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하나의 산업이라는 점은 분명 무시할 수 없겠다. 제작에서 배급, 상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거대 자본을 통해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문화라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사람과 삶을 얘기하고 생각과 가치를 담는 영상 미학이라는 점에서다.

드림웨스트픽쳐스 이범수 대표와 우리나라 영화 배급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논하는 과정(관련 기사 : "좋은 외화? 다 어디 갔어!"...국내 영화 도배만이 능사 아냐)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국내 영화판뿐만이 아닌 해외 유수의 영화제와 필름 마켓을 다녔던 관점에서라면 충분히 논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외화 수입은 좋은 작품을 고르는 심미안과 더불어 영화판에 대한 감이 있어야 승산이 있는 분야였다.

비즈니스 논리보단 문화 다양성의 논리로 바라보길

"미국 경우엔 상영관의 편차가 고른 편이었어요. 아무리 잘 되는 영화라도 스크린 수가 몇천 개 이상 가지 않더라고요. 전체 스크린 수가 3만 개인데 많아야 3000개 정도에요. 우린 전체 3000개 중 많은 건 1000개까지 가잖아요.

문화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보자는 것 같아요. 우린 철저하게 비즈니스 논리잖아요. 미국에서는 법적으로도 극장과 배급을 분리시켰어요. 그래서 극장 스스로 어느 정도 배급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형평성을 맞출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린 한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도 하고 배급까지 하니까 공정 경쟁이 아쉽죠."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하트브레이커> 프랑스판 <시라노 : 연애조작단>으로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물이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하트브레이커> 프랑스판 <시라노 : 연애조작단>으로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물이다. ⓒ 드림웨스트픽쳐스



이범수 대표가 가장 아쉬웠던 지점은 산업과 비즈니스 논리에 경도된 국내 영화판의 분위기였다. 국내 영화가 잘 되는 상황이야 물론 반길 일이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 외화의 위축, 특히 해외 배급사의 직접 배급이 아닌 국내 중소기업의 외화 발굴이 위축되는 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이범수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언급했다. 그는 특히 해외에서 우수한 자원들이 공부한 후 연출과 제작으로 몰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국내에서 영화를 제작하려면 대기업의 돈을 받는 길 외엔 큰 수단이 없잖아요. 하지만 해외엔 영화 지원 펀드도 다양하고 국가의 지원 역시 적극적이에요. 영국의 경우엔 복권 기금에 영화 지원금이 포함돼 있기도 하죠.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영화에 대한 지원이 더 열려있고요.

특히 영국과 프랑스, 혹은 다른 유럽 국가와의 합작 형태로 가면 각 나라에서 공동 지원을 받을 수도 있죠. 이런 것들은 연출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피디 중에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 쪽으로 관심 두는 분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알고 싶어요! 외화 고르는 기준은?"

한국에 양질의 외화를, 외국엔 우수한 한국 콘텐츠를 소개한다.

이범수 대표가 내세운 회사의 기치이자 목표였다. 앞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들던 이 대표는 말 그대로 열변이었다. 그 영화에 대한 그의 진정성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드림웨스트픽쳐스가 수입한 영화 <50/50> 조셉고든래빗 주연의 이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자신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개봉 당시 1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드림웨스트픽쳐스가 수입한 영화 <50/50> 조셉고든래빗 주연의 이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자신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개봉 당시 1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드림웨스트픽쳐스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특히 국내에선 생소한 외화는 말 그대로 전쟁터다. 특히 필름 마켓이 열리는 해외 영화제 등에서 수입자에겐 빠른 판단과 남다른 심미안이 필수다. 이범수 대표에게 그 선별 기준을 물었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저희도 시나리오부터 출발해요. 그래서 작품이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죠. 또 한국에서 흥행이 힘들 수도 있다 해도 작품이 좋다면 전 삽니다. 그게 바로 <50/50>이었어요. 운 좋게 영화를 보고 살 수가 있었거든요. 한편으론 배우의 인지도나 영화 비즈니스 차원에서 승산 여부를 판단하기도 하죠. <원 포 더 머니>가 그 경우였죠.

그런데 전자의 경우는 흔하지 않아요. 한국 외화 시장이 과열돼 있어서 대부분 시나리오 단계서 팔려버리거든요.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에요. 제 가치관이기도 한데 영화는 감동을 주는 수단이라고 보거든요. 외국 드라마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감동이 드림웨스트픽쳐스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결론은 신뢰, 수익성이 다가 아닌 이유

 이범수 드림웨스트픽쳐스 대표.

이범수 드림웨스트픽쳐스 대표. ⓒ 이범수

수익에만 목적을 두고 출발했다면 2010년 탄생한 이 신생 회사가 굴지의 해외 영화사들을 상대하기엔 그리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가 선택한 영화가 한국에서 다 잘된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와 거래를 한 관계자는 그에게 신뢰를 준다고.

"<원 포 더 머니>가 한국에선 솔직히 망했습니다. 언젠가 제작사 관계자를 만나서 제가 그 사실을 얘기하니까 관계자는 '안타깝다'면서도 '힘든 과정인데도 진실하게 일해줘서 고맙다'더라고요. 이후 저랑 더 관계가 좋아졌어요.

심지어는 자기가 차기작을 하는데 시나리오 좀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이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친구들이 생깁니다. 좋은 게 역으로 제가 한국 콘텐츠를 봐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원 포 더 머니> 이후 그가 국내에 내놓은 작품은 최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하트브레이커>다. 최근 장기 흥행 중인 <언터처블 : 1%의 우정>을 만든 프랑스 제작사의 작품이란다. 또한 향후 기대를 걸고 있는 미국 영화 <로우리스>도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란다. 그의 심미안을 믿고 유쾌한 웃음바다에 빠져보는 걸 추천해본다.

이범수 하트브레이커 CGV 롯데시네마 언터처블 : 1%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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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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