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뮤즈와 배급계약.

어뮤즈와 배급계약. ⓒ 조경이


부산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 아시아나단편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내 단편영화를 제출했지만 수상 소식은 전무했다. 수상 소식이 전무하자 연재를 해야 할 기력도 의욕도 쇠해져서 그동안 연재를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쥐구멍에도 해 뜰 날 있다고 배급사가 정해졌습니다!!!!^^ 단편영화를 배급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웠다. 황상준 음악감독을 인터뷰하러 가는 길에 이런 기막힌 소식을 알게 됐다.

황상준 음악감독도 대학원 과정에서 단편영화를 만들었는데 어뮤즈라는 곳에서 배급하게 돼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방송 채널의 유통으로 총 몇백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대박! 그 수익으로 고생한 스태프와 모여서 몇 번의 술자리도 가졌다는 희소식을 알려주었다. 

황상준 감독님과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배급사 어뮤즈에 득달같이 전화했다. 서류와 영상을 갖춰서 우선 회사로 보내달라고 했다. 역시 그냥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서류를 갖춰 영상과 보냈다. 영화제뿐만 아니라 배급사에 영화를 맡기는 일도 시험을 통과하는 것처럼 긴장되고 떨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배급사에서도 탈락할까 봐 가슴 졸였다.

 황상준 음악감독

황상준 음악감독이 나에게 어뮤즈를 알려주셨다! ⓒ 조경이


며칠 뒤에 어뮤즈에서 전화가 왔다. "저희 회사에서 배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이 소식도 귀하고 감사했다. 나의 영화를 배급해주겠다니, 그동안 영화제에 직접 영상을 제출하고 서류를 꾸몄던 수고가 줄게 됐다. 기뻤다.

바로 어뮤즈로 찾아갔다. 어뮤즈는 사장되는 수많은 단편영화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어뮤즈 대표님도 "좋은 단편이 묻히는 게 아까워서 이 회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멋졌다. 수다를 늘어놓으려고 했는데 세상에 나에게 몇 장의 계약서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후덜덜. 숫자에 약하고, 계약에는 더 약하고, 계산은 전혀 없는 나에게 사인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계산에 밝은, 계약에 선수인 누구라도 데리고 오는 것인데 혹시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닌가. 이분들 얼렁뚱땅 하시는 것은 아닌가.

온갖 상상을 하며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빼곡히 적힌 몇 페이지. 다른 배급서류를 봤어야지 비교가 되지. 읽어보나 마나다. 그냥 사인했다. 사람들이 좋아 보였다. 흐흐흐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주연인 여기자 역의 배우 최우리와 조경이 감독이 촬영된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의 배우 정만식은 대본을 읽고 있다.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주연인 여기자 역의 배우 최우리와 조경이 감독이 촬영된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의 배우 정만식은 대본을 읽고 있다. ⓒ 이정민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배우 정만식과 최우리. ⓒ 이정민


수익의 분배는 국내에 유통됐을 때는 6(감독):4(배급사), 해외에서는 5:5라고 하셨다. 아 이분들은 4를...역시 사람이 돈 앞에서 눈이 멀어지는 구나를 깨달았다. 처음에는 대행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사인할 때는 대행해주는데 왜 4를...이런 지극히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

어쨌든 의연한 척 사인했고, 나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뭐 다 그 비율대로 계약한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런 와중에 한 분의 촌철살인 같은 말. "단편 배급해도 돈 얼마 안 돼" 푸하하하 그렇다. 또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돈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그랬다. 돈을 모아야 영상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사줄 텐데. 휴. 중고 카메라를 사야 하나...
 
몇 개월 뒤 오랜만에 다시 어뮤즈에 전화를 했다. "돈은 얼마나 모일까요"가 핵심이지만 에둘러 진행 상황은 어떤지 먼저 물었다. "<여기자의 하루>는 이번 달부터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여성영화제 내려고 해요. 매년 초에 시작하는 영화제로 영향력도 있고요.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영화제에 출품하고 더 이상 출품할 때가 없을 때 방송 쪽으로 배급망을 돌립니다"라는 설명이었다.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주연인 여기자 역의 배우 최우리와 김기태 촬영감독.

여기자 역의 배우 최우리와 김기태 촬영감독. ⓒ 이정민


수익을 물어보자 "사실 해외 유명 채널에 팔리지 않으면 국내 채널에 팔려서 방영된다고 해도 몇십 만 원 정도 수익이 생길 거예요"라고 하셨다.

대박, 황상준 음악감독님은 몇백만 원이라고 하셨는데 그분은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타서였구나 싶었다. 휴...누굴 탓하랴 나의 능력 없음을 탓해야지...

어쨌든 10만 원이라도 20만 원이라도 건진다면 중고 카메라라도 사든지 그냥 돈으로 기부하든지 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분들의 노고를 갚아야겠다.

P.S <여기자의 하루> 연재물 재미있게 보셨나요? 올해 초부터 시작했던 연재가 다음 편인 22편으로 마감됩니다. 22편은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25일 성탄절에 내보낼게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조경이 기자의 영화제작노트. 주연인 여기자 역의 배우 최우리.

여기자 역의 배우 최우리와 프로듀서 장철한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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