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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각 정당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대책, 반값등록금 등 연이어 청년을 위한 정책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정책들이 모든 청년층을 샅샅이 살펴본 뒤 나온 것일까. 혹시 대학생이라는 특정 신분에 치우친 정책들은 아닐까. 대학생만 청년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청년유권자>라는 기획을 통해 2030세대에 속하는 비대학생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하고픈 이야기를 들어봤다. - 기자 주

(주)트램스 대표 한승상씨
 (주)트램스 대표 한승상씨
ⓒ (주)트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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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가에게 '도전'이라는 말은 아깝지 않았다. ㈜트램스(TRAMS) 대표 한승상(29)씨는 인터뷰 내내 "창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실패도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탄탄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청년유권자로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말, 서울 용산구 청년창업플러스센터 내 트램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트램스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다. 소매점주를 위해 손님이 적은 시간을 이용해 마케팅할 수 있는 쿠폰북 '포닝(poning)'과 위치기반 공간SNS인 '앳세이(atsay)'를 출시했다. ㈜트램스는 한승상씨를 포함해 경제학부에 다니던 대학생 3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회사로, 2010년 9월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후 2011년 2월 법인을 설립했다. ㈜트램스는 현재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 지원을 받고 있다.

한승상씨는 "한국의 기업문화는 사실 재벌들로 된 2세, 3세 경영이 많다"며 "사회적으로 부(富)를 물려받기보다 생산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창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도 한때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취직 준비에 몰두하는 여느 대학생과 같았다. 하지만 대학 창업수업에서 뜻있는 친구들을 만나며, 시장에 뛰어들어 기업가정신을 직접 실현해 보겠다는 오랜 꿈을 실천하게 됐다.

한씨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 있어 '창업이 새로운 기회이자 대안'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는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창업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 속내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창업은 많이 해요. 하지만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많이 없죠. 이미 나온 성공 모델을 관찰하고 모방해 빠르게 실행하는 방식의 사업모델이 유행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지난해에 한창 문제가 많았던 소셜커머스가 있죠. 미국에서 소셜커머스인 그루폰이 성공하니까 한국의 여러 벤처 사업가들이 빠르게 도입해 유행시켰잖아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는 못해요. 인터넷쇼핑몰이나 음식점 창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한씨는 한국에서 애플 같은 스타기업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애플이 처음부터 블루오션 개척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넌지시 말했다. 참신한 아이템, 사업의 완전성, 혁신 등에 먼저 의지가 있었고, 자연스레 블루오션 개척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한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사회,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 필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플러스센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플러스센터
ⓒ 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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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에서 새로운 상품개발이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으로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문화'를 꼬집었다.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No Fear'를 외치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제도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모바일이나 웹비즈니스의 모든 채널을 실리콘 밸리가 다 주도하고 있잖아요. 그건 거침없는 도전 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봐요. 사회문화적으로 실패를 좋아하는 곳은 없죠. 하지만 그곳은 우리나라보다 실패에 훨씬 관대한 것 같아요. 한국은 초기에 기업을 하다가 실패하게 되면 다시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죠."

하지만 그는 "실패가 곧 자산이 될 수 있다"며 "No Fear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에 제리 로이스터라는 외국감독이 있었죠. 롯데가 맨날 꼴찌를 하다가 이 감독이 온 후로 포스트시즌에 계속 진출을 했어요. 로이스터 감독이 강조했던 말이 바로 'No Fear'였습니다. 타자들에게는 '두려워하지 말고 쳐라', 투수들에게는 '두려워하지 말고 던져라'라고 말했죠. 분명 꼴찌를 했던 때와 같은 선수들이었는데 'No Fear'라는 말이 숨어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게 했어요. 삼진 당하고 병살타를 쳐도 좋으니 우선 때리라는 것입니다."

한씨는 "초기기업들이 언젠가 대기업을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더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처음에 몇 번씩 넘어질 수 있지만 나중에는 자기 스스로 일어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며 "처음에 아이가 넘어지면 엄마·아빠가 붙잡아주듯, 초기기업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안전망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업자들 연대보증, 부담감 늘리고 악순환 만들어"

한승상씨는 청년창업가로서 초기기업을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으로 두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가 바로 자금조달이다. 현재 자금적으로 초기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창업자연대보증제도 등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자금 조달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투자와 대출이다. 하지만 현재 벤처기업이나 청년창업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채널은 많지 않다고 한다. 초기 단계의 기업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큰 투자처로 분류돼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에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출시 창업자들의 '연대보증'이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다. 소위 말해 연대보증으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마디로 창업자들이 보증을 서는 것이에요. 명목은 기술보증이고,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담보로 투자를 받는 것이죠. 이때 만약 사업에 실패하면 연대보증에 걸려서 엄청난 빚이 쌓이는데, 창업자들 대부분이 신용불량자가 돼요. 그럼 이들이 다시 본인 이름으로 법인을 세워 사업하기도 어렵고 투자를 받기도 힘들죠. 아예 재기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요."

