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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9일 미쓰비시와 진행해오던 근로정신대 협상이 최종결렬됐다고 공식발표했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9일 미쓰비시와 진행해오던 근로정신대 협상이 최종결렬됐다고 공식발표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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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유일하게 진행돼오던 일제 강점기 전범기업 미쓰비시와 근로정신대 할머니 간의 협상이 결국 최종 결렬됐다. 특히 한국 정부의 수상한 무관심이 협상 결렬의 중대 원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란이 예상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대표 김희용 목사, 이하 시민모임)'은 9일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나고야에서 지난 6일 열린 16차 협상을 끝으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민모임은 "미쓰비시가 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 결과 등을 들며 시종 오만한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며 "도의적 미안함은커녕 협상에 임하는 최소한 진지한 자세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협상 결렬 이유를 꼽았다.

특히 시민모임은 "협상의 역사적 의미를 감안해 한국 정부에 수차례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정부는 '민간기업과의 일'이라며 남의 일 보듯 철저히 외면했다"고 고발했다. 정부가 포기한 일을 국민들이 나서서 싸워 협상 테이블까지 만들어 2년 동안 협상투쟁을 벌이는 동안 정부는 외면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시민모임 "협상 동안 우리에게 정부는 없었다"

시민모임은 "협상투쟁을 벌이는 동안 우리에겐 정부는 없었다"며 "정부는 협상이 있는지 없는지, 도대체 몇 번이나 진행되고 있는지, 요구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지난 5월 24일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강제 징용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두 기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정부는 '이 청구는 65년 한일협정에 포함된 것이어서 정부가 별도로 요구할 것이 없다'고 말해버렸다"며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이 전해지자 미쓰비시 입장도 협상 테이블에서 싸늘하게 변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본 외무성이 할 법한 소리를 대한민국 외교통상부가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해가며 해대는데 어떤 일본 기업이 성실하게 협상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시민모임은 "전범기업 미쓰비시에게 한국 정부는 '아리랑 3호 위성'을 수주하게 해줬고, 수천억 원대의 발전시설을 입찰하게 해줬다"며 "한국 정부가 나서서 전범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67년을 기다려 사죄의 말한마디 듣고 싶었는데,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고 아쉬워하며 "미쓰비시가 '너희가 나이도 먹고 했으니까 살면 얼마나 살겠냐'며 우리가 죽으면 끝난다는 식으로 협상을 미뤄온 것 같다"고 쓴 눈물을 흘렸다.

양 할머니는 "정부도 없었고 나라도 안 지켜줬지만, 우리 시민들이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협상 결렬 소식에 눈물도 흐르고 마음도 아프지만 악착같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능률적인 불매운동 계획하고 있다"

한편, 협상이 최종 결렬된 미쓰비시 협상은 여러 가지 기록과 의미를 남기며 계속돼 왔다. 우선 해방 이후 단일 사죄와 손해배상 촉구로는 최대 인원인 13만5천 명이 항의서명에 동참해 일제 강점기 제1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를 협상장에 세운 최초 사례가 됐다. 이 과정에서 광주 미쓰비시 전시장 앞에선 208회에 걸친 전시장 철수운동이 이어져 결국 미쓰비시는 광주 전시장을 철수하고 말았다.

또 이번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협상은 한국 측 대표가 본 협상단에 참여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 협상 전엔 일본 전범기업과 한국인 피해자 간의 세 건의 '화해'가 있었지만 화해 협상단은 모두 일본의 양심적 변호인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선 시민모임 자문위원인 이상갑 변호사와 시민모임 이국언 사무국장이 직접 협상당사자로 나서는 최초의 전례를 남겼다.

미쓰비시와의 최종협상 결렬을 선언한 시민모임은 7월 셋째 주 일본으로 가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돕는 일본 나고야 지원단과 향후 투쟁계획을 세밀하게 정리할 예정이다. 시민모임은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둔다"며 강도 높은 반 미쓰비시 투쟁을 예고했다.

한 시민모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온 반 미쓰비시 시위보다 더 강력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며 "미쓰비시에 직접적 타격을 가할 실질적이고 능률적인 불매운동은 물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쓰비시 반대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근로정신대, #미쓰비시, #시민모임, #일본,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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