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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로 떠난 큰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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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이 아프리카로 떠난 지 1년째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큰아들은 지난해 8월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는 9월에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떠났다. 큰아들이 아프리카로 떠난 이유는 봉사활동과 영어공부 그리고 아프리카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상을 경험한 뒤에 복학하는 것이 큰아들과 아내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큰아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

아내는 지난해 7월 짐바브웨와 말라위로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그곳 짐바브웨 한인교회 목사로부터 청년 일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큰아들에게 이를 권했고, 큰아들이 적극 동의하면서 아프리카로 떠난 것이다.

큰아들은 지난 6월 초순까지 9개월 동안 짐바브웨 한인교회에서 찬양 인도자와 한글 교사 등의 역할을 감당했다. 군 복무 중에 이발 기술을 배운 큰아들은 그곳에서 이발사 역할까지 하면서 한인사회의 젊은 일꾼으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짐바브웨 출입국 관계자가 아들의 체류자격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교회와 한인 관계자들은 큰아들을 대학교 어학원에 등록시키는 등으로 체류자격을 얻으려고 했지만, 웬일인지 퇴짜 맞았다. 그 관계자가 원했던 것은 뇌물이었다. 그 관계자의 호출을 받고 출입국을 찾아가면 '그것'을 가져왔느냐고 묻고, '그게' 뭐냐고 반문하면 짜증을 내더라는 것이다. 체류자격을 트집 잡아 뇌물을 챙기는 것이 부패한 관료의 관행인데 큰아들이 협조하지 않으니 짜증 부릴 수밖에….

큰아들은 부패한 방법과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프리카의 눈물을 제대로 겪지도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자 한인교회 목사가 '남아공열방대학'(YWAM)을 추천했다. 이 대학은 아프리카 선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지원하는 선교대학이라고 했다. 큰아들은 6개월 코스의 '예수제자훈련학교'(Discipleship Training School)를 마음으로 정했다.

아내와 나는 큰아들이 아프리카 최빈국인 '말라위'로 향하기를 바랐다. 그곳에선 한국 기독 청년들이 에이즈 퇴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거기서 아프리카의 눈물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죽음까지도 만났으면 해서였다.

한편으론 선교훈련비(370만 원)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에 말라위 행을 권했다. 딸은 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작은아들은 대학 1학년이어서 학비 부담이 큰 데다가 이주민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살림에 보탬이 되지 않으니 선교훈련비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아들, 가난한 친구 위해 모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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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 열방대학에서 동양인은 아들 혼자입니다. 빡빡머리가 큰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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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은 결국 지난 6월 18일 짐바브웨를 떠났다. 남아공으로 향하는 큰아들의 신분은 불법체류자.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버스를 타고, 갈아타고, 기다리는 등 장장 40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물론 비행기를 이용하면 금방 갈 수 있지만, 넉넉지 않은 처지여서 머나먼 행로를 선택했다. 주소와 연락처를 달랑 들고 낯선 나라에 입국하는 불법체류자 신세였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프리카 선교사를 꿈꾸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를 사랑하기 시작한 큰아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복학과 스펙 쌓기, 졸업, 취업 등의 고민보다는 아프리카의 가난을 배우면서 조금씩 겸손해졌다. 그것은 부모 덕분에 땀도 눈물로 없이 거저 누렸던 편안과 풍요에 대한 뉘우침이었다. 그 어느 대학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아프리카의 가난과 그 가난의 영성을 배우고 있는 큰아들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앞으로 갈 아웃리치의 장소와 비용이 정해졌다. 1인당 18000란드(한화 250만 원). 아직 3개월의 학비도 내지 못한 사람이 반이 넘는다. 물론 잘 사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 나는 가진 게 너무나 많았다. 대한민국에서는 한물 지나간 갤럭시S를 쓰고, 배터리가 다 소진돼서 파워케이블 빼면 바로 꺼져버리는 노트북 그리고 거의 중고나 헌것들인 나의 옷들.

그러나 나는 부자 측에 속했다. 학비도 다 냈고, 아웃리치 비용도 냈다. 다른 애들은 거의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는데, 나는 매일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13살 때부터 메일 계정이 있었는데, 23살이 돼서야 메일 계정을 처음으로 만들고 페이스북에 가입한 친구도 있다. 한번은 맥도날드를 갔는데 주문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그냥 앉아 있다가 만 왔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서 주문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진짜로 돈이 없어서 주문을 못 한 것이었다."

그곳에선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친구에게 나눠주는 '기방 데이(Giving Day)'가 있었다고 했다. MP3플레이어와 PMP를 들고 기빙 데이(Giving Day) 행사장에 간 큰아들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고 했다. 자신의 가장 아끼는 물건들을 품에 안고 모인 친구들 그리고 아무런 조건없이 나눠주며 서로 기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젤라'라는 흑인 친구는 아끼는 옷을 내놓았고, '플로리안'이란 친구는 몇 개월 동안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장만한 신발을 내놓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친구의 결혼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하는 모습을 본 큰아들은 만일을 대비해 숨겨 놓았던 돈을 기부했다. 그리고는 선교훈련비가 없어서 아웃리치를 떠나지 못하는 가난한 친구들을 위한 모금에 나섰다. 큰아들이 페이스북에서 호소한 글이다. 

