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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급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되다 보니 담보대출이 끼어 있는 집은 만에 하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전셋값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 이유로 담보대출이 없는 소위 '깨끗한 전셋집'은 집값 대비 전셋값이 60%에 달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셋값 인상 때문에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하우스푸어'가 되는 지름길.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내 집 마련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장만해야 할까.

세입자에게 유리한 전세 제도

2011년 8월 정부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들썩이는 전세시장을 잡겠다며 올해 들어 세번째 전·월세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세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부동산.
 2011년 8월 정부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들썩이는 전세시장을 잡겠다며 올해 들어 세번째 전·월세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세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부동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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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세 제도에 대해서 살펴보자. 목돈을 집주인에게 주고 이사 갈 때 다시 받아 나오는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전세는 세입자에게 아주 유리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4억 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집주인이 이 집을 전세로 주면 2억 원에 줄 수 있다(매매가 대비 전세가 50% 적용). 집주인 입장에만 보면 이것은 손해 보는 장사다. 4억 원을 은행에 넣어놓지 않고 전세로 받은 2억 원만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간이 흐를수록 집이 낡아지기 때문에 전세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어 처음에 2억 원이었던 자기 자본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세 제도가 계속 존재해 왔던 이유는 집주인이 손해 보는 금액 이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세는 2억 원이라는 전세금을 무이자로 빌려 4억 원짜리 집을 사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만약 집값이 물가상승률 정도인 연 4%씩 매년 오른다고 했을 때, 5년이 지나면 집은 4억8000만 원이 되고 집주인에게는 5년 만에 8000만 원 이익이 생긴다. 실제 투자금액은 2억 원이기 때문에 수익률로 따지면 연 8%에 가깝다. 2억 원을 은행에 넣어놓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2억 원만 가진 사람이 4억 원짜리 집을 손쉽게 사기 위해 집주인은 전세 제도가 필요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거나 오히려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집주인은 4억 원이 아닌,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 2억 원만 은행에 예치할 수 있기 때문에 2억 원에 대한 이자만 받게 된다. 손해다. 만약 5년 동안 부동산이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집주인의 수익률은 2%에 불과하다. 가격이 하락한다면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전세 제도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전제로 설정해놔야만 존재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이 오르지 않고 되레 떨어지고 있는 시기에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 집주인의 인간적인 자비심을 바라는 것은 상당히 순진한 생각이다.

결국 전세 제도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에 따라 그 존폐를 예측할 수 있다. 부동산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면 유지될 것이며, 떨어질 것이라면 점점 사라지고 월세로 대체될 것이다. 전세가 있더라도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50% 정도 이지만 그 차이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만약 부동산 하락을 예상한다면, 그래서 집을 사지 않고 있다면 월세로의 전환 또는 더 싼 전셋집을 찾아 시 외곽으로 이사하는 것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집을 사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

내 집 장만을 고민할 때 가장 염두해야 할 것은 바로 '소득 감소 시점'이다
 내 집 장만을 고민할 때 가장 염두해야 할 것은 바로 '소득 감소 시점'이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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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은행 대출이자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대출 금리가 5%라면 그 이상이 집값이 올라야 이자 부담이 상쇄된다. 그렇지 않다면 전셋집에 사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예를 들어 4억 원짜리 집이라면 적어도 매년 최소 2.5% 이상씩 올라줘야 대출이자를 상쇄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부동산에 따른 세금은 포함하지 않는 단순계산이다. 그것까지 포함한다면 한 해도 떨어지지 않고 매년 3% 정도는 올라줘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고 판단할지라도 덥석 집을 사서는 안 된다. 대출을 낀 내 집은 매월 이자비용을 발생시키기에 돈을 빼앗아 가는 자산이다. 이자로 나가는 비용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그 형태가 10년에서 20년까지 되는 장기대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집의 현금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가장 큰 핵심은 소득 감소 시점이다. 35세에 담보대출을 받았다면 20년 만기대출은 55세까지 갚아야 한다. 지금 맞벌이를 하더라도 부인이 육아 등의 사유로 퇴직하게 되면 소득이 반으로 줄게 된다. 남편이 직장에서 퇴직하는 50세 전후에도 또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 소득이 줄어드는데 설상가상으로 자녀 교육으로 인한 지출은 점점 늘어난다.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을 선택한다면 대출금 상환으로 인해 저축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자녀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대학에 입학하게 될 때 저축이 없기에 빚으로 학자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50세 이후 소득이 줄어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

그 와중에 집값마저 내려간다면? 은행 빚을 갚은 뒤 전셋집을 구할 돈조차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35세에 집을 샀다는 이유로 40~50대에는 하우스푸어, 60대에는 실버푸어로 여생을 살아야 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빚을 져서 집을 사는 경우 이자라는 비용이 발생하며, 집값이 올라도 호가만 오를 뿐 실제 통장 속에 있는 돈의 액수는 불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없어 또다시 빚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내 집을 사기 전, 감당할 수 있는 부채 금액과 갚을 수 있는 기간을 냉정하게 인지하고 내집 마련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고비용 주거비의 개선은 국가의 몫

분명한 것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주거비를 감당하기에 우리나라의 부동산,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주거에 대한 고비용 구조가 있는 사회는 사회 전체적으로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게 만든다. 사람들은 더 싼 집을 찾아 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거나, 평생 이자를 물어가며 고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결혼하기가 힘들어지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아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뜩이나 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인데, 인구가 줄어들어 국가의 발전 동력이 점점 약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고비용 구조의 주거비는 이렇게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우한다. 이것이 주거 문제의 해결, 즉 공공임대주택의 확대에 국가가 나서야만 하는 이유이다. 그럼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국가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또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돈을 아끼고 모아서 집을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내 아이들이 높은 집값으로 인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덧붙이는 글 | 이지영 시민기자는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 교육활동가 및 생활경제상담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푸른살림 카페 : cafe.naver.com/goodsalim)



태그:#주택, #내집마련,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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