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69년에 파월장병들에게 우리 통조림을 먹이기 위해 공장을 세우고 그 여공들을 묵을 수 있게 기숙사로 지어졌다는 나폴리식당
 1969년에 파월장병들에게 우리 통조림을 먹이기 위해 공장을 세우고 그 여공들을 묵을 수 있게 기숙사로 지어졌다는 나폴리식당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통영 답사 이튿날인 13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멍게비빔밥 전문 '나폴리식당. 통영시 도남동에 소재한 이 식당은 통영 관광케이블카 입구 쪽에 자리하고 있다. 통영에 가서 멍게비빔밥을 먹지 않으면, 통영을 반만 본 것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2박 3일의 통영 여행은 나에게 남다른 여행이다. 2박 3일 동안 가급적이면 통영을 하나라도 더 담아내기 위해 정신없이 뛰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예외는 아닌 것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밖으로 나와 산에 올랐다. 식당 앞에 있는 조선소를 찍기 위해서였는데, 숲이 우거져 결국 일부밖에는 찍을 수가 없었다.

나폴리식당의 자랑이라는 멍게비빔밥
 나폴리식당의 자랑이라는 멍게비빔밥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지어진 집

세상사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통영 한 편에 자리한 멍게비빔밥으로 소문 나 있는 집이려니 했는데, 밖으로 나오니 벽에 글귀가 하나 보인다. 이 집에 대한 역사를 적은 내용을 보니, 역사 속에서 아픈 기억 하나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폴리식당은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 월남에 군인들을 파병시킨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음식으로 장병 보급품을 보냈는데, 수산물이 풍부한 통영에 통조림공장을 지었다고 한다. 그 통조림 공장이 현재 식당 앞 바닷가에 자리한 조선소이다.

조선소 자리에 '대한종합식품'이라는 통조림 공장을 차린 후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들을 위한 기숙사를 지었는데 그 집이 바로 현재 나폴리식당이라는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이라 군인들이 이 기숙사로 사용한 집을 지었으며, 준공식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치사를 했다고.

산 위에서 바라본 조선소. 옛날에 파월장병들에게 보급하던 통조림공장이 있던 자리이다.
 산 위에서 바라본 조선소. 옛날에 파월장병들에게 보급하던 통조림공장이 있던 자리이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슬픈 로맨스가 전하는 여공 기숙사

당시 이 기숙사에는 대한종합식품에 다니는 여공 250여 명이 묵고 있었는데, 젊은 처녀들이 묵다보니 인근 남자기숙사에 묵는 남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젊은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서로 만나다 보면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연애사건을 비롯한  각종 사건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여공이 임신을 하면 퇴사하는 반 강제적인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는 것. 남녀가 서로 좋아하다가 일을 저지르게 된 것을 가지고 강제 퇴사를 시켰다니, 먹고 살기 힘든 당시에 직장을 잃은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아픔을 당했을 것이다. 당시 이 건물은 슬픈 로맨스의 현장일 수  밖에 없었을 듯하다.

그런 각종 사고로 인해 이 여공기숙사의 사감은 6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바뀌기 일쑤였다고 한다. 더구나 인근에 자리한 충무관광호텔에는 대통령 전용실이 있었다고 하니, 상대적으로 이곳의 간섭이 심했을 것이란 것이다.

기숙사였던 집을 보수하여 1층은 식당으로 2,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을 한다. 3층은 여성전용이다.
 기숙사였던 집을 보수하여 1층은 식당으로 2,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을 한다. 3층은 여성전용이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통영

전국의 문화재를 답사하다가 보면, 가끔 어르신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 중에서도 바닷가나 강가의 마을에 가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창 때는 돈이 주체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들이다. 충남 논산 강경은 한창 번성할 때는 인구가 3만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금강을 오르내리는 배들이 정박하는 곳이기 때문에 장이 번성한 곳이다.
        
고깃배와 소금배가 이곳에 배를 대고 짐을 풀었기 때문에, 강경포구에는 색주가가 100집이 넘었다고 한다. 조기철이 되면 서해안 연평도 인근에서 잡은 고기를 강경포구에서 내리게 되는데, 지나가는 개들마다 생선 한 마리씩 물고 다녔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곳 통영도 해산물이 많이 나는 지역이니, 당연히 이런 이야기 하나 쯤은 전하기 마련이다.

통조림 공장 등이 들어선 통영도 월남 특수로 인해 돈이 넘쳐났다는 것. 그래서 지나가는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고 할 정도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의 재미있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 집은 월남전이 끝난 다음에 보수를 해 1층은 식당으로 사용하고, 2층과 3층은 통영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했다. 옛 추억 때문인지 3층은 여성전용이다.

통영의 맛집이라는 나폴리식당. 우연히 벽에 붙은 글 하나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생각나게 만든다. 그래서 답사는 늘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고, 그 재미에 길 위를 걷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폴리식당, #여공기숙사, #통조림공장, #멍게비빔밥, #파월장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