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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 황토흙길의 낙엽 가을의 나무는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의 일부를 떼어내는 찬란한 이별의식을 한다.
▲ 계족산 황토흙길의 낙엽 가을의 나무는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의 일부를 떼어내는 찬란한 이별의식을 한다.
ⓒ 윤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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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다가올 혹독한 인동(忍冬)의 시련을 견디기 위해 자신의 몸에서 울긋불긋 노랗고 붉은 이파리를 스스로 고통스럽게 떼어냅니다. 더 살아갈 날의 삶을 위해 스스로 가벼이 내려놓는 찬란한 이별의식을 하는 셈입니다. 나뭇잎들은 숙명처럼 낙엽으로 추락하여 흙 위에 쌓이고 온갖 뜨거웠던 한여름 계절의 역사를 추억하며 스러지고 부스러져 기어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듯 가을은 모든 사랑하는 것들과의 헤어짐을 경험해야 하는 슬픈 이별의 계절인지도 모릅니다.

나무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한량없는 존재입니다. 더위를 피할 그늘을 주고, 놀이를 위한 그네가 되어주며, 열매를 주고, 편안한 의자가 되어주며, 마음과 몸을 따뜻이 녹일 땔감이 되어 줍니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줘 가벼워진 영혼으로 고요히 하늘로 돌아가는 실존의 천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전에 있는 계족산의 입구 장동산림욕장에 첫발을 떼어 놓으며 문득 스쳤던 생각이 그랬습니다.

계족산 황토흙길 그 곳에 아름다운 숲이 있었고, 호젓한 길이 있었다.
▲ 계족산 황토흙길 그 곳에 아름다운 숲이 있었고, 호젓한 길이 있었다.
ⓒ 윤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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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의 무르익은 가을은 순하고 예뻤습니다. 너무 지나치지 않은 소박한 화려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은근한 곡선의 황토흙길은 느긋한 여유로움도 주었습니다. 계족산의 황토흙길은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고 사람들을 인도하며 길을 내주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나무와 길이 가진 본질적 동질감이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했습니다. 요구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며, 스스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헌신의 성품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대전 계족산
계족산은 해발 429m로 대전시 대덕구에 있고, 장동산림욕장을 품고 있으며, 약 14.5km에 이르는 황토흙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매년 맨발걷기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오후 4~5시 숲 속 음악회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맨발걷기와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걷기 좋은 명품길입니다.
계족산을 한 바퀴 도는 황토흙길 순환코스를 따라 사람들과 걸었습니다. 산의 그림자가 절묘한 실루엣으로 드리워진 사방댐 물가를 지나, 숲속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을 지났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산새소리와 나무와 나무 사이를 타고 흐르는 바람의 노래... 아직도 돌아가지 못한 매미와 벌레들의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습니다.

발밑에선 부스럭 부스럭, 사브작 사브작... 낙엽 밟는 소리가 발끝의 촉감을 통해 아킬레스건을 타고 척수를 거쳐 정수리에 도달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문이 저절로 열리는 평화로운 희열을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계족산 숲에는 많은 나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키가 크고 훤칠한 낙엽송과 마치 백작의 모습처럼 하얀 망토를 걸친 자작나무, 벚나무와 느티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그들이 살고 있는 숲은 그들만의 조화로운 숲이었고, 그들만의 세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붉게 물든 단풍나무 옆을 지날 땐 순간의 화려함에 화들짝 놀랐고, 언덕 위에 선 매혹적인 소나무 곁을 지날 땐 또 그의 너그럽고 고혹적인 매력에 빠져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계족산의 숲은 아름다웠고, 그 숲을 향유하며 걷는 사람들은 이내 자유로운 보헤미안이 되었습니다.

숲 속 나무들의 조화로운 어울림을 감상하며 걷는 내내 '사람들도 그들처럼 조화롭게 평화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존, 어리고 약한 자를 돕고 배려할 줄 아는 자애로움... 아마도 그런 것들이 우리들의 삶을 평화롭게 가꾸어 줄 자연이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과 길을 걷다가 숲 속 한적한 길가에 모여 심신의 뭉친 기를 풀어주고, 흐트러진 기를 모아주는 기체조를 했습니다. 뻐근한 어깨와 다리, 허리의 근육을 풀어주어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기체조를 통해 몸이 한결 부드럽게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아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고, 스스로 빛나게 하며,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길 위의 명상'을 나누었습니다.

