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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번스틴과 밥 우드워드 그리고 <워싱턴포스트>는 진실만을 파헤쳐 절대권력 닉슨을 탄핵했다. 언론과 언론인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하는지 보여줬다.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칼 번스틴과 밥 우드워드 그리고 <워싱턴포스트>는 진실만을 파헤쳐 절대권력 닉슨을 탄핵했다. 언론과 언론인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하는지 보여줬다.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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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6월 17일 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괴한 5명이 절도죄로 잡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절도죄 사건쯤으로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미국 대통령이 사임하는 사건으로 비화하였습니다. 단순 절도 사건이 미국 대통령 닉슨 사임으로 비화한 것은 5명 괴한 중에 제이스 W. 매코드 주니어라는 인물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CIA 직원이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선 담당 보안 책임자였습니다.

닉슨은 "백악관은 그 일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거짓말로 닉슨은 1974년 8월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탄핵결의가 가결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절도 사건이, 대통령 사임이라는 미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scandal)'이라고 부릅니다.

"도청사건이 처음 발각된 직후 상황을 좀 더 쉽게 해결할 기회도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극적으로 망가지기 전에 손쓸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백악관 쪽에선 솔직한 태도라고는 전혀 없었다." (칼 번스틴)

이털남, 칼번스턴과 밥 우드워드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닮아

칼 번스틴은 밥 우드워드와 함께 '워터게이트' 특종을 터뜨린 <워싱턴포스트> 기자입니다. 이들도 처음에는 지구 상 가장 강한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을 쓰러뜨릴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도청'이라는 진실은 이미 존재했고, 닉슨과 그의 추종자들은 진실을 파묻기 위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닉슨이 한 "I am not a crook."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치적 거짓말로 남아 있습니다. 거짓말로 거짓을 덮으려는 백악관의 집요한 방해에도 진실을 파헤치려는 번스틴과 우드워드라는 두 신참 기자의 기자 정신이 없다면 닉슨은 권좌를 이어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영원히 덮을 수 없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요즘 <오마이뉴스> '이슈털어주는남자'(이털남)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이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하룻밤 자고 나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털남'을 통해 드러나는 이명박 정권 불법사찰이 40년 전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백악관의 닉슨이 "I a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니다)과 닮아도 많이 닮아 '일란성 쌍둥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청와대 '가카'는 불법사찰에 대해서는 아직 입도 뻥긋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닉슨과 같은 반열에 놓는 것은 굉장히 억울할 수 있습니다.

'이털남'은 지난 27일 그동안 장진수 전 주무관이 폭로와 내용과는 비교 자체가 불과한 엄청난 내용을 폭로했는데, 바로 '대통령'이 언급된 것입니다.

장진수 : 그리고 또 며칠 뒤에 또 만났죠. 세종문화회관 뒤쪽에 비스듬한 사잇길이 있는데 그 무렵에 새로 생긴 커피숍이 있었어요. 음... 6층에 당구장 있는 건물인데 그 건물에서 만났는데. 그때도 마찬가지 분위기였어요. 전 그런 식의 얘기했고 그때 정 과장님이 하신 말씀이 이거 지금 VIP한테 보고가 됐다. 보고가 됐고....
김종배 : VIP라고 말씀하셨는데 대통령을 뜻하는 겁니까?
장진수 : 네.
김종배 :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는 건가요?
장진수 : 엄지손가락 이렇게 세우면서, 이 분한테 보고를 했다고 했죠. (정 모 과장이? 네) 네, 이 분, 엄지손가락. 27일 <오마이뉴스> "증거인멸건, MB에게 보고됐다고 들었다 그 뒤 민정수석실서 '기소자 7명' 특별관리..."

물론 장 전 주무관 '진실'만 있을 뿐, 대통령이 불법사찰에 개입 또는 보고받았다는 '물증'은 없습니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장 전 주무관이 '이털남'을 통해 명백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 단정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번스턴과 우드워드를 통해 워터게이트 진실이 밝혀졌듯이 '이털남'에서도 민주공화국 근간을 뒤흔든 불법사찰 이영호 같은 '가짜몸통'이 아니라 진짜 몸통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70년대 백악관 기자들, '받아쓰기' 전문가

번스턴과 우드워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집요했습니다. 지난 2009년 나 온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프레시안)은 기자가 진실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해줍니다. 권력이 썩은 냄새를 풍기자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집요함은 사냥 대상을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풍산개였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공유한 것도 있었다. 치열한 도전 정신. 그리고 두 사람 다 이유는 전혀 달랐지만, 권력을 가진 모든 것에 강력한 의심과 존경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그들, 특히 우드워드는 모든 사물은 겉보기와 같은 경우가 거의 드물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70쪽)

모든 사람이 두 얼굴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권력의 두 얼굴은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측근과 친인척이 뒷돈을 받고 줄줄이 잡혀 들어가는 데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우리 '가카'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기자들이 밝혀내야 하지만 'MB씨'와 '김 비서' 혹여나 어둠이 밝혀질까 노심초사하면서 진실보도를 외면했습니다. 

