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 원더러스에서 이청용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파브리스 무암바(23)가 깨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경기 중 심장 마비로 쓰러졌던 볼튼 원더러스의 파브리스 무암바.

경기 중 심장 마비로 쓰러졌던 볼튼 원더러스의 파브리스 무암바. ⓒ 볼튼 원더러스 공식 누리집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무암바는 토트넘과의 '2011~12 잉글리쉬 FA컵' 8강전 도중 심장마비 증상을 보이며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지 이틀만에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영국 일간지 <미러>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한 심장전문병원에 입원 중인 무암바는 20일 중환자실에서 사고 후 44시간만에 깨어난 뒤 약혼녀를 알아보고 "조쉬(아들)는 어디 있느냐"라고 첫 마디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볼튼 구단도 20일 구단 누리집을 통해 "무암바는 여전히 집중 치료를 받고 있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다"며 "그는 현재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호흡하고 있다. 가족을 알아보고 질문에 반응하기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구단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하지만 그의 상태는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계속해서 무암바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완쾌를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무암바는 누구의 특별한 도움 없이 스스로 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가 축구장에서 경기를 계속 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멀지 않은 시간 내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는 좋은 징조가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무암마, 만약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지 않았더라면

지난 20일 영국 대중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당시 볼튼과 경기를 치렀던 토트넘의 해리 레드냅 감독도 "조기축구회나 아마추어리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즉 응급처치용 전문기기가 준비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아니었더라면 무암바가 소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무암바는 심장마비 증상을 일으킨 이후 그라운드 내에서 양쪽 팀의 의료진에 의해 심폐 소생술과 기도 삽관, 산소 공급을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 15분 동안 응급처치가 이뤄졌고, 충분한 응급조치를 받은 채 런던의 심장 전문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의 공격수 '영록바' 신영록(25) 선수의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신영록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응급조치 9분, 병원까지 이송시간이 총 12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신영록 선수는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긴 뒤 건강하게 병원 문을 열고 걸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심장 마비 환자들은 무암바나 '영록바' 신영록 선수와 같이 건강하게 회복해 병원을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질병 관리본부가 지난 2006년부터 5년 동안 심장마비 증세로 병원에 실려 온 환자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생존율은 불과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지난 2010년만 하더라도 한해 심장마비로 입원한 환자는 2만5천여 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2만2천여 명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생존률은 미국(8.4%)이나 일본(10.2%)에 비교해볼 때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4분, 생명을 구하는 시간

2010년 한 해에만 심장마비로 입원한 환자는 2만5천여 명에 이릅니다. 이 중 60%는 가정에서, 24%가 공공장소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내 주변에서도 언제든지 무암바 선수와 같은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장 마비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첫 번째 단계는 심장 마비 환자를 즉시 인지하는 것입니다. 환자가 발생한 장소와 여건이 안전한지 우선 확인한 후 다가가 환자의 반응 유무를 알아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반응을 확인할 때는 환자의 양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거나 큰소리로 "괜찮아요?"라고 물어봅니다. 환자가 반응이 없다면 우선 119에 응급 구조를 요청합니다. 심폐 소생술은 응급구조 요청 이후에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심폐 소생술을 바로 시행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호흡이나 맥박이 뛰는 것 등 기본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2010년도에 바뀐 <미국심장학회>의 지침에 따르면 호흡의 확인은 별로 강조되지 않습니다. 또한 맥박 확인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경동맥의 맥박을 확인하는 과정은 10초 이내로 촉진하거나, 10초 동안 촉진해도 경동맥의 맥박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흉부압박을 시행합니다. 이렇게 지침이 바뀐 이유는 일반인들이 호흡을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고, 맥박을 촉진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장 마비는 발생 후 4분 이내에 심폐 소생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심폐 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초기 응급 상황 발생 이후 1분마다 생존율이 7~10%씩 줄며 10분이 지나면 생존율이 불과 최대 5%를 넘지 않는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10분이 지난 뒤 심폐소생술을 받게 되면 10분간 가야 할 혈액이 뇌로 가지 않아 뇌 손상이 오거나 뇌사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치료 효과도 크게 떨어집니다.

호흡 보다 더 중요한 흉부 압박법

일반적으로 심폐소생술이라고 하면 환자에게 공기를 불어넣은 후 두 손으로 가슴을 압박하는 장면을 상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심장학회>의 지침(2010년 개정)에 따르면 기도나 호흡의 확보보다 먼저 순환을 확보하기 위해 흉부 압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해야 합니다. 즉, 이제부터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를 만나면 우선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먼저 압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폐소생술은 다음과 같이 시행합니다. 딱딱한 바닥에 환자를 눕혀놓고 상의를 벗긴 다음 두 손으로 깍지를 겹치게 껴서 한 손바닥을 환자의 오목가슴에서 손가락 두 개 사이의 위쪽에 놓습니다. 이후 팔꿈치를 곧게 펴고 환자의 가슴을 수직으로 강하게 누릅니다. 1분에 약 100~120회 압박하며, 4~5cm 정도가 내려가도록 힘껏 누릅니다. 30번 가슴을 압박한 후 2회 숨을 불어넣어주는 활동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을 해 보시면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5회 정도의 주기로 교대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인공호흡을 시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인공호흡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흉부 압박만 시행해도 됩니다.

자동제세동기의 사용, 잊지 말아야

심폐 소생술 못지않게 자동제세동기(AED)의 사용도 심장을 뛰게 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최근 공공기관과 공공장소에 많이 보급되기 시작한 자동제세동기는 일단 환자 근처로 가져와서 열게 되면 자동으로 설명을 해주므로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장비의 지시에 따라서 자동제세동기의 사용과 심폐소생술을 반복합니다. 이와 같은 조치만으로도 갑자기 쓰러진 환자의 생존률은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영록바'와 무암바의 기적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심폐소생술의 방법을 충실히 따랐고, 주변 사람들은 침착하게 전문 병원으로의 호송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침착한 대처가 이들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영록바'와 무암바에게 행해진 심폐소생술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무암바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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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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