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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회 특전사마라톤 대회'에서 특전사에서 군 생활을 함께했던 동료 및 현역 특전사 병사와 함께 낙하산 등 고공침투 장비를 작용하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회 특전사마라톤 대회'에서 특전사에서 군 생활을 함께했던 동료 및 현역 특전사 병사와 함께 낙하산 등 고공침투 장비를 작용하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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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도전을 선언한 문재인 의원이 지난 24일, 특전사전우회 주최로 열린 '6.25 상기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특전사 얼룩무늬 군복에 검은 베레모, 선글라스까지 끼고 34년 만에 동기들에게 경례하는 문 의원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를 두고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언론들은 하나같이 호의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포스가 작렬'한다느니, '문 의원이 강력한 리더쉽 행보에 나섰다'느니 등등. 문 의원은 1975년 8월 강제징집 돼 특전사령부 제1공수 특전여단 제3대대에서 1978년 2월까지 군 생활을 한 바 있다.

특전사 군복 입은 문재인... 색깔 공세 맞대응?  

물론 문 의원이 특전사 군복까지 입고 관련 행사에 참가한 것은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다. 계속되는 새누리당의 지긋지긋한 색깔 공세에 맞서는 행보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도 종북주의니 어쨌느니 하면서 시비 걸래?'

<경향신문>은 문 의원의 행사 참석은 최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색깔론 제기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조갑제씨의 <종북 백과사전>에 보면 종북주의자나 간첩 출신 정치인 분석도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문재인 의원도 연방제 통일을 옹호했다며 종북 국회의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뿐인가.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 문재인이 대중들에게 크게 다가갈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 중의 하나는 어쨌든 그의 저서 <운명>에 실린 공수부대 시절의 사진 공개였다. 대중들은 그의 남성적인 모습에 열광했으며, 준수한 외모와 다부진 몸매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니 본격적인 인기몰이에 나서야 하는 문재인으로서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군대 때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겠다.

1970년대 후반 특전사 공수훈련 시절 촬영한 문재인 의원의 사진(사진 왼쪽)이 지난해 책 '문재인의 운명'을 통해 공개되어 큰 인기를 얻은 가운데, 30여년이 지난 24일 오전 문재인 의원이 같은 장비를 작접 착용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특전사전우회가 주최한 '제1회 특전사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의원은 고공훈련 장비를 전시한 곳에서 낙하산을 비롯해서 고공훈련 장비를 착용했다. 문재인 의원은 함께 특전사 근무를 한 동료들과 함께 장비를 착용하며 "되게 무겁네. 옛날엔 어떻게 했지?" "그때는 무거운 줄 몰랐었는데..."라며 훈련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 문재인 "그때는 무거운 줄 몰랐었는데" 1970년대 후반 특전사 공수훈련 시절 촬영한 문재인 의원의 사진(사진 왼쪽)이 지난해 책 '문재인의 운명'을 통해 공개되어 큰 인기를 얻은 가운데, 30여년이 지난 24일 오전 문재인 의원이 같은 장비를 작접 착용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특전사전우회가 주최한 '제1회 특전사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의원은 고공훈련 장비를 전시한 곳에서 낙하산을 비롯해서 고공훈련 장비를 착용했다. 문재인 의원은 함께 특전사 근무를 한 동료들과 함께 장비를 착용하며 "되게 무겁네. 옛날엔 어떻게 했지?" "그때는 무거운 줄 몰랐었는데..."라며 훈련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 '문재인의 운명'에서/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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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재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박근혜 의원이다. 비록 최근 이재오 의원이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구시대적인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 우리 사회에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보수적인 인사라도 군대에 다녀온 문재인이 차라리 박근혜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행사에 참여한 문 의원이 "강한 특전사가 저를 강한 남자로 만들었다"라고 한 발언은 결코 우연으로 읽히지 않는다. 그는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날 왼쪽 가슴에 특전사 동지회 배지를 달았다. 물론 그 배지는 그날 참석한 특전사 출신 실향민이 달아준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그것은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군대 시절의 이미지를 차용한 그의 대선전략으로 보인다.

우리는 왜 병장 문재인에게 열광했나

특전사 출신 문재인에 대한 대중의 환호와 그에 따른 후보의 전략. 그러나 그럼에도 난 이번 문재인의 군복이 불편하다. 왜?

우선 대중들이 그의 특전사 사진에 열광했던 이유를 살펴보자. 과연 대중들은 그가 일반 사병이 아니라 특전사였기 때문에 열광했을까? 아니다. 대중들이 그의 특전사 사진에 열광했던 것은 그가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럼에도 특전사였기 때문이다. 즉, 어떤 특권도 없이, 혹여 그게 특전사처럼 고된 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는 묵묵히 수행했던 문 의원의 자세에 대한 호감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특전사 사진은 과거 인기를 끌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군대 사병 때의 모습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물론 검은 베레모의 문 의원 사진이 어떻게 보면 더 멋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대중들은 그의 사진에서, 돈과 권력만 있으면 군대를 가지 않는 다른 기득권층과 달리 원칙과 기본을 지키려는 문 의원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다시 특전사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안 됐지만 이는 그동안 특전사 출신 문재인을 사랑했던 대중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진다고 보기 힘들다. 대중들은 머리 희끗희끗한 문 의원의 군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가 특전사 경험을 자산으로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이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군복 차림은 젊었을 때의 문재인을 떠올리기보다는, 무슨 때만 되면 군복을 입고 동원되는 노인 분들을 떠오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회 특전사마라톤 대회'에서 특전사전우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975년 문재인 의원이 특전사 예하 제1공수 특전여단 제3대대에 배치되었을 당시 대대장이 장세동 중령이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회 특전사마라톤 대회'에서 특전사전우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975년 문재인 의원이 특전사 예하 제1공수 특전여단 제3대대에 배치되었을 당시 대대장이 장세동 중령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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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그가 동기들에게는 경례를 해놓고는 전 상관인 장세동에게는 겸연쩍은 악수만 했노라며 보도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가 군복을 직접 챙겨 입는 순간 장세동과의 악수 같은 불편한 장면은 계속해서 연출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자신이야 단지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군복을 입었다고 주장하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머리 하얀 군인의 이미지는 3공, 5공 쿠데타 세력들이나 친북좌파 척결을 외치는 보수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바, 군복차림의 문재인은 이와 같은 이미지에 겹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의 이런 군복 세리머니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이번 군복 착용은 다분히 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측면이 클텐데, 이는 오히려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반감을 살 수 있는 모습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군대를 면제 받은 상황에서 군대를 특전사로 다녀왔다는 것은 물론 자랑할 만한 일이다. 그만큼 더 많은 고생을 했고, 더 위험한 곳에서 공동체를 지켰기 때문이다. 나같은 수색중대 출신도 특전사 출신 앞에서는 군생활을 자랑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현실 속에서 특전사에서 가졌음직한 자부심을 잘 못 보여준다면 그것은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건 특전사 출신 문재인이 아니라 기득권 없이 특전사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역할을 지킨 문재인이다. 부디 특전사 군복 세리머니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태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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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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