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언론보도에 따르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8월 30일 충남 홍성군 문당마을을 방문해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안철수 원장은 마을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식량 안보 측면에서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농업을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는 것이 문제라는 여러분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답니다.

단 한 번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적은 없지만, 18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안 원장이 식량을 '안보'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안철수 "식량자급률 심각한 문제"... 역대정권 '농업 외면'

이명박 정권만 아니라 역대 정권은 말로는 '농촌을 살리겠다'고 했지만 농업을 경제적 관점으로 봤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한 것도 결국 공산품을 많이 팔아 우리 경제를 살리자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농업은 내줘야 했습니다. 이제 이명박 정권은 한중FTA마저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중FTA는 한미FTA보다 더 농촌과 농업에 치명적입니다.

안 원장 말처럼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심각합니다.  1970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곡물자급률)은 80.5%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이 251달러에 불과했지만 우리 농민이 생산한 곡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대부분 해결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2010년 현재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6.7%입니다. 그나마 쌀자급률이 104.6%(2010년기준)이기때문에 26.7%입니다. 다른 곡물을 보면 충격입니다. 옥수수자급률(0.8%), 콩(8.8%)로 곡물자급률은 5%입니다. 결과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입니다.

'신토불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74%는 외국농산물을 사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은 바로 '생명'입니다. 우리 생명을 외국 농부들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쌀자급률이 높다고 생각하겠지만 따져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쌀 뺀 식량자급률 '5%'... 쌀자급률 높은 이유는 쌀소비량 떨어지기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쌀 재배면적은 지난 2006년 95만5000ha, 2007년 95만250ha, 2008년 93만6000ha, 2010년 89만2000ha, 2011년 85만4000ha, 2012년 84만9172ha로 등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11년 전인 2001년 108만3125ha에 비하면 무려 23만3953ha가 줄어들었습니다. 

재배면적이 줄어드는데도 쌀자급률은 2005년 102%, 2006년 98.5%, 2007년 95.8%, 2008년 94.4%, 2009년 101.1%, 2010년 104.6%입니다. 이유는 쌀소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31일 발표한 '2011 양곡년도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1.2kg으로 1년전 72.8kg에 비해 2.2%(1.6kg) 감소했습니다.

지난 1980년 132.4kg에 비하면 60%에 불과합니다. 특히 지난 8월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2년 상반기 농업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을 68.7kg로 추정했습니다. 처음으로 70kg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022년에는 50kg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쌀을 적게 먹으니 쌀 자급률은 떨어지지 않지만 다른 식량을 더 많이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이 5%입니다. 5%로 식량안보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자급률 5%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에 가뭄이 들었습니다. 60년만이라고 합니다. 옥수수와 콩이 말라죽어가는 모습을 미국 언론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들도 자주 보도했습니다. 값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12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무려 3.5% 폭등한 부셸당 9.0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대두 11월물은 1.8% 오른 17.53달러를 기록했다. 대두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21.3% 상승했으며, 밀가격은 17.9% 올랐다."(8월 30일 <이데일리> 브레이크 없는 곡물가 상승... 애그플레이션 우려 '꿈틀' 중)

가뭄은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부추기겠지만 곡물 메이저인 '카길' 'ADM' '벙기' 'LDC' 등이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80%, 곡물 저장시설의 75%를 이들 4개 회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곡물독과점'입니다.

우리 생명줄... 곡물메이저 회사가 쥐락펴락

이들 중 최대 곡물회사는 카길로 자사 인쇄물에서 스스로를 "우리는 당신이 먹는 국수의 밀가루, 감자튀김 위의 소금, 토티야의 옥수수, 디저트의 초콜릿, 청량음료 속의 감미료"라고 묘사합니다. 카길은 1865년에 세워졌으며, 미국의 개인 기업 중 두 번째로 큰 기업으로 피고용인이 약 15만8000명이고 매출은 약 880억 달러입니다.

다음으로 ADM은 브라질 등 남미를 장악해 지난해 매출은 80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는 옥수수 등을 원료로 에탄올을 만들어 내는 바이오 에탄올사업을 통해 미국 에탄올 생산량의 13%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들 곡물 메이저들로부터 전체 수입 물량 60%가량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 '명줄'이 이들에게 달려있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생명줄을 넓게는 외국 농부가 좁게는 이들 곡물메이저들이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할 뿐입니다. 이들이 곡물가격을 폭등시키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만 아닙니다. 지구촌 어린이들이 5초에 1명, 하루에 1800명의 어린이가 빈곤과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뭄과 곡물생산량 감소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세계가 생산하는 식량은 129억 명(현재 지구인구 약 70억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공급만 잘하면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은 없습니다.

굶주림은 생산량이 아닌 분배... 곡물메이저들 탐욕

그럼 왜 어린이들이 죽어갈까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어.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아가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지. 기아가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거야.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자연도태설.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어."(본문 39~41쪽)

자신들 탐욕을 채우기 위해 자연재해인 기아를 빌미삼아 별 볼 것 없는, 버러지 같은 이들을 도태시킵니다. 곡물 가격 폭등이 가뭄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돈을 주고 사먹습니다. 당연히 곡물메이저들은 탐욕이라는 배를 채웁니다. 방법은 없을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장 지글러는 극약처방을 제시합니다.

"시카고의 곡물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하며, 협의 등을 거쳐 제3세계에 대한 식량 공급로가 확보되어야 하고, 서구 정치가들을 눈멀게 만드는 어리석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폐지되어야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본문 169~170쪽)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농업을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는 것이 문제라는 여러분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농민 앞이라 한 말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농민 생존권이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들 생존권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경제논리로 농업을 바라보지 말고,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측면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은 곡물메이저들에게 생존권을 구걸하는 비극을 맞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없어도 한 달은 살 수 있지만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태그:#안철수, #식량자급률, #식량안보, #곡물메이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