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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 '퍼주기' 한미FTA 강행 … 방송3사 부실보도
- KBS, '한미FTA 반대' 야당·시민단체 비난에 앞장

 

30일 여야는 한미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끝장 토론회를 열기로 했으나 무산됐다. 정부·여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 할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29일 정부와 청와대가 한나라당과의 당정청 회동에서 '내년 1월 1일 한미FTA비준안 발효를 위해서는 10월 31일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의를 수렴하고자 하는 의지 없이 토론회만 개최하겠다는 것은 비준안 처리를 위한 정부·여당의 명분쌓기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31일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고, 야5당은 이날 오전 11시 공동 의원총회를 열고 한미FTA 저지에 나서기로 해 여야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한미 간의 '약속'에 따라 내년 1월 1일 한미FTA 비준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준비기간 60일을 감안해 31일까지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준이 늦어지면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등 근거 없는 주장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 발효는 양국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다. 양국 수석대표의 '암묵적인 약속'을 깨뜨려서는 안되는 중대한 합의인 양 국민을 호도하며 한미FTA를 밀어붙이는데 이용해서는 안된다.


야당과 시민사회 등은 한미FTA가 한국의 일방적 양보와 '퍼주기'로 끝난 불평등한 협정으로 조금이라도 국익을 생각한다면 협정문의 불평등 조항과 독소조항 등을 이제라도 꼼꼼히 따져보고 '재재협상'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야가 토론회를 열기로 했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ISD는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국제투자조정기구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로, 이 조항에 따르면 SSM을 막고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통법 등 공익적 법조항들이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한국 사법부의 개입이 불가능해 지난 2006년 당시 법무부가 사법주권 침해라며 외교통상부에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은 이 조항이 한미FTA에만 있는 특별한 조항이 아니고 기존의 FTA나 투자협정(BIT)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법무부는 기존에 체결한 협정 상대국들은 개발도상국이나 제소 가능성이 낮은 국가였지만 미국과의 협정 체결시에는 현실적으로 소송이 빈발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 내부에서조차 문제로 지적했던 ISD조항을 그대로 둔 채 협정을 밀어붙인다면 국익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방송3사는 한미FTA와 관련해 여전히 '부실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방송3사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상황, 양측의 입장 등을 단순 나열하는데 급급하다. 여전히 야당과 시민단체가 왜 한미FTA 비준에 반대하는지, 문제가 되고 있는 협정문의 독소조항은 무엇인지 등을 면밀하게 따지는 보도는 거의 없었다.

 

MBC와 SBS가 핵심 쟁점 중 하나인 ISD에 대해 관련 보도를 내놓긴 했지만 양측의 주장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특히 KBS는 ISD에 대한 기본적인 해설보도는 한 건도 하지 않은 채, 한미FTA 반대 시위대 국회 진입을 "빗나간 시위 문화"라고 비난하고 야당의 '트집잡기'로 토론회가 무산된 것처럼 몰아가는 등 악의적 보도행태를 보였다. 

 

<10월 비준 무산>(KBS, 하송연/28일)
<"FTA반대" 국회 난입>(KBS, 변진석/28일)
<"조속처리" "강행저지">(KBS, 장덕수/29일)
<토론무산…입장차 여전>(KBS, 최영철/30일)

 

KBS는 한미FTA 반대하는 야당과 시위대를 비난하는 악의적 보도행태를 보였다. 28일 <10월 비준 무산>(하송연 기자)은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여야의 주장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쳤다.


<"FTA반대" 국회 난입>(변진석 기자)에서는 한미FTA반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상황을 전한 뒤, "오늘 국회 안에 2천 명 넘는 경찰병력이 있었지만 빗나간 시위 문화를 제대로 막지 못해 민의의 전당마저 시위장으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날 경찰은 시위대들을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하고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진압에 나섰다. 10·26 재보선 결과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던 이명박 정권이 재보선이 끝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한미FTA 강행처리에 나서고,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며 민심을 외면한 것이다. 그런데도 KBS는 이런 문제점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시위대를 비난하는데 앞장섰다. 

30일 <토론무산…입장차 여전>(최영철 기자)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끝장 토론이 야당 측 불참으로 무산됐다"며 "야당 토론자들은 토론회의 TV생중계 불발을 문제 삼았다", "방송사와의 사전 협의도 없이 당일 아침에야 돌연 생중계를 요구했다 성사되지 않자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야당 토론자들이 토론회에 불참한 것은 TV생중계 불발 외에도 전날 당정청 협의에서 10월 중 비준안 처리방침을 세워 토론회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KBS는 이런 핵심적인 사실은 쏙 빼 놓고 TV생중계 문제만 거론하며 야당이 괜한 '트집잡기'로 토론회를 무산시킨 것처럼 보도했다.

이어 ISD에 대한 입장차도 여전하다며 "야당은 국내 사법제도를 부정하는 독소조항이라며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다른 나라와의 FTA에도 포함된 조항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양측의 주장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10월처리 무산 파행 불가피>(MBC, 김세진/28일)
<시위대 국회 난입 60여명 연행>(MBC, 조국현/28일)
<집중취재/투자자 국가소송제가 뭐기에?>(MBC, 권희진/28일)
<오늘밤 석방>(MBC, 단신/29일)
<끝장토론 무산 여야 충돌하나>(MBC, 김세진/30일)

 

MBC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의 입장 나열에 그쳤다. ISD 문제를 다루긴 했지만 문제점을 면밀하게 따지진 않았다. 


28일 <시위대 국회 난입 60여명 연행>(조국현 기자)에서는 이날 경찰의 토끼몰이식 시위집압과 물대포 사용 문제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시위대와 경찰의 몸싸움 장면 등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쳤다.


<집중취재/투자자 국가소송제가 뭐기에?>(권희진 기자)에서는 ISD조항에 대해 다뤘다.
보도는 정부에서는 ISD가 "일반화된 제도로, 독소 조항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한미FTA 반대측에서는 "ISD 조항을 받아들이면, 정부의 각종 정책에 미국 기업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 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사례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주와 이스라엘 등은 미국과 FTA를 맺