾸 악역을 맡느냐고 물었다. 또 배우로서 밥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느냐는 짓궂은 질문도 던졌다.

"2002년 노무현 참여정부 때는 역차별로 힘들었어요. 뭘 좀 하려면 조선일보가 권력을 이용한다고 공격을 하니까 사실과 달라도 일일이 변명하느니 아예 신문에 나오지 않게 (내가) 없어져야겠다 싶었어요."

문성근은 이어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김제동, 김미화는 방송인이고 고정 프로그램 진행자였으니까 훨씬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며 "저나 명계남 같은 배우들의 경우는 제작자들이 아예 연락을 안 하고 또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명박 정부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면 밥줄을 자르지 않나. 이런 정권은 존재해선 안 되는 정권인 거다"고 비판했다.

악역을 연기하며 정치활동에 영향은 없었느냐는 질문엔 "지난 4월 총선 때 선거운동원 분들이 그 얘기를 굉장히 많이했다"며 "(문성근이 패륜적인 살인범을 연기한)<실종>이란 영화가 우리 케이블TV가 생긴이래 아마 가장 많이 방영한 영화일 거다. 총선 시기 집중적으로 방영됐는데 그런 것들이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배우라는 선입견에 대해서는 "억울하지 않다"며 "배우로서 살아오면 생긴 지명도가 있는데, 그 지명도를 이 사회 공동체가 잘 굴러가는데 쓸 수 있다면 언제든지 써달라고 얘기했고, 저도 하겠습니다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봐주신다면 영광이다"고 답했다.

문성근 26년 남영동1985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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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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