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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정우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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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키워드는? 당신이 1박 2일(KBS 2TV '해피선데이) 피디라면 대전을 어떻게 소개할 생각인가?

5일 오후 7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2층 소강당 불이 켜졌다. 두 번째 강좌는 '공간'을 중심으로 대전을 풀어보는 시간이다.  <오마이뉴스 대전충청>과 <대전시민아카데미>가 마련한 '키워드로 보는 대전' 첫 강좌(4일)에서는 '사람'과 '문화'를 키워드로 대전을 해독했다.

최정우 교수(목원대 도시공학과)의 '공간'을 만드는 기준은 명징하다. 

"누구를 기준으로 해야 할까요?  보행자, 장애인, 어린이 노약자, 자전거여야 합니다."

대전의 주요공간은 보행자를 비롯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짜여 만들어져 있을까.

"대전역의 주인은 '택시'... 사람의 공간이 사라졌다"

최 정우 교수가 대전 역세권 개발 조감도를 보여주고 있다
 최 정우 교수가 대전 역세권 개발 조감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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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최 교수는 대전의 관문인 대전역 광장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택시'라고 꼬집었다. 대전역 광장은 동서관통도로와 새로 만든 대전역 역사에 자리를 빼앗긴 후 광장 대부분이 사라졌다. 택시만이 늘어서 있다. 광장문화도 더불어 자리를 감췄다. 

최 교수는 "대전시가 벌이고 있는 역세권이 개발되면 그 혜택을 누리는 주인은 누구일 것 같냐"고 물은 뒤 "사람에게 주어진 공간이 거의 없는 대전역 광장이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잘 가꾼 대전 근대문화유산, 열 궁궐 안 부럽다


[원도심]
대전시의 역사는 경부선 철도가 건설된 시점을 기준으로 약 100여년에 불과하다. 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시나 전주시와 같은 역사유적이나 문화재가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대전이 갖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며 "근대문화유산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키워드로 보는 대전'  강좌 참석자들
 '키워드로 보는 대전' 강좌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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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앙로 인근에 위치한 1931년 지어진 충남도청과 옛 한국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1936년), 옛 한국은행 대전지점(1953년), 충남도청 관사촌, 대흥동성당(1962년), 옛 목동성당(1921년), 옛 대전형무소터 등이 모두 대전의 기억을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는 얘기다.

그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역사의 기억을 찾고 스토리를 만들어 관광자원화 하는 등 문화지구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으능정이 거리의 경우에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조성됐지만 20여 년 전 처음의 모습에서 콘텐츠 등 내용 변화가 거의 없어 매력이 없다"며 "획기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쇠퇴하는 기성시가지에 대한 그의 처방은 공공디자인을 통한 도시재생이다. 건물, 도로, 공원 등 도시공간을 개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상호관계를 고려해 개성을 부여하고 질서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롯데도, 대전시도 기본적인 성의 없어... 3달 전과 똑같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롯데복합테마파크' 조감도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롯데복합테마파크' 조감도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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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심-엑스포과학공원]
1993년 열린 '대전엑스포'를 경험한 이들은 대전의 상징물로 한빛탑과 갑천을 가로지르는 엑스포 다리를 떠올린다. 빛과 과학, 우주라는 첨단 과학을 테마로 열린 엑스포는 애물단지 '엑스포 과학공원'을 남긴 채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다. 대전 8경의 하나인 '엑스포 과학 공원'이 제시되자 최 교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의 방안으로 최근 '롯데복합테마파크'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롯데그룹이 6000억 원을 투입해 놀이시설과 문화시설, 상업시설 등으로 개발하게 될 '복합테마파크구역은 벌써부터 대전롯데월드로 불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전의 키워드는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은 당연 과학기술이라는 대전의 상징성이 녹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롯데복합테마파크' 로 대표되는 재창조사업에는 기존 과학 공원에 대한 존중과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어요."

"3개월 전 대전시에서 자문을 해달라고 해 롯데복합테마파크는 '적합하지 않다'며 고민해야할 지점을 성의 있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발표된 계획안은 3달 전과 똑같습니다. 한 일이 전혀 없어요. 롯데는 작은 이익에만 민감할 뿐 기본적으로 대전에 대한 성의가 없고, 대전시는 이런 롯데를 설득하려는 노력이나 요구조차 없다고 봅니다." 

최 교수가 베니스를 좋아하는 까닭은?

보문산에서 본 대전전경
 보문산에서 본 대전전경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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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재생 방안]
도시공학 전문가인 최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이탈리아 베니스다. 보행자 천국이기 때문이고, 광장이 있기 때문이란다.

"보행자들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평등합니다. 광장에서는 커뮤니티가 이루어집니다"

그의 거주지는 대전 유성에 있는 모 아파트다. 1993년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지만 자녀들이 안심하고 학교와 상가 등을 오갈 수 있는 '보행자' 위주의 주변 환경에 매료돼 정착한 곳이란다.

최 교수는 사람이 행복한 도시가 되려면 지역 커뮤니티가 살아야 한다(사회적 재생)고 강조한다. 여기에 일자리(경제적 재생)와 산업재생 (물리적 재생)이 가미돼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첫 강의는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5시간 동안 진행됐다. 5일 강의는 소강당에서 밤 10시 40분까지, 자리를 옮겨 새벽 1시까지 6시간 동안 이어졌다.

최 교수와 참가자들이 11시간동안 머리를 맞대며 함께 문제풀이 하고자 한 키워드는 결국 도시의 주인공은 누구이고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로 모아진다.

그래서 질문은 다시 강좌가 시작된 첫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대전은 행복한 도시인가요?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누가 만들어야 할까요?'


태그:#공간, #최정우 , #대전, #엑스포고학공원, #보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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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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