계족산성 위에서의 명상 영혼의 문을 열어 존귀한 생명의 빛을 받아들이는 나를 치유하는 명상
▲ 계족산성 위에서의 명상 영혼의 문을 열어 존귀한 생명의 빛을 받아들이는 나를 치유하는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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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으로 정수리를 열어 우주로부터 내게 쏟아지는 생명의 기운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습니다. 세상살이에 시달려 어쩌면 참혹하게 쪼그라들었지 모를 흉선을 위로하는 마음풀이를 했습니다. 눈을 감고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오로지 순수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스스로 존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진심을 여는 맑고 향기로운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통해 사람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은근히 번지는 미소가 넘쳤고, 얼굴엔 발그레한 충만감이 흘렀습니다. 길이 내어준 그 길 위에서 앉아 마음을 정화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힐링의 체험을 누렸습니다.

이어지는 걸음은 대청호 갈림길을 지나, 이헌동 갈림길로 향했습니다. 걸으며 나누는 사람과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는 바람을 타고 향기롭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선배와 후배가, 벗들이, 어미와 자식이, 부부끼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길이 왜 그렇게 인상적으로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고, 어루만져주며, 위로해주는 놀라운 치유의 영성을 길이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길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길 위의 대화
▲ 길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길 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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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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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너른 공간에 이르러 아이들처럼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어 먹었습니다. 누구랄 것 없이 서로 자기가 가져온 먹을 것을 나누어 권하는 모습이 참 흐뭇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맛난 주먹밥을 까먹었고, 달콤한 찐 고구마를 나눠 먹었으며, 수수떡과 귤, 감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길 위에서 나누는 행복한 만찬이었습니다.

배가 채워지니 즐거움을 채워야 하는지, 숲 속의 작은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었고, 절로 웃음을 피어나게 하는 재담이 있었으며,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즉흥적인 공연이 있었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했던 소란하지 않은 길 위의 작은 음악회는 정말 유쾌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길가의 쉼터에서 자연스레 어우러져 너나없이 행복함을 공유하는 소박한 열린 음악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맛난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난 후 사람들과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두 번째 정자를 지나고, 화려한 가을의 색감으로 물든 대청호가 바로 보이는 쉼터를 지났습니다. 절고개에 이르러 황토흙길 걷기를 멈추고서 계족산성을 향해 올랐습니다. 황토흙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다듬어지지 않은 호젓한 산길... 계족산의 등줄기를 따라 완만하게 오르는 느낌은 또 색다른 묘미였습니다. 이마에 가늘게 흐르는 한 줄기 땀방울은 뿌듯한 상쾌함이 되었습니다.

계족산성 위에서 바라본 대청호 매혹적인 하늘빛과 물빛, 산빛이 어우러진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
▲ 계족산성 위에서 바라본 대청호 매혹적인 하늘빛과 물빛, 산빛이 어우러진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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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성 위에 올라 탁 트인 사방을 바라보는 느낌은 정말이지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계족산성 정상은 산빛, 물빛과 지독하게 파란 하늘빛이 온통 주위 사방을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요새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바람은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주는 세심(洗心)의 손길처럼 부드러웠습니다. 저절로 '하늘과 바람과 산과 시'를 읊어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감탄을 쏟아냈고, 주위를 빙 돌며 그 아름다운 감동의 풍경을 눈으로, 가슴으로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산과 시'가 누군가의 음성을 통해 계족산성 위에 잔잔하게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함께 공감하고, 함께 감동의 울림을 나누었습니다. 누군가는 떠나가신 아버지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다 울먹였고, 다른 누군가는 그 울먹임에 마음이 흔들려 또 울컥했습니다. 깨끗하고 순수한 감정의 전이가 일어나는 고요히 빛나는 계족산성의 오후였습니다.

고양올레 사람들 <고양올레>창립 3주년 기념 계족산 도보여행 인증샷
▲ 고양올레 사람들 <고양올레>창립 3주년 기념 계족산 도보여행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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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성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 서쪽 산 너울 넘어 힘겹게 넘어가는 붉은 노을을 감상하며 발길을 돌렸다.
▲ 계족산성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 서쪽 산 너울 넘어 힘겹게 넘어가는 붉은 노을을 감상하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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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계족산성 성곽에 서서 붉은 저녁노을을 감상했습니다. 세상을 비추는 찬란한 우주의 빛, 생명의 빛이 서서히 그가 있어야 할 제자리로 마침내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낙엽도 그의 모성과 이별하며 사랑을 남기고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태양도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넉넉히 사랑으로 뿌려주고 떠나는 것이 아닐까 상상했습니다.

사람들은 서쪽 산 너울을 힘겹게 넘어가는 붉게 물든 계족산성에서의 석양과 이별하며 조심스럽게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도중 귓가에 상상으로 들려오던 노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의 가사 한 소절이 왜 그토록 가슴을 여미면서 파고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아마도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던 계족산의 품에 오래도록 안겨있고 싶은 욕망의 미련이 남아서 그랬는지 모를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1월3일<고양올레>창립 3주년 기념 계족산 도보여행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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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에 걷기 좋은 길을 개척하기 위한 모임으로 다음 카페 <고양올레>를 운영하는 카페지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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