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상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차>에서 김민희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박상우. ⓒ 이정민


"원래 대본에는 더 무지막지하게 때리도록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냥 한 번에 임팩트 있게 때리는 방향이 낫겠다고 하셨어요."

2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화차>에서 김민희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사채업자가 있다. 어디선가 숨어서 지내고 있으면 끝까지 추적해 빚을 받아내고야 마는 독한 사채업자. 그 사채업자로 연기한 배우는 아직 낯선 배우 박상우(36).

극중에서 박상우는 신혼의 단꿈을 꾸며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부부의 침실까지 들어와 이불을 들추며 구리구리하고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돈을 갚으라고 독촉한다. 벌건 대낮에 김민희의 남편이 운영하는 식당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 영화 속에서 그가 보여준 사채업자 연기는 징글징글할 만큼 실감났다.

"감독님이 오디션 볼 때 눈빛이 좋다고 하셨어요. 어떤 순간 (악랄한 사채업자)그런 눈빛이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같이 작품을 하자고 하셨죠. 저도 그런 역할을 해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악역이어서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이자가 원금의 몇 곱절이나 되게 뻥튀기를 한 금액을 갚으라는 사채업자. 김민희의 남편도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 도장을 찍게 된다. 어머니까지 화병으로 돌아가신 마당에 어떻게 조강지처라고 버리지 못할까. 더 이상 아내가 아닌 조폭을 불러 모으는 재앙의 씨앗이라고 느끼게 된 것이다.

 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상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상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속에서는 세 번 때린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는 딱 한 번 때려"

더욱 놀라운 것은 잠시 사라진 듯 보였던 사채업자 무리들이 이혼도장을 찍자마자 김민희를 잡으러 나타난 것. 어디서 그녀를 계속 지켜보고 감시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를 따라와서 어딜 도망 가려하냐며 사정없이 뺨을 때렸다.

이 상황에서 김민희는 맹수 앞에 놓인 먹잇감이 된 초식동물 같이 어떤 대꾸도 할 수 없는 극한의 공포감을 절절히 연기했다. 관객들도 김민희의 마음과 같은 공포스러움으로 박상우를 보며 치 떨어했다.

  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상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대에는 얼굴이 알려지고, 연예인이다 뭐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냥 조용히 연극만 했죠" ⓒ 이정민


"김민희씨의 뺨을 딱 한 번 때렸어요. 그걸 카메라 세 대를 돌려서 영화 속에서는 세 번 때린 것으로 보이는 것이었죠. NG는 없었고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았어요."

김민희의 그 조막만하고 여리여리한 얼굴을 때리는 심경은 어땠을까. 실제 만난 박상우는 전혀 악랄한 구석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선한 얼굴과 여유로운 품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실제 김민희씨는 얼굴이 정말 작잖아요. 소리만 크게 '짝'하게 나게 하려고 손끝으로 때리는 연습을 많이 했고 한 번에 촬영이 끝이 났지만 나중에 민희씨한테 들으니 그게 더 많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많이 아팠다고 해서 너무 미안하고 죄송했어요."

 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상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상우 "극단 차이무에서 연극 <늙은 도둑 이야기> <올모스트 메인> 등의 작품을 했었어요." ⓒ 이정민


"변영주 감독 '네가 오디션에서 했던 것보다 더 할 게 있다'고 주문"

그렇게 김민희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돈을 갚을 능력이 안 되는 그녀를 강제적으로 사창가에 팔아넘겨 돈을 받아내려고 했다. 지독하고 집요하기까지 한 사채업자다. 변영주 감독은 박상우에게 어떤 연출 디렉션을 주었을까.

"감독님은 네가 오디션에서 했던 것 보다 더 할 게 있다고 계속 주문을 하셨어요. 그래서 더 해 볼까, 더 해볼까 하면서 그런 게 나왔던 것 같아요."

<화차>에서 살벌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 두었던 박상우는 요즘 충무로의 대세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2기다. 배우 유선과 동기. 이미 대학로에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연기 좀 하고 비주얼 되는 배우가 박상우였다.

 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상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상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좀더 캐릭터가 있는 다양한 역할을 보여드리겠다"

그 동안 그는 다수의 연극을 비롯해서 영화 <가족>에서 부하3,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기자 역, <대물>에서도 질문하는 기자 역 등의 작은 역할로 간간히 선을 보였다.

이제 박상우는 2012년 <화차>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다. 다수의 충무로 제작자들과 감독들이 "<화차>의 김민희 괴롭혔던 조폭이 누구냐"고 물으며 그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은 네 안에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일반 관객분들은 '무섭지만 잘 했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좀더 캐릭터 있는 다양한 역할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상우가 4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화차> 박상우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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