1970년대 백악관 기자들도 초등학생이 선생님께서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를 하는 것처럼 "백악관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면, 기자들도 "백악관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그러므로 백악관이 도청을 부인하자 그대로 믿었고, 진실은 묻힐 뻔했습니다. 그런데 번스턴과 우드워드는 백악관 출입기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신참답게 두려움도 없었습니다. 닉슨에게는 불행이지만 미국 민주주의는 한없이 다행스러운 일었습니다. 

당시에는 모두 백악관 당국이 써달라는 대로 기사를 썼다. 그러나 우드워드와 번스틴은 백악관 출입기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백악관을 화나게 해서 취재 통로를 잃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었다. 그들은 다만 기삿거리를 쫓아갈 뿐이었다. (92쪽)

기삿거리를 위해 쫓아갔습니다. '이털남'처럼 말입니다. '이털남'이 청와대와 권력이 말하는 대로 받아썼다면 'MB검찰'이 나섰을까요. 장진수 전 주무관이 '이털남'같은 존재가 없었다면 진실 폭로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요. 그렇습니다. 우드워드와 번스턴도 <워싱턴포스트>가 없었다면, <워싱턴포스트>도 우드워드와 번스턴이 없었다면 닉슨은 승리자가 됐을 것입니다. 닉슨은 점점 조여오는 칼날을 피해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워싱턴 포스트>가 이번 일로 해서 정말 지옥 같은, 지독한 고생을 하게 될 거라는 점이지. 그 회사는 텔레비전 방송국들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정부로부터 허가를 갱신받아야 해. 아퓨으로 엄청나게 험악한 싸움이 벌어지게 될 걸." 닉슨이 이 말을 한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대배심이 도청범들을 기소한 바로 그날이었다. (99쪽)

달라진 기자들, 백악관을 두려워하지 않아

그러나 닉슨은 어둠이었고, 두 기자와 <워싱턴포스트>는 빛이었습니다. 반드시 빛은 어둠을 이깁니다. 이들의 기자 정신과 언론 정신은 다른 기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받아쓰기 전문가에서 진실을 밝히는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동안<워싱턴 포스트>가 옳았다. 백악관 기자단은 그 후 절대로 전과 같지 않았다. 이것은 백악관과 언론의 관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백악관 기자들은 이제 다시는 공보비서가 밀어붙이는 정부의 안전들을 무조건 신뢰하거나 공손하게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은 매일처럼 백악관의 신성한 집무실을 드나들고 있지 않은 기자들, 즉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잭 넬슨, 로널드 오스트로, 로버트 잭슨과 <타임>의 샌디 스미스, <뉴욕 타임스>의 시모어 허시, 우드워드와 번스틴과 그 밖의 몇 명이 끝까지 그 기사를 물고 늘어지고, 언론이 틀리고 백악관이 옳은 것처럼 보였을 때조차도 고비마다 백악관에 도전한 덕분이었다. 그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쓴다고 기삿거리에 대한 접근 통로를 봉쇄하는 백악관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했다." (134쪽)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쓴다고 기삿거리에 대한 접근 통로를 봉쇄하는 백악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한 것"처럼, 이제 대한민국 기자들도 청와대와 정부 권력이 불법사찰 진실에 대한 접근을 막으려고 할 때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합니다. 22일 조효재 성공회대 교수는 '2012년 한국의 인권현황'을 주제로 기념강연에서 "닉슨 대통령은 지금 드러나고 있는 청와대의 불법사찰 은폐사건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것"이라며 "당시 백악관에 비해 훨씬 더 큰 죄를 범한 청와대는 탄핵을 당해도 열 번은 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털남', 우드워드와 번스턴 그리고 <워싱턴포스트>가 되어 불법사찰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다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 같은 정권이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두 기자, 그들의 진실을 향한 집요한 탐색 알리샤 C. 셰퍼드 (지은이), 차미례 (옮긴이) | 프레시안북 | 2009년 3월 | 18,000원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두 기자, 그들의 진실을 향한 집요한 탐색

알리샤 C. 셰퍼드 지음, 차미례 옮김, 프레시안북(2009)


태그:#이털남, #우드워드, #번스턴, #불법사찰, #워터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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