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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사회가 끝난 뒤 제작자와 주연배우를 맡은 티고 헤르난트(왼쪽), 감독 마테인 드 용이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있다.
 영화 시사회가 끝난 뒤 제작자와 주연배우를 맡은 티고 헤르난트(왼쪽), 감독 마테인 드 용이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있다.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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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의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어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에서 트위터리언들이 직접 참여하는 라이브 영화가 제작돼 화제가 되고 있다. 즉 트위터리언들이 날린 트윗을 영화 제작에 직접 활용하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영화 <온더 컨트롤(Onder Controle, 통제)> 시사회에서 영화 감독과 제작자, 그리고 출연 배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제작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영화는 모든 스태프가 촬영 장소에 모인 가운데 트위터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영화 제작에 동참하고자 하는 트위터리언들에게 미리 영화 제작일자를 홍보한 후 8월 29일 통신회사인 UPC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영화가 제작되었다.

시사회에서는 5분간의 제작 다큐영상 상영 후 이어서 본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의 자막으로 트위터리언들의 아이디와 트윗 내용들을 볼 수 있었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대사와 상황도 모른 채 공연하는 배우들이 트윗에서 선택되어진 대본을 감독에게 전해 듣고 즉석으로 연기를 해내는 모습이었다. 또한 음향, 촬영 등에서의 실수가 영상에서 그대로 노출됐다.

작품의 완성도에서 볼 때 많은 부분이 부족한 영화였지만 새로운 시도가 큰 의미로 다가왔다. 어떤 트윗이 올라오고 그에 따라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될지가 궁금해지는 영화였다. 기존 영화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제작을 통해 새로운 기록들이 생겨났다. 1만 명의 트위터리언들이 함께 라이브 영화 제작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들이 사용한 해시태그 #nff2012(네덜란드 필름페스티벌 2012)는 #os12(올림픽게임)과 같은 수의 트위터리언들이 사용했다. 제작 시간인 90분 동안 평균 1초에 하나씩의 트윗이 올라온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트위터리언들이 주문하는 대로 '라이브 대사-연기'

영화 연출을 위해 트윗을 보낸 사람들의 아이디와 트윗 내용이 영화 자막에 보여진다.
 영화 연출을 위해 트윗을 보낸 사람들의 아이디와 트윗 내용이 영화 자막에 보여진다.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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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약 150여 명. 모든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는 대단히 큰 모험이었다. 음악 감독도 그 상황을 보며 즉석에서 적당한 음악을 연주하여 녹음하고 배우들은 대사도 모른 채 영화에 참여하게 된다.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질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감독인 마테인 드 용은 트위터리언들의 트윗 내용 중 가장 적합한 것들을 선택하여 배우가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 대사를 전달한다. 그러면 배우는 그 대사를 상황에 맞게 연기해야 한다. 영화 제작시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말 그대로 라이브다.

트윗을 보내며 함께 영화에 동참하고 있던 트위터리언들 가운데에서도 라이브 영화 제작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90분 뒤 영화의 종료가 알려질 때 제작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은 영화 제작이 가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했다고 한다.

영화 <온더 컨트롤>은 주인공이 정신병원에서 온 몸이 묶힌 채 눈을 뜨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왜 정신병원에 갇혔는지, 어떤 누명을 쓰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는 경찰의 수사에 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에서는 자신이 알 수 없는 정신과 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함께 정신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며 주인공은 더 깊은 미로에 빠지게 되는데 병동으로 이동하며 자신이 살해했다는 여자가 같은 정신과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큰 골격은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대사와 행동, 그리고 해프닝 등을 트위터리언들이 보내주는 트윗으로 만들어간다. 결국 격리되어 있는 여자를 찾아 두 사람이 함께 탈출을 시도하는데 탈출 과정에서 트윗을 통해 자신들이 통제되고 있는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주인공과 살해되었다는 여자를 제외한 이 영화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네덜란드인 모두가 이 두 사람을 통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듣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은 티고 헤르난트는 영화의 흐름은 알고 있었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대사를 감독에게 전해 듣고 즉석에서 연기를 해내야 했던 상황 때문에 스릴러 영화임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해 시사회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 예로 경찰에 의해 살인 사실을 추궁당하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동요를 부르라는 설정을 감독에게 전해듣고 그 동요의 가사를 몰라 주저하다 간신히 불렀던 상황(이 장면이 가장 감동적인 장면임)의 예를 들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트위터 영화를 감독한 마테인 드 용을 만나 인터뷰 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없었다"

