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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기숙사 홈페이지와 기숙사 입구에는 CCTV 설치에 관한 글이 게시되었다. 학생들의 기숙사 내에서의 흡연과 쓰레기 투기에 대한 단속을 위해 설치한다는 글이었다. 기숙사뿐만 아니라 학교 곳곳에는 안전과 방범이라는 이유로 학생들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CCTV가 설치되고 있다.

대한 변협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개인의 정보를 해당 개인의 승낙이나 동의없이 수집 저장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였다. 즉 대학은 나를 비롯해 수많은 대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생활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CCTV가 설치 목적인 범죄 예방 등 안전에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숙사의 경우에 방범용 CCTV가 엘리베이터, 복도, 주차장 등 학생들의 방을 제외한 모든 곳에 설치되어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이다. 후배 한명은 기숙사에서 비싼 신발, 옷 등을 도난당했다.

녹화된 영상을 통하여 범인의 모습을 알 수 있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CSI처럼 범인의 얼굴을 프로파일링 할 수 없었다. 또한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CCTV 최다 운용지역과 최소 운용지역을 비교한 결과 CCTV를 최다 운용한 지역이 오히려 범죄 발생률이 높았다고 한다.

방범 등 안전효과가 미지수인 CCTV가 설치될수록 사생활 침해 우려는 더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스터디를 같이 하는 후배 한명이 내게 "오빠 이제 정문 앞에서 여자 친구랑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다. 이유인 즉 한 대학생 커플이 저녁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정문 앞에서 스킨십을 하였는데,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보고 수군거리는 것을 나에게 귀띔 해준 것이었다. 학생들의 스킨십을 감시하는 것이 CCTV의 설치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우리의 사생활은 누군가에 감시되고 아무런 제약 없이 노출 될 수 있다. CCTV에 나오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들만의 프라이버시가 있다. 하지만 CCTV는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앞의 대학생 커플은 자신들의 스킨십을 누군가가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리자는 그것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 하였다. 그들만의 추억은 산산조각 난 것이다.

공공기관의 건물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CCTV 설치 목적, 촬영시간, 관리자의 연락처 등을 게시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의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부착돼 있지 않다. 만약 대학이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설치하였다면 대학생 커플은 CCTV를 인식하고 그곳을 피했을 것이다.

안전 효과가 미비하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CCTV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많은 학생들은 CCTV에 무감각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도서관 자치 위원회는 학생 97%의 찬성의견을 근거로 도서관에 CCTV를 설치하였다.

많은 학생들은 CCTV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CCTV에 찍힌 모든 사람은 주인공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나의 동의 없이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 의해 촬영되고 재생될 수 있다. 만약 학생들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다음 설문조사를 하였다면 97%라는 찬성을 얻긴 힘들 것이다.

안전 효과를 위해서는 CCTV를 설치하기보단 인력을 동원하는 것이 더욱 더 효과적이다. 집회를 막는데 열중인 경찰인력의 일부분을 활용하여 도보 순찰을 한다면 캠퍼스는 좀 더 안전하고 방범에 효과적일 것이다.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에 무차별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할 정도로 도난과 안전이 심각한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대학은 CCTV 설치를 통하여 안전 문제에 있어서 책임을 회피하기 보단 좀 더 덜 인권침해 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하여 실용적인 정권을 부르짖는 현 정권의 외침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한빛씨는 현재 대학생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웹진 <사람소리>에 실렸습니다.



태그:#CCTV 설치, #인권, #범죄예방, #사생활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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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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