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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언제부터가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이렇게 쭈그리고 앉습니다. 아마도 제가 아이 얼굴에 초점을 맞추려고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렌즈를 들이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는 아빠와 눈을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했겠죠. 그래서 요즘 아이 독사진은 거의 이런 모습입니다.

 

딸아이 사진을 찍는데 어느 샌가, 아들이 달려들어 동생 눈을 뒤에서 가려버렸습니다. 이렇게 요즘 시샘이 늘어가는 아이 때문에 자주 다투게 됩니다. 오빠니까 의젓하게 동생을 돌봐주면 좋은데, 사내아이 데리고 놀듯이 험하게 놀아주니, 매번 동생을 울리고 말지요.

 

 

오빠는 동생을 울리고 멀리 도망쳐버렸습니다. 저는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주머니에서 쥐포를 꺼내 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쥐포가 꽤 모아졌네요. 이것은 대천항 입구, 건어물 가게에서 나눠줬던 쥐포입니다.

 

대천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항구를 향해 걸어오면, 항상, 건어물 가게에서 쥐포를 사람 수에 맞게 손가락 마디만한 쥐포를 손에 쥐어줍니다. 나중에 돌아갈 때 꼭 들르라는 말도 잊지 않고요. 그렇게 모인 쥐포가 제 주머니에 한 가득입니다.

 

 

 

오랜만에 찾은 대천항은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등대까지 가는 방파제 길이 깨끗하게 정비가 되어있어 마치 공원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심어줍니다. 사실 예전에는 이곳 방파제에도 조개구이 포장마차가 즐비했었는데, 어느 순간 싹 없어지고 공사가 한창 진행되더니 결국 이렇게 변했네요.

 

 

사실, 2006년의 그 정신없던 포장마차들은 2007년에 갔을 때 이미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공사가 진행 중이었죠. 그러니까 저희는 2007년 이후로 이번에 처음 대천항에 간 것입니다. (자료를 찾아 보니 2008년에는 저렇게 단장된 된 듯합니다.)

 

 

 

오빠에게 시달리던 아이는 어느 지점에서 딱 멈춰 섰습니다. 아이 눈 높이에 딱 맞게 구멍

이 뚫린 시설물에서 말이죠. 그 구멍을 통해서 아이는 지나가는 배를 보고, 또 바다를 보고, 갈매기를 바라봅니다.

 

아이를 바라보다가, 저는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바로 눈높이에 대한 것이지요. 어린 아이도 아빠와 눈높이를 맞추려 엉거주춤 앉고, 또 자신의 눈높이가 맞는 곳에서 더 편하고 쉽게 사물을 바라본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 그런데, 왜 저는 왜 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려 하지 않았을까요. 왜 오빠가 자꾸 동생을 울리는지 그 이유를 묻지 않았을까요? 그저 오빠만 야단치기에 급급했던 이유가 뭘까요?

 

그래서 도망 다니던 아들을 붙잡고 그 이유를 물어보니, 동생이 자기를 꼬집고, 손톱으로 할퀴고 그랬다는 군요. 엄마에게 안기려고하면, 시샘쟁이 동생은 오빠에게 달려들어 그렇게 못살게 굴었답니다. 사실 큰아이도 피해자였던 것이죠. 전, 아들에게 무턱대고 꾸짖었던 점을 사과했습니다.

 

 

아들은 제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자, 동생을 괴롭히던 행동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손을 내밀어 동생 손을 잡아주더군요. 하지만 아직 분이 덜 풀린 딸아이는 오빠 손을 뿌리칩니다. 그러자 오빠도 삐쳐버렸네요. 아! 머리 아픕니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

 

점점 무거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저희 가족은 대천항을 빠져나왔습니다. 들어올 때 쥐포를 주었던 건어물 가게들을 피해 잽싸게 지나치면서요. 먹어 놓고 그냥 지나치려니 정말 미안하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있습니다. 4월 20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대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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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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