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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뱅크, 타이어 은행' 등 폼 나는 이름 마다하고 '타이어마을'이라니. 마을이라 함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사람 냄새 나는 곳이 아니던가. 그렇다. 12년 째 타이어 장사를 하고 있는 허구욱씨의 가게 이름이 타이어마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게 이름을 자신이 직접 지었다. 평소 사람 좋아하는 낙천적인 그의 성품이 반영된 상호다.

허구욱 씨가 싼 타이어를 강조하는 것은 이 시대 서민의 아픔과 맞물려 있다. 싼 중고타이어를 많이 찾는 것은 순전히 경기가 어려워서라고.
▲ 싼 타이어 허구욱 씨가 싼 타이어를 강조하는 것은 이 시대 서민의 아픔과 맞물려 있다. 싼 중고타이어를 많이 찾는 것은 순전히 경기가 어려워서라고.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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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게를 다녀간 사람들은 모두 그를 '인심 좋은 시골마을 아저씨' 쯤으로 기억한다. 그는 웬만하면 허허 웃는다. 웬만해선 손님과 다투는 법이 없다.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다보니, 손님에게 그대로 묻어난다. 단골들에게도 '싸고 좋은 거 파는 아저씨'라고 찍혔다(?).  젊은 고객들 사이에선 '새 거 같은 중고 파는 아저씨'라고 입소문이 자자하다. 양심적으로 판다는 이야기다.

손님들이 "사람 좋게 생겼시유?"라면 그는 어김없이 "허허허, 그래서 돈 못 벌고 살아유"라고 응수한단다. 그는 27일 인터뷰 내내 '인간적, 양심, 진정성' 등의 단어들을 자주 말했다. 그가 살고 싶은 마을의 모습이 그려진다고나 할까.

타이어 보면 서민의 삶이 보여.

그가 유달리 타이어가격의 저렴함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서민들의 속 터지는 사정을 피부로 체험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우니 손님들은 새 타이어보다 중고 타이어를 훨씬 많이 찾는다고. 그나마 그런 중고 타이어도 제때 가는 것을 지체하는 서민이 많다고. 그는 타이어 상태를 보면 사고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다. 좋지 않은 상태의 타이어를 못 갈아 그냥 타고 다니는 서민들의 차를 보면 가슴 아프단다.

특히 생계유지용 대형트럭의 경우는 더 그렇다고. 남들이 타이어 네 짝 갈 때, 그들은 열 짝을 갈아야 한단다. 그것도 대형 타이어라 가격이 만만찮으니 타이어 한 번 갈 때마다 가게경제가 휘청한단다. 무거운 짐을 싣고 다니는 차다 보니, 항상 펑크로 인한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마모가 심한 타이어는 브레이크 제동거리가 길어진다. 고속도로 위에서 펑크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마모가 심한 타이어는 겨울 빙판길엔 쥐약이다. 타이어 하나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음에도, '좀 더 안전한 타이어'가 아니라 '좀 더 값싼 타이어'를 찾는 서민들의 아픔이 있다.

타이어를 교환하고 있는 허구욱 대표. 그는 12년이란 세월을 타이어와 함께 해왔다. 사람이 좋아 타이어마을이라고 이름 지었지만, 사람 때문에 아픔을 많이 겪었던 그. 오늘도 타이어마을엔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
▲ 타이어교환 타이어를 교환하고 있는 허구욱 대표. 그는 12년이란 세월을 타이어와 함께 해왔다. 사람이 좋아 타이어마을이라고 이름 지었지만, 사람 때문에 아픔을 많이 겪었던 그. 오늘도 타이어마을엔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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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타이어 찾는 이유 있었네.

"전엔 타이어 가격이 3~4%씩 올랐는데, 요즘은 10%씩 올라유. 그러니 서민들이..."

말을 차마 잇지 못하는 허구욱 씨가 가게 초창기를 추억한다. 초창기엔 타이어 네 짝을 모두 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그것도 새 타이어로 가는 사람이 많았다. "까짓 거 타이어 네 짝 갈면 얼마나 한다고, 목숨이 더 중요허재"라면서. 하지만, 요즘은 손님들이 가게에 오자마자 "싼 중고 타이어 없시유?"란다. 하다못해 재산이 있어 보이는 사람도 중고타이어를 찾는단다.

"원칙적으로 중고타이어 판매는 합법적이진 않쥬. 타이어로 인해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의 문제가 있으니께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고, 자원재활용 차원에서도 좋은 거니까유."

'찾는 사람이 있으니 판다'는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기엔 이 시대의 아픔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저도 사람인데, 막말에 반말은 좀......"

이런 그라고 어찌 힘든 일, 속상한 일이 없었으랴. 초창기엔 타이어 도매업을 했다. 사람만 믿고 타이어를 열심히 납품했다가 누적된 미수금으로 인해 가게가 휘청했다고. 본인이 직접 타이어 수리교환을 하면서 호전되나 싶었다.

6년 전, 그의 가게 바로 옆에 타이어가게가 또 하나 생기면서 위기는 찾아왔다. 크지 않은 안성에서 바로 옆에 동종 가게가 생긴다는 건 치명타다. 5년을 넘게 마음고생 했다는 그의 얼굴이 잠시 찌푸려진다. 새 타이어만 취급하던 그가 중고타이어도 취급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손님 중엔 보자마자 막말에 반말과 욕지거리를 하는 사람이 있시유. 저도 사람인데 참기 힘들지유. 거기다가 말도 안 되게 억지 쓰는 사람을 보면 환장하쥬"

타이어를 교환해간 후 문제가 생기면 막무가내로 그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은 대책이 안 선다고. 그가 볼 땐 분명 본인과실인데도 손님이라 말도 못하고. 다짜고짜 "이 새끼 저 새끼" 하면서 들이댈 땐 할 말을 잃는다. 타이어를 갈아간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책임을 묻겠다며 막말해오는 손님 앞에서 뭐라 말할까. 그는 타이어를 팔면서 도를 닦고 있는 게다.

그가 살아온 인생이야기부터 타이어이야기를 하며 신명난 허구욱씨. 타이어 장사를 하는 자신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 타이어이야기 그가 살아온 인생이야기부터 타이어이야기를 하며 신명난 허구욱씨. 타이어 장사를 하는 자신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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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중에 "덕분에 싸고 좋은 타이어 타고 다녀유"란 말 한마디가 그에겐 천금 같은 에너지가 된단다. 손님 때문에 일희일비 하는 그. 자신이 타이어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럽다는 그. 서민들의 발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있다는 그. 그는 오늘도 손님을 맞이하며, 시원스레 이렇게 인사하고 있겠지.

"어서 오세요, 손님. 어떤 타이어 드릴까요?"


태그:#타이어, #중고타이어, #타이어마을, #허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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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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