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 CJ엔터테인먼트


1300만에 1100만이다. 올 한 해 한국영화는 두 편의 천 만 영화를 배출했다. 상반기엔 영화 <도둑들>이 있었다면 하반기엔 <광해 :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있었다. 특히 <광해>는 시기상 극장가 비수기로 분류되는 시점에서의 흥행이기에 영화적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작품.

분명 <광해>는 웰메이드 상업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 상품성에 있어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고 작품성에 있어서도 해외 행사와 최근 대종상 영화제 15관왕을 차지하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에 따른 비판도 분명 있다. 최근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의 영화 <도둑들> 겨냥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천 만 영화들이 국내 굴지의 배급사의 힘으로 장기 흥행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게 가장 큰 비판이다. 대종상 영화제 최다 수상에 대해서도 너무 과하지 않냐며 일제히 대기업 독식의 구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비판의 중심은 장기흥행의 배경이다. 배급사와 투자사가 극장까지 소유하고 있는 현 영화산업 구조에서 사실상 특정 기업의 상영관 분배에 따라 영화의 운명이 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천 만을 넘은 <광해>의 흐름에 영화 관계자들의 입장과 비판도 갈리는 경향이다.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 김기덕 필름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어,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

<광해>를 배급한 CJ 엔터테인먼트는 분명 국내 제1의 영화 배급 투자사다. 큰 형이 꾸지람도 가장 크게 듣고, 책임도 크듯이 업계에서 도는 비판의 중심 역시 CJ가 되는 일이 많기에 다소 억울할 일도 있는 상황.

이창현 CJ 엔터테인먼트 홍보 부장은 5일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결국 상영은 좌석점유율과 연동되는 부분이다. 주말에도 10만 명의 관객이 들었고, 당장 5일 오전에도 <광해>가 30프로를 유지하고 있다. 평일 하루에도 4, 5만의 관객이 보고 있는데 결국 자연스럽게 상영관 수는 조정이 되는 부분"라고 말했다.

이창현 부장은 "<도둑들>도 상영관 문제로 욕을 먹었고, 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는 걸 안다. 하지만 <광해> 보다 더 큰 예산을 들인 <마이웨이>나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 경우엔 흥행이 되지 않았다"라며 "작품이 좋지 않다고 욕을 먹고, 수직 계열화라고 욕을 먹는데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결국은 이런 예들이 (영화 산업이) 시장경제 안에서 움직이면서 수요 공급이 자연스럽게 조절되고 맞아떨어지는 반증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5일을 기해 영화 <광해>는 배급사 기준으로 1145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CJ 최고 흥행작이었던 <해운대>의 기록을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기에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다는 게 홍보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이창현 부장은 "내부적으로 <도둑들>(최종 1301만 9740명)을 뛰어넘자며 파이팅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가을 비수기 시즌에 <광해>가 높은 좌석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 논리 어쩔 수 없다지만, 관객들의 다양한 입맛도 생각해야"

분명 작품성과 흥행성이 보장이 되는 작품이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때문에 특정 기업만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대종상 영화제에서의 <광해>의 다관왕 차지로 영화제가 <광해>의 '지능적 안티'라는 말까지 나왔다. 영화 산업과 관계된 기업과 함께 각 부문에서 함께 공정성 등 제도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사례였다.

그럼에도 결국 영화는 관객을 위한 예술이며,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부정하긴 어렵다. 그렇기에 영화 산업 중심에 있는 기업의 자세는 여러 관점으로 논의하고 비판 또한 필요하다.

한국 저예산 영화의 대표주자 격으로 올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제작한 전윤찬 피디는 "산업의 관점에서 영화의 점유율을 말한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긴 하지만 (거대 자본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도 많이 있는 건 사실이다"라면서 "다양한 영화를 선보일 기회를 가리면서까지 (특정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전 피디는 "관객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게끔 영화를 상영하는 게 먼저지 않나 생각한다. 극장별로 좌석점유율이 나오니까 점유율이 좋은 곳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극장에서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를 상영한다면 관객들의 다양한 기호를 맞출 수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윤찬 피디는 "저예산 영화에서도 관객 수는 적지만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작품이 매번 있었다. 다양성 측면에서 이런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확대하면 좋겠다"면서 "산업 논리와 상업화를 뭐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같이 동반 성장을 했으면 하는 거다. 대기업의 웰메이드 영화와 함께 저예산도 같이 성장을 해야 다양성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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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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