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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밀가루 생산업체가 생산량과 판매량 그리고 가격을 담합해 가격을 올렸다면, 인상된 가격으로 밀가루를 매입해 빵을 만든 중간소비자 업체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가격담합과 관련해 최종소비자가 아닌 중간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따라서 향후 밀가루와 설탕 등 원료업계는 물론 중간단계를 많이 거치는 산업계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년 4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국내 밀가루 생산업체 8곳이 회합을 가지며 밀가루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밀가루 시장에서의 공급량을 제한하기로 합의하고, 2001년부터 2005년 12월까지 5년 간 조직적으로 생산량, 판매량, 가격인상 등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들 8개 기업에 "밀가루 생산량, 판매량, 가격을 공동으로 합의해 결정하는 방법으로 밀가루 시장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434억4700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를 이들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4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삼립식품은 CJ제일제당으로부터 2001년 4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219억5339만 원 상당, 삼양사로부터 2002년 10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81억7491만 원 상당의 밀가루를 매입했다.

이렇게 밀가루를 공급받아 빵을 만들었던 삼립식품은 "담합해 밀가루 가격을 인상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부당공동행위로,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실제 거래가격에서 담합행위로 인상된 가격만큼 손해를 입었다"며 CJ제일제당과 삼양사에 자발적인 손해배상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받아들이지 않자, 삼립식품은 CJ제일제당에 29억8184만 원을, 삼양사에 7억735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대형구매처인 삼립식품과 별도로 거래가격을 정했기 때문에 담합가격에 의한 거래가 아니다"라며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부(재판장 변현철 부장판사)는 2009년 5월 삼립식품이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피고들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6민사부(재판장 이종석 부장판사)도  2010년 10월 삼림식품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삼립식품은 두 업체로부터 14억6331만 원을 배상받게 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담합이 없었더라면 형성됐을 정상적인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밀가루를 매수하고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거래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원고의 손해는 이미 현실적으로 초과 지급한 비용 자체로 확정됐고, 원고가 그 후 제품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손해를 회복했다는 사정은 피고들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자체를 확정함에 있어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중간재의 가격상승으로 인한 비용상승의 최종 제품 가격인상으로의 전가는 최종 제품 시장의 경쟁구조와 수요함수 형태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가능하므로, 실증적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따르면, 고정효과 패널모형을 사용해 여러 요인들(밀가루 가격, 빵 중량, 실질국내총생산, 소비자 물가지수, 제조비용, 고정효과더미, 월별더미 등을 설명변수)이 빵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식별해 순수하게 밀가루 가격의 인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빵 가격의 인상분을 추출,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실증적으로 추정한 전가액은 CJ제일제당은 13억6319만 원, 삼양사는 3억920만 원으로 산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원고가 밀가루 가격의 인상분을 빵 가격에 전가한 액수,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담합기간 중 지급받은 장려금 등을 전체 손해액에서 공제할 때,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액은 CJ제일제당으로부터 12억3537만 원, 삼양사로부터 2억2794만 원으로 제한함이 상당해 피고들은 이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가격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뱁상하라"며 제빵업체 삼립식품이 밀가루 생산업체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CJ제일제당이 12억3537만 원, 삼양사가 2억2794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가격인상을 합의해 담합함으로써 원고를 포함한 대량수요처에 대한 밀가루 가격의 변경이 초래됐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들이 원고에게 장려금을 지급했더라도 그로 인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따르는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발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밀가루, #담합, #공정거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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