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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사태에 이어, 원청 대기업이 직접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폭행, 납치하는 사건이 하루에 두 차례나 벌어졌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시 30분경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현대차 소속 보안팀과 경비대가 노조 사무실로 들어가던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간부 2명을 폭행한 후 납치해 울산 동부경찰서로 끌고 갔다.

폭행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진환 조합원은 "뒤에서 이름을 불러서 돌아봤는데 갑자기 얼굴을 맞았다. 순식간에 20~30명의 용역들과 보안팀에게 둘러싸여 머리, 턱, 옆구리, 어깨, 허리 등을 주먹과 무릎 등으로 맞았다. 그런 후에 스타렉스 차량에 강제로 탔다. 차 안에선 건장한 용역들이 앞뒤로 앉아서, 내 휴대폰을 강제로 뺏으려 했다. 차 안에서 동부서까지 20여분 정도 걸렸는데,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고 차에 실려 정신없는 상태에서도 내내 굉장한 위협을 느꼈다"고 상황을 전했다.

보안팀 측은 "비정규직 지회 측이 불법파업을 주도하고 공장 불법 점거를 시도해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동부경찰서는 조사 후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폭행 피해자들은 안면 등에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폭력은 계속됐다. 이날 오후 1시경에는 지회 간부 1명이 사무실 근처에서 납치시도를 당했고, 오후 6시 30분경엔 또 다른 간부 2명이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공장 안 은행에 가던 중 대형버스에서 내린 현대차 보안팀과 경비대 30여 명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했다. 그 후 보안팀이 이들을 차에 실어 각각 울산 동구 꽃바위와 현대중공업 근처에 버려두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피해자들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며칠 전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부터 비정규직지회 사무실까지 용역으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경비가 조를 짜 순찰을 돌고 있으며, 경비대를 태운 버스와 스타렉스 차량이 인근에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어제 새벽부터 버스와 경비들을 내보내라고 요구했음에도, 이들은 계속 순찰을 돌았다. 그러다 결국 폭행사건이 하루 만에 두 차례나 벌어졌다"고 전했다.

지회 측은 "현대차 측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에 타격을 주고 현재 진행 중인 노사교섭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이러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회는 지난 16, 17일에 걸쳐 불법파견 철폐를 위한 전면파업을 벌였고, 이어 20일에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비정규직지회는 이러한 폭력이 이전부터 상습, 조직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보고 있다.

"이런 사건이 사실은 비일비재했다. 2010년에도 한 간부 한명이 휴게실에서 쉬는데 관리자들이 들어와서 납치, 폭행해서 고막을 터뜨리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식당에 들어와 수백 명이 보는 데서 버젓이 간부를 폭행하고 버스에 실어간 적도 있다."(이진환)

비정규직지회가 공개한 사건 사례에 의하면 2010년 한 해 동안에만 조합원들에 대한 사측의 폭력사건이 비슷한 방식으로 5차례나 발생했다. 당장 지난 주인 8월 10일에도 조합원 1명이 경비대에 폭행당한 뒤 공장 밖에 버려졌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기업이 민간군사조직에게 폭력을 사주하다 못해 이제는 직접 폭행에 나선 지경"이라며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비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이나 행위로는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현대의 최고책임자가 공식적으로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에 대한 납치, 폭력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또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현대차 측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납치, 감금에 대해서는 형법 제 276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기에 폭행이 수반된 경우 형법 277조의 '중체포 감금죄'에 해당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현대차 보안팀이 폭행, 납치 과정에 함께 있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감안하면 현대차에 '공모공동정범'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또 현대차가 상습적으로 노동자를 납치, 감금했다면 형법 제 279조의 상습법 조항에 따라 형이 가중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됩니다.



태그:#현대차, #울산, #비정규직, #용역,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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