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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시간에 아이패드를 통해 자동차의 원리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
 기술 시간에 아이패드를 통해 자동차의 원리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
ⓒ 장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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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교의 기술 시간.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아이패드 하나만 달랑 놓여있었다. 기자에겐 낯선 모습이었지만 학생들은 익숙하다는 표정이다. 화면위에 떠있는 '학교 가방(school tas)'이라는 앱(app) 속에는 모든 과목의 교재가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손가락으로 화면속의 교재를 줄였다 늘였다 하며 필요한 부분들을 보고 문제를 풀고 있었다.

ICT와 교육을 하나로... 아이패드로 수업하는 고등학교

현재 네덜란드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를 교육과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미디어의 혁명은 쉽게 '5천만의 사용자를 기록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평가된다. 라디오 38년, 텔레비전 13년, 인터넷 4년, 아이팟 3년 그러나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1년도 걸리지 않아 무려 2억 명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 링크드인 등의 사용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빨리 적응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꽤 보수적 자세를 취해온 곳이 교육 현장이지만 지난해부터 네덜란드의 교육 현장은 ICT 교육을 빠르게 보급하고 있다.

현 정부 수립 이후 유럽 재정 위기 때문에 교육 예산이 삭감됐고 현재도 지속적인 예산 삭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 현장의 정보화 진행 속도는 이미 가속도가 붙은 상태인 것 같다. 지난번 초등학교 아이패드 교육 현장 취재(아이패드로 수업하는 초등학교를 소개합니다) 이후 이번엔 고등학교의 아이패드 수업 현장이 있어 찾아봤다.

본후펄 콜레즈 재단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중학교, 고등학교 등 여러 교육 기관을 가지고 있는 교육 재단이며 약 40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재단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동쪽, 독일 국경과 가까운 지역인 앤스흐데(Enschede)는 인구 17만 명이 살고있는 도시로 네덜란드에서는 큰 도시다. 또한 지방자치제가 발달되어 있는 네덜란드는 도시마다의 특징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도시는 교육, 문화, 예술의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도시다.

이 고등학교 역시 네덜란드의 여타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앞 광장의 줄지어 늘어선 자전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높은 학부모 호응도... 아이패드 구입비 30% 부담

이 학교는 지난해 2월부터 100명의 학생에게 태블릿 피씨(아이패드)를 지급하여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이패드 수업을 시작한 홀트마컬 교사
 아이패드 수업을 시작한 홀트마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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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수업의 숨은 공로자는 프로젝트 리더인 헤르트 얀 홀트마컬(Gert Jan gortemaker) 교사. 학생들이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업 이외의 많은 것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수업도 학생들이 접하고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환경과 다르지 않게 다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어떤 태블릿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조사한 이후에 프로젝트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와 시 정부 그리고 학과 교재를 만드는 회사를 설득했다.

종이책을 만드는 회사들도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장비인 태블릿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학교에서 시범 교육을 실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엔 학부모들의 도움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테스트할 몇 개 반을 선정하고 아이패드 100대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고민이었지만 학부모들이 30%를 지원하였고 호응도가 워낙 높아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이 소문 때문에 이웃에서 전학을 오는 학생들도 생겼다고 한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가 교사들이 교수법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생들과 같이 디지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교수법 하나하나를 교육해야 한다.

일주일에 총 6시간을 교사 대상으로 한 앱 사용과 디지털 교수법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담당 교사들이 얼마나 빨리 새로운 교수법에 적응하는 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나 학생 모두 이미 소셜 미디어 등 여러 매체에 노출되어 태블릿 사용에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그는 비교적 디지털 마인드가 부족한 교사들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향상된 디지털 마인드를 학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재원 조달 방법이 확정되고 학습 효과가 나아졌다고 판단되면 전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후펄 콜레즈 학생들이 아이패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본후펄 콜레즈 학생들이 아이패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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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마인드가 떨어져? 게으르기 때문이야!

