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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쪼개기 계약'이 위법이란 판결이 최초로 나왔다.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은 단위 학교가 기간제교사와 계약할 때 방학기간을 제외하는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라며 이를 시정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5월 이 소송을 제기한 이는 경남의 초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해 온 김아무개 교사다. 김 교사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이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며 줄곧 담임을 맡아왔다. 그동안 김 교사가 학교와 체결한 기간제교사 근무 계약에는 늘 방학기간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2011년 1학기에는 이 학교 교감으로부터 2011년 3월 1일과 여름방학 기간이 제외된 채용계약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김 교사는 교육청 등 국가기관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별반 변화가 없자, 전교조와 민노총 법률원의 도움으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법원, 방학 중 학급 게시판 관리 등 관련 업무해 담임교사 지위 있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김 교사의 손을 들어 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방학 중 김 교사가 학급 게시판 관리 등 관련 업무를 하고 비상연락망에도 이름이 명시돼 있었던 만큼 방학 중에도 김 교사가 담임교사의 지위에 있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 학교 측은 방학 중 마룻바닥 교체 작업 때문에 교육활동 프로그램 대부분을 운영하지 않아 김 교사가 실제로 근무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정규 교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에 법원은 학교가 김 교사에게만 월급을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김아무개 교사는 1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직 사회의 약자인 기간제교사들에 대한 차별이 멈춰지고 처우가 개선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낸 것"이라며 "내가 언제까지 기간제교사 근무를 더 할지 모르지만, 내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어놓고 물러나고 싶었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한편 전교조는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의 성과급 지급 판결에 이어 '쪼개기 계약'에 대해 차별을 인정하는 이 같은 판결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 "이같이 기간제교사의 차별을 시정하라는 법원의 판단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최근 이어지는 것은 계약조건과 임금 보수 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요구와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일선 학교들이 기간제교사를 차별하지 않고 교육 당국은 정규직 교사를 최대로 확보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교조는 학교비정규직들과 계속 연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의 공동대표 김민정씨는 "전기협에 '쪼개기 계약'의 피해사례를 호소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고용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생계를 위협하는,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한 '쪼개기 계약'의 정체가 사회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되어 기쁘고 위법판결을 받아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교과부 및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장들이 이번 판결의 취지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비정규직의 불공정계약에 대해 개선해 나가기 바란다"면서 "'쪼개기 계약'을 비롯한 차별 문제로 시름하는 기간제교사들은 언제라도 전기협(cafe.daum.net/giganjeright)에 연락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기간제교사, #쪼개기 계약,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 #성과급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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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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