한씨는 "창업자 연대보증은 악순환의 고리"라며 "창업을 할 때 부담감을 더 늘려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결국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남들처럼 안전한 사업만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창업자연대보증 제도를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기술보증기금에서도 연대보증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대출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창업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흐름에 맞춰 제도적으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교수도 자신이 스타트업을 해봐서 연대보증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어요. 회사가 망하면 회사 빚이 전부 사장 개인의 빚이 되기 때문에 창업자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고, 기업가 정신이 위축된다며 말이죠. 사업에서 실패를 해도 그것을 자산으로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든다거나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업을 할 수 있는데 그 싹을 잘라버리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실현되지 않는 것입니다."

초기기업의 새로운 투자 가능성, 엔젤투자매칭펀드

하지만 그는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엔젤투자매칭펀드'가 벤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제도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엔젤투자매칭펀드가 조성되고 엔젤투자가 더욱 활발해지면, 초기기업이 투자받을 수 있는 통로가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투자사들이 많지 않고, 대개 투자를 할 때 일반적으로 매출액이나 재무제표 등 전통적인 장부를 많이 보고 평가해요. 하지만 새로운 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초기에 재무제표가 의미가 없어요. 지금의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도 처음에는 돈을 하나도 못 벌었죠. 그런데 계속 가치를 만들어내서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됐거든요. 엔젤투자매칭펀드를 통한 엔젤투자자는 재무제표보다는 기술력이나 사업계획서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 가능성이 열려 있죠."

엔젤투자매칭펀드는 엔젤투자자들에게 투자 위험을 보장해주는 대신 청년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다. 즉 엔젤투자자들이 10억 펀드를 조성한다고 하면, 1~2억 원만 출자를 하고 나머지 기금을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형태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사업으로 아직 초기단계다.

"한국은 투자자 규모와 벤처 투자 시장이 굉장히 협소해서 저희 같은 초기기업들은 외면받기 쉬웠어요. 하지만 이렇게 제도적인 보완점들이 생기면서 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죠. 투자 시장에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초기기업에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높고요. 투자자는 지원을 받아 투자부담을 줄이고 초기기업은 투자처가 넓어져 양쪽 모두에게 좋은 조건이죠."

"인력난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절실하죠"

한씨는 청년창업가로서 어려운 나머지 하나로 인력난을 꼽았다. 자금난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인재 확보는 거의 모든 스타트업 기업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인재가 필요하지만, 초기기업의 불안정성 때문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단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생산성이 나는 것은 당연하고, 작은 기업일수록 직원 복지가 더욱 필요하죠. 특히 스타트업 기업일수록 처음부터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기에 고도의 창의성과 열정이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절실히 필요해요. 저희는 주변을 통해 뜻 있는 친구들을 모았고, 신문 기사를 보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친구도 있어요. 하지만 대다수 초기 기업이 인력 구성에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아무래도 똑같은 값이면 당연히 이름 있고 안정적인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위험성을 감수하고 초기기업에 오지는 않죠."

한씨는 "사실 직원들에게 정상적인 복지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며 "미안합니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수인재들이 초기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여성, 장애인 고용지원처럼 다양한 지원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기업이나 벤처기업들만을 대상으로 구직·구인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씨는 창업을 장려하는 지금의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어떤 쪽이 집권을 하든 현 분위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기업가들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유권자로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치인들이 사회 전체에 대한 전문가는 아닌 만큼, 겸손한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정말 실천할 수 있는 것만 바꿀 수 있다고 제대로 말하는 것부터요. 하려는 것, 할 수 있는 것, 진짜 하면 좋은 것들을 집중해서요. 시민들도 세상 모든 것이 다 바뀌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다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세상이 바뀌는 기준이 있죠. 그런 것들에 대한 각각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겁니다."

덧붙이는 글 | 강진아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청년창업가, #창업, #총선, #청년유권자, #창업가연대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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