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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은 국교 20년 만에 경제교역 규모가 2000억 달러를 넘겼다. 중국은 미국·일본을 제치고 한국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2015년에는 양국의 교역 규모가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이러한 경제적 협력관계에도 불구하고 한중간에는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이어도 문제·탈북자 문제 등 서로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외교적 갈등 지점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의 대 중국 외교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 중국 외교정책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 기자말

지난 10월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대하며 중국대사관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던 일부 북한인권단체들이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중국대사관 앞에 탈북소녀상 설립의사를 밝히면서 탈북자문제를 둘러싸고 한-중간의 외교적 마찰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의 통일·외교정책, 특히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중 외교정책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한중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가는 것이 국익과 남북통일에 가장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논하고자 한다.

한중 간 가장 큰 외교적 갈등은 '탈북자 문제'

한중 양국 간의 외교적 갈등이 가장 심화해 나타나는 것은 탈북자 문제다.
 한중 양국 간의 외교적 갈등이 가장 심화해 나타나는 것은 탈북자 문제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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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8월 중국정부와 외교관계가 수립된 뒤 한중 간에는 정치·경제·문화 분야에서 실로 많은 교류가 이뤄졌다. 특히 중국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양국 간의 경제 교류는 해마다 증가해 현재 한중 무역규모는 미국·일본과의 무역규모를 합친 것보다 많아졌으며 한국 시장의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교류와 협력과는 상반되게 양국은 고구려 역사왜곡 문제·이어도 문제·탈북자 문제 등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이는 외교적 마찰로 이어진다. 양국 간의 외교적 갈등이 가장 심화해 나타나는 것은 탈북자 문제다.

중국은 북한의 혈맹으로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에 탈북자들을 국제난민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요구대로 우리에게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국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탈북자 문제는 본질적으로 북한 문제임과 동시에 남북관계의 문제다. 그런데 여기에 중국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끼어들면서 탈북자 문제는 남북관계의 문제를 넘어 국제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남과 북은 중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외교력을 시험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체포된 탈북자들은 중국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남북 외교전의 성과에 따라 그 운명이 엇갈린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기본 열쇠는 여전히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체포하는 경우 불법 밀입국자로 북한에 보낼 수도 있고, 국제난민으로 인정해 한국으로 보낼 수도 있다.

탈북자들을 전격 수용하기 시작한 김대중 정부서부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남북관계를 설정한 노무현 정부까지 중국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 비교적 우리 정부 입장을 존중했다. 이 시기 중국은 탈북자들이 체포돼 이슈가 될 경우 대부분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추방 형식으로 한국에 보내줬다.

그리고 한국대사관을 비롯한 중국 주재 외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도 우리 정부의 요구대로 한국으로 비교적 쉽게 보내주는 성의를 보임으로써 탈북자 문제 처리에서 북한보다는 우리의 입장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북 강경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탈북자 문제 처리에 있어서 중국은 체포된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한 번도 들어주지 않고, 체포된 탈북자 전원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했다. 우리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주재 해외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도 3~4년이 지나도록 한국으로 보내주지 않아 목숨을 걸고 해외 공관에 진입했던 탈북자들은 다시 대사관을 빠져나와 베트남이나 몽골 등 제3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듯 탈북자 문제는 한중관계의 영향에 따라 그 결과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 정부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탈북자 보호정책을 유지하고, 남북통일을 주도하기 위해 대 중국 외교정책을 개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탈북자문제에서 피해자라는 사실 인정해야