"혹시 이들 아웃리치(전도여행)을 돕고 싶다면, 페이스북 메시지나 buckcho923@gmail.com으로 메일을 주세요. 천 원, 이천 원, 백 원 그런 것은 숫자에 불과해요. 저는 선교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도 굴뚝같은 데 제 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앞으로 해변으로 가서 음악도 연주하면서 돈을 모을 생각이지만, 한국의 친구들이 조금씩이라도 도와준다면 이들에게 진짜 큰 힘이 될 듯합니다."

아웃리치 모금 시작 3주 만에 모인 30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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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열방대학의 세족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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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로가 지난 6월 중순에 가리봉으로 찾아왔다. 그가 나를 찾아온 것은 신장 기증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대기업 이사이자 공장건설 책임자인 그는 중국과 한국 현장을 오가면서 바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과연 합당한가? 라는 마음이 들었단다. 그런 중에 신장 기증에 대해 기록한 나의 글을 보고서 '나도 한 생명을 살려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조언을 듣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이다.

최 장로와 이야기를 나누다 큰아들의 열방대학 학비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아내는 큰아들의 선교훈련비 마련을 고민하고 있었고,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나는 시무룩한 상태였다. 최 장로와 그렇게 헤어졌다가 7월 초순 식사모임에서 다시 만났다. 최 장로에게 대접을 잘 받고 헤어지는 데 "큰아들의 열방대학 장학금"이라며 봉투를 쥐여주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100만 원이었다. 아내에게 전했더니 대출을 받아서 이미 송금했다는 것이다. 장학금을 돌려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에 큰아들의 아웃리치 비용 모금이 시작된 것이다.

최 장로의 장학금 100만 원을 아웃리치 모금에 보태기로 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큰아들의 모금 사연을 알렸다. 여수YMCA 사무총장인 후배가 첫 번째로 동참했고, 화학공장 공장장인 선배가 여름 휴가비 100만 원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올해 여름휴가는 못 간다!'고 통보했다. 내가 일하는 이주민 단체의 목사와 함께 일하는 선생, 큰아들이 복무했던 공군부대 간부 등이 동참하면서 모금 시작 3주 만에 306만 원이 모였다. 큰아들이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감사인사를 했다.

"저는 선교사 지망생입니다. 아직 선교사가 아닙니다. 짐바브웨에서 작으나마 교회 돈을 만져본 적은 있지만, 큰돈은 만져본 적이 없습니다. 아직 어느 단체에 속하지도 않은 저에게 그저 글로써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다시 돌려받았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습니다. 기부금으로 자기 욕심을 채우는 사건이 한둘이 아닌 이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저를 믿어주시고 제 개인 계좌로 큰돈을 기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웃리치 후원금은 남아공 열방대학 스태프에게 전달됐다. 그 스태프는 큰아들에게 '고맙다(Thank you)'라고 했지만, 큰아들은 자신이 받을 인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서 보내준 후원금 덕분에 아프리카 원주민인 '졸라'를 비롯한 친구들이 아웃리치를 떠날 수 있게 됐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후원을 해주고 받았으니 그들 또한 그렇게 아프리카의 눈물을 닦아주는 선교사가 될 것이다.

큰아들을 비롯한 훈련생들은 세족(洗足)을 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예수처럼 서로의 발을 씻겨주면서 낮은 사랑과 섬김을 나누었다. 슈바이처의 후예인 그들은 아프리카 혹은 아시아로 선교여행을 떠날 것이다.

10월 1일 요르단으로 떠날 예정인 큰아들은 거기서 노숙자와 난민들을 위한 아웃리치를 하게 된다. 큰아들은 깨지면서 깨달을 것이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순명(順命)하고 싶은 마음과 그 가르침이 말처럼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온전히 체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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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열방대학에서 선교 훈련 중인 큰아들(우측)은 10월1일 요르단으로 아웃리치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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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아 진짜 선교사가 되라

"한국은 이제 국적 이외엔 의미가 없는 나라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공부해서 아프리카의 선교사가 되겠습니다. 저는 아프리카가 좋습니다. 아버지,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 그것은 부모 품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이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큰아들의 선언에 크게 섭섭하지 않다.

큰아들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학점 경쟁과 스펙 쌓기 경쟁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 경쟁, 취업하면 승진 경쟁, 결혼 또한 경쟁 승률에 맞춰서 아내를 맞이할 것이고, 전세와 집 장만, 자녀양육과 사교육 경쟁 등으로 인생을 소진할 터인데….

다만 선교사가 되려면 밥이나 축내는 엉터리 선교사가 아니라 고(故) 이태석 신부님 같은 진짜 선교사가 되면 좋겠다. 아프리카 친구들에게서 발견한 가난의 영성과 순수함 그리고, 희망을 온전히 세우는 일에 너의 인생이 사용되면 정말 좋겠다. 큰아들아! 그리된다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