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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14살 먹은 아이가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녹두, 전봉준 장군에게 다가가 눈물 철철 흘리며 불러주는 애달픈 노래입니다.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펴낸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동화입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를 읽으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성이면 감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세 가지 격언을 떠올렸습니다.

이야기는 부보상이 된 주인공이 부보상인 아버지를 둔 13살 먹은 소년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13살 먹은 소년이 노스님이 써준 서찰 한 장을 전하기 위해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나서지만 아버지가 졸지에 객사를 하는 바람에 혼자 남게 됩니다.

혼자 남게 된 아이는 아버지가 '한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할 만큼 중요한 편지'라고 하던 서찰을 전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하지만 한자를 배운 적이 없어 '嗚呼避老里敬天賣綠豆', 이 10자를 읽지 못하니 받을 사람은 물론 내용이 무엇인지도 전혀 모릅니다. 게다가 편지의 내용이 비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에게 읽어 달라거나 물어 볼 수도 없었습니다.

'공짜 없는 세상, 지성이면 감천'... 몇 자씩 나누어 물어보며 가는 아이

<서찰을 전하는 아이> 표지
 <서찰을 전하는 아이> 표지
ⓒ (주)도서출판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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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한자의 생김새를 하나하나 외워 그림을 그리듯 그려가며 나누어 물어보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만난 책장수 노인에게 두 냥을 주고 '嗚呼(오호)' 두 글자를 알아내지만 정자나무 아래서 두 번째로 만난 양반 나그네에겐 두 냥을 주고 세 글자 '避老里(피노리)'를 알아냅니다.

세 번째 만난 약방 의원에겐 한 냥을 주고 세 글자 敬天賣(경천매)를 알아내고, 마지막으로 남은 두 글자, '綠豆(녹두)는 양반집 도련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알아냅니다.

아이는 부보상의 아들, 미래의 부보상답게 같은 수의 글자를 점점 값싸게 알아내더니 결국에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능(노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완을 발휘하지만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아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인 노래를 불러 얼마간의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  

아이가 알아낸 '嗚呼避老里敬天賣綠豆'는 '슬프도다. 피노리에 사는 경천이 녹두 장군을 파는구나'라는 뜻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전하려던 서찰의 뜻을 알게 된 아이는 어떻게든 녹두 장군에게 그 서찰을 전하려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먼 길을 여행합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서서히 내 앞에 보이는 것이 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두 볼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거기 쌓여 있는 건 눈이 아니었다. 흰 옷을 입고 쓰러진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 눈이 온 것처럼 들판을 덮고 있었다. 오늘 싸움에서 죽어간 동학 농민군들이었다. - <서찰을 전하는 아이> 119쪽-

아이는 여행을 통해 동학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가고, 동학 농민군들이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현장을 목견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동학군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묻고 물으며 찾아갑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내장산 백양사에서 녹두 장군을 만나게 되어 아이는 서찰을 전해줍니다.

김경천에 발등 찍힌 녹두 장군... "여기 왜 오셨어요, 장군님"

아이가 전하려 했던 서찰에는 ‘嗚呼避老里敬天賣綠豆’는 ‘슬프도다. 피노리에 사는 경천이 녹두 장군을 파는구나’라는 뜻이 써져있었습니다.
 아이가 전하려 했던 서찰에는 ‘嗚呼避老里敬天賣綠豆’는 ‘슬프도다. 피노리에 사는 경천이 녹두 장군을 파는구나’라는 뜻이 써져있었습니다.
ⓒ (주)도서출판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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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장군에게 서찰을 전한 아이는 서찰에 나오는 피노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피노리를 찾아갔다 녹두 장군이 일본군에게 체포되어 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서찰을 받아 본 녹두 장군은 북한산에 있는 지운 스님이 보낸 편지라는 것을 알지만 동지였던 김경천을 믿었기에 편지의 내용을 무시하고 피노리엘 갔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말처럼 한때 동지였던 김경천의 밀고에 의하여 일본군에게 체포된 것입니다.

얼굴과 옷이 붉은 피로 흠뻑 젖어 나무로 된 들것에 갇혀있는 녹두 장군을 보며 아이는 몸부림을 치며 "녹두 장군님, 왜 여기 오셨어요? 피노리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하고 외칩니다.

이런 아이를 향해 녹두 장군은 엷은 미소를 보이며 "아이야, 내가 나와 함께한 동지도 믿지 못한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하고 말합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일본군에게 잡혀가는 녹두 장군을 위해 아이가 노래를 부릅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장군을 호송하던 행렬에서 아이가 부르는 노래가 들려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지만 피범벅이 된 장군의 모습과 울부짖는 아이의 모습이 묘한 감정으로 가슴에 너울댑니다.

부록으로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서찰을 전해주기 위해 아이가 따라간 여정이기도 한 '동학농민운동의 발자취'가 지도로 소개되고 있어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동학농민운동을 함께 공부하는 동무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서찰을 전하는 아이>| 글쓴이 한윤섭 | 그린이 백대승 | 펴낸 곳 (주)도서출판 푸른숲 | 2011.10.31 | 9800원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푸른숲주니어(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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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한윤섭, #백대승, #녹두장군, #전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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