탤런트 차인표를 비롯한 연예인 30여 명과 탈북청소년들이 21일 오후 서울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맞은편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인과 세계인에게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12.2.21
 탤런트 차인표를 비롯한 연예인 30여 명과 탈북청소년들이 21일 오후 서울 효자동 주한중국대사관 맞은편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인과 세계인에게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12.2.2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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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중국 외교정책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중국이 탈북자 문제에서 피해자라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탈북자 문제를 고찰해 보면 중국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웃(북한)을 잘못 둔 죄로 자국 영토로 수많은 탈북자들이 밀입국해 들어오고, 그들은 한국으로 가기 위해 국경 치안을 어지럽힌다. 중국 주재 각국 대사관에 진입하는 등 치안 방면에서 중국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북이 분단된 것은 남과 북의 책임이고, 국민들의 자유와 기본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못해 탈북자가 발생하는 것은 북한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중국에 따져 물을 수는 없다. 중국 정부의 임무는 탈북자들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중국 인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이권(치안유지)을 침해당하며 탈북자를 먼저 살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제관계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의 이해관계가 우선이다. 세상에 어떤 나라도 자국의 치안이 위협받는 것을 방치할 나라는 없다. 왜냐면 그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일지는 어디까지나 중국이 선택할 일이다. 우리가 그것을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중국이 북한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외교력을 행사하는 것뿐이다.

중국에 대한 압박, 탈북자 문제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탈북자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요구대로 우리에게 무조건 보내줄 것을 요구하며 압박한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시키는 중국 정부의 비인도주의적 처사와 도덕성을 비난하며 중국 정부의 심기를 자극한다. 하지만 남북통일을 주도함에 있어서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할 우리의 입장에서 이런 행동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런 방법으로는 중국의 입장을 절대로 변화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역으로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만 가져다줄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릴레이 국제시위에도 중국은 체포된 탈북자 전원을 북한으로 강제송환시켰을 뿐 아니라 북한 국경지역의 단속과 경계를 이전보다 더욱 강화하는 등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을 압박해 우리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을 압박해 자신들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생각과 같이 우둔한 짓이다. 중국은 한국이 압박한다고 굴복할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G2로 부상한 중국을 북한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중국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그릇된 반 중국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민들은 중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이유를 들며 중국인들을 은근히 무시하고 깔보는 경향이 있다.

또, 북한 정권에 대한 증오를 북한 정부를 지원하는 중국 정부에 대신 화풀이 하는 것으로 치환해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성향도 감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그릇된 반 중국 정서는 한국의 국익과 통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일을 대비한 새로운 대 중국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국 외교정책의 기조는 미국과의 튼튼한 동맹에 기초해 기타 나라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외교정책의 기조는 한국 정부가 탄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는 일관된 정책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이러한 기본적인 외교정책의 틀거리 속에서 이뤄진 것. 그러나 이제 우리의 외교정책 기조는 달라져야 한다.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은 점점 추락하고, 중국의 정치·경제적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 맞춰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외교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우리가 미국-중국 사이의 새로운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 대립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속에서 계속 미국 한쪽의 입장에만 선다면 대 중국 외교정책을 주동적으로 수립해 나가는 것에 있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대립구도 속에서 미국 한쪽에만 철저히 얽혀져 있는 우리는 미-중 대립구도가 바뀔 때까지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게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우리 민족 전체에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북한을 변화시키고 남북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역할은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가 더 북한의 변화와 남북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미국보다는 중국이 정치·경제·지리적으로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실례로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경제 봉쇄정책을 끊임없이 추진해 왔으나 북한은 지금까지도 버텨내고 있다. 그러나 만일 중국이 2009년 6월 12일 채택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에 따라 북한에 대한 경제 봉쇄를 단행한다면 북한은 한 달도 못 버티고 백기투항하고 말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국제 역량관계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우리 민족의 이익과 남북통일의 민족적 대업을 이룩하기 위해 '친미는 애국, 친중은 매국'이라는 낡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중국의 지위에 걸 맞는 새로운 대 중국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세상에 영원한 우방(동맹)은 있을 수 없으며 어떠한 우방도 민족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경직된 관점을 바꾸지 않고 중국에게 우리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통일을 주동적으로 해 나가는 주인 된 자세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2002년 북한을 탈북하였습니다. 본기사는 필자가 운영하는 통일경제신문 http://komts.com 에도 기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자기가 직접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기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탈북자강제북송, #탈북자, #중국대사관, #탈북자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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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북한)사람 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선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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