<온더 컨트롤> 감독 마테인 드 용
 <온더 컨트롤> 감독 마테인 드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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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가?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벌은 공식적으로 네덜란드 영화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이벤트이다. 이 영화는 이번 페스티벌의 공식 실험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올해의 영화제 주제가 '당신의 영화, 당신의 페스티발'이다. 네덜란드 영화를 네덜란드인들이 참여하여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주제였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참여로 영화를 구성하고 라이브로 진행되는 영화를 제작하게 된 동기이다. 네덜란드인들이 참여한 네덜란드 영화, 그것이 기본 구성 요소였다. 투자는 페스티벌 측의 지원과 공식 후원사를 통해 이뤄졌다."

-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는가?
"영화의 다양한 구성 요소를 라이브로 중계하며 만든다는 것은 상상만 했지 실제로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많았다. 그 점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예측 불가능하고,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없었다는 점이다."

- 출연 배우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네덜란드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배우들을 섭외했다. 촬영 장소와 상황 설정은 되어 있지만 어떤 대사로 어떤 행위를 연기해야 할지 배우들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채 시작해야 한다. 트윗을 통해 전해지는 대사 중 가장 적합한 대사를 골라 내가 배우들에게 전해주면 배우들은 현장에 맞게 그 대사를 소화해야 한다. 행동, 목소리, 대사 처리 등의 모든 연기는 배우들의 능력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배우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보통은 감독이 많은 부분을 요구하지만 이 영화의 설정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 이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한다면?
"이 영화는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벌의 한 테마인 실험적 영화의 시도를 위한 공식 영화이다. 배우들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유명한 배우들이 섭외되었고 라이브 영화이기 때문에 단 90분 만에 모든 영화의 종합적 요소들이 결합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내야만 했다. 작품의 핵심 골격이 되는 시나리오도 작가에 의해 그 때 바로 쓰여져 배우들에게 전달되었다.

음향 효과, 촬영, 조명 등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작품의 완성도에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 동안이 아닌 그 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았고 준비가 나름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제작 과정을 예측할 수 없었다. 그 점이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주제로 부각될 수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을 만든 것에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 연출에 참여한 모든 트위터리언들의 아이디와 트윗들이 소개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 연출에 참여한 모든 트위터리언들의 아이디와 트윗들이 소개되었다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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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제작에 참여한 트위터리언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영화 제작에 참여한 트위터리언들은 대략 1초에 한 건의 트윗을 올렸다. 그 가운데 가장 적합한 대사와 행위를 골라 사용했다. 다른 소셜미디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해시태그 #NFF2012를 사용한 트윗을 이용해 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지하게 영화에 동참했다."

- 앞으로도 실험적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인가.
"지난 2010년 부터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 제작을 하나씩 시도했었다. 하지만 이번 만큼 영향력이 큰 영화는 아니었다. 사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영화 제작을 오랫동안 구상해서 준비해오진 않았다. 그 때 그 때 변화되는 사회 현상과 맞물려 실험적인 영화 제작은 시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계획된 실험적 영화 시나리오는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2013년에는 또 다른 실험 영화를 분명히 만들 것이다."

- 이 영화 제작을 통해 가장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되는 점은?
"150명의 제작진과 한 장소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배우, 조명, 음향, 연출, 시나리오 등 영화 제작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사람들과 함께 제작을 진행할 수 있었다. 너무나 대단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내가 다른 영화를 제작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벌은?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벌 실험영화 제작을 위한 광고 포스터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벌 실험영화 제작을 위한 광고 포스터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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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2회를 맞는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벌은 <온더 콘트롤>을 행사 공식 실험영화로 소개했다.

올해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발의 가장 큰 미션은 새로운 영화 문화 창출을 위한 실험적 영화 제작 시도, 네덜란드 영화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나갈 신인 발굴, 영화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후학양성, 마지막으로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 영화의 세계화가 그것이다. 매년 치러지는 행사를 통해 영화 산업 관련자들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32년 전인 첫 회 때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발의 관객은 8000여 명이었으나 지난해 31회 행사에는 15만 2000명의 관객이 참여했다. 2012년 네덜란드 필름 페스티발이 어떤 새로운 네덜란드 영화 산업의 역사를 쓰게 될지 네덜란드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2012년 행사는 위트레흐트에서 9월 26일에서 10월 5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태그:#트위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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