이 학교에서 아이패드 수업을 가장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뚜미 교사.
 이 학교에서 아이패드 수업을 가장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뚜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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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서 아이패드 수업을 가장 멋지게 해내고 있다는 교사를 만났다. 불어 교사인 케비얼 뚜미(Kebir Toume). 태블릿 피씨 수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교사이기도 하다. 그와의 인터뷰는 너무 흥미로워서 취재하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유쾌하고 창의력이 대단한 교사였다.

그는 올해 53세로 그리 젊은 세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태블릿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기능들을 수업에 활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아이패드의 비디오 촬영 기능으로 직접 불어 사용 동영상을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고 있었다.

종이책이 아닌 아이패드로 수업하면서 달라진 것은 학생들이 수업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끔 기능에 대해 학생들에게 배우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더 많은 창의력이 발동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의 디지털 마인드가 떨어진다는 말은 게으른 자신을 감추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선 세대는 지금 세대와 달리 많은 경험이 있으며, 단지 장비를 다루는 데 대한 두려움을 이기려는 의지와 그것을 배우려는 학습 의지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이 디지털 장비 기술을 습득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다 게을러서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아이패드 사용 후 가장 좋아진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한결 같은 대답을 한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아서 너무 좋다", "아이패드라는 너무 예쁘고 좋은 장비가 내 것이라는 것이 행복하다", "수업 중에 모르는 것은 구글 검색으로 금방 찾을 수 있다", "교과 내용 중에 어려운 것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공부하는 방법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등 아이패드로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홀트마컬 교사는 넷북, 크롬북, 안드로이드 태블릿 등 다양한 종류의 태블릿 피씨 가운데 왜 아이패드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아이패드의 뛰어난 안정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경우 호환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으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앱이 아이패드에서 먼저 개발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수업시간 이외에 학생들이 아이패드를 사용하게 될 경우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지 않느냐의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사용할 경우에 대한 특별한 규제는 없다"고 답했다. 왜 수업 시간에 아이패드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중요성을 각자 인식할 수 있도록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한국에서 온 기자를 위해 위키피디아에서 한국을 찾아 함께 포즈를 취해준다.
 학생들이 한국에서 온 기자를 위해 위키피디아에서 한국을 찾아 함께 포즈를 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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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새로운 시작은 어렵다, 그러나...

교육환경 개선을 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교육 예산이다. 또한 투자 대비 학습 효과의 증대도 관심 사항이다. 프로젝트 담당자인 홀트 마컬 교사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장비 구매 예산이라고 한다.

그는 많은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었다. 네덜란드는 종이책 가격이 매우 비싸서 해마다 학년이 바뀌는 학생들은 선배로부터 대물림해서 사용하는 책이 상당하다. 그래서 비싼 종이책 비용 대신 아이패드를 구입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장비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교체비용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교사들에 대한 디지털 장비 교육 또한 큰 과제 가운데 하나다. 현재 각 교재 회사들과 학교, 시청과의 협의를 통해 어떻게 재원을 확보할지 논의 중에 있다.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프로젝트 확대가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어려운 과제를 가지고 있지만 본후펄 콜레지 고등학교는 네덜란드에서 종이 교재 대신 아이패드를 활용하여 성과를 얻고 있는 학교로 꼽히고 있다.

8억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페이스북'이라는 디지털 나라가 생겼다.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인구를 보유한 나라다. 학교 교육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이미 새로 만들어진,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질 장비들과 그 장비를 통한 색다른 세상에 너무 쉽게 적응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한 교사의 노력이 지금은 학교, 학부형, 교사 그리고 교재를 만드는 회사까지 모두의 관심사로 되었다. 어떤 일이든 새로운 시작은 어렵다. 그러나 시작한 이후에는 다른 힘들이 보태어진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좋은 성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태그:#아이패드, #아이패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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