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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사업부지인 가양동 1494-3번지 일대.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용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사업부지인 가양동 1494-3번지 일대.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용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 다음 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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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사업설명회가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가양3동 주민센터에서 열렸다. 하지만 가양 3동 사업부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로 설명회는 시작도 못하고 무산됐다.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은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에 협동조합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입주자인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설계 등 건설 계획부터 참여하는 방식이다. 협동조합 임대주택은 그 취지에 따라 입주자가 공동의 목적에 맞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각 조합의 특성에 맞는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해 비영리로 직접 관리 운영하는 것이다.

첫 시범대상지는 강서구 가양동 1494-3번지의 1261㎡ 부지로 현재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시유지다. '육아를 공동의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을 표방하며 2014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3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여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비영리 어린이집을 만들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방과후교실 등을 운영해 '교육'에 관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시범사업인 만큼 입주 모집 가구 수도 24가구로 소규모이며, 신청 자격도 까다롭다. 소득 및 부양가족 수 등의 기본 신청 자격의 요건을 갖추더라도 협동조합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하고 협동조합 활동을 성실히 할 사람을 가리기 위한 관련 전문가 면접, 예비조합원 간의 투표 등을 통해 최종 조합원을 선발한다.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49~60㎡이며 임대기간은 최장 20년, 보증금은 1억500만 원 수준이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초 조합원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무슨, 여기가 북한이냐" 항의로 무산된 설명회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사업설명회에는 약 6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모였다. 이중 절반은 설립부지 인근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었으며, 나머지 참석자들 대부분은 강서구에 적을 두고 있는 주민들이었다. 예비조합원 선정순위의 1순위가 '강서구에 거주하는 자'이며, 설립부지인 가양3동과 인근의 등촌1동, 염창동 거주자에게는 2점의 추가점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명회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고함으로부터 시작됐다. 한 주민은 "협동조합은 무슨 협동조합이냐, 여기가 북한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급기야 단상을 점거하고 마이크 선까지 뽑아버리는 등 설명회를 막았다. 설명회를 들으러 온 주민들이 항의를 하고, 설명회를 주최한 SH공사 직원들이 이들에게 설명회의 취지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가로막히기 일쑤였다.

여기에 지역구 의원인 이연구 강서구의원(염창, 가양2·3)까지 나서서 SH공사 직원에게 "사업설명회장 분위기를 서울시에 전하고 설명회는 더 이상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설명회는 한 시간 반 동안 고함이 계속되다 무산됐다. 조합원 신청을 위해 설명회에 온 사람들은 "작정하고 떼로 몰려온 사람들을 어떻게 이기냐?"고 말했다. 설명회장을 찾은 젊은 부부들은 주최 측이 화면에 띄워준 이메일 주소를 적은 채 설명회장을 빠져나왔다.

주민들 "절차상 문제 있다"... 서울시 "시유지이고 절차상 문제 없어"

설명회를 찾은 주민들이 살고 있고 사업부지에 맞닿아 있는 아파트의 전용면적은 84.93㎡로 전세가는 3억 원 안팎. 이에 비해 임대주택 전용면적 49~60㎡의 보증금은 1억 원대로 주변 시세보다 싸다.

설명회를 막아선 아파트 주민들은 하나같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으므로 설명회를 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근 지역에 사는 자신들한테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자신들 집 옆에 아파트를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설명회 다음날인 14일부터 16일까지 조합원 신청을 받을 예정이었기에 주민들은 "막무가내 행정"이라며 더욱 항의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용도 지역이나 도시관리계획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주민설명회 및 주민공람공고를 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으나, 해당 사업은 용도 변경 없이 24가구만을 짓는 소규모 사업으로 '사업승인'이 아닌 건축 '허가' 대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해당 사업부지는 서울시의 시유지로 개인의 사유지를 침해하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공간인 만큼 인근 주민들과 협의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설명이다.

구의원 "신혼부부라면 몰라도, 수급자-장애인 위한 임대주택은..."

설명회가 끝난 후 사업설명회에 참석했던 이연구 구의원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 의원의 주장 역시 주민들과 다르지 않았다.

"강서구청도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고, 구의원인 자신도 오늘 처음 이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결국 절차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주민들의 '서울시에 대한 괘씸죄' 때문에 이번 설명회와 같은 파행이 일어났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전 설명없이 공사를 진행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사업 취지에 대해서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 오늘에서야 이런 설명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구의원인 자신에게도 알리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이면 모를까, 수급자나 장애인을 위한 임대주택이라면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자립도가 35%밖에 안 되는 강서구에 국비·시비 지원도 없이 일방적인 임대주택은 더 이상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요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부지가 서울시 시유지고, 건축비 또한 서울시에서 전액 부담하는 만큼 강서구청이 져야 하는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업설명회가 무산된 이후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사업인 만큼 사업이 그 취지대로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과 협의해갈 것이고, 건축물 역시 주변 주택과 경관에 부족하지 않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설명회의 무산으로 모집인원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에 한해 추가 설명회를 개최하겠지만, 모집 인원이 충족되면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협동조합, #임대주택, #지역이기주의, #이연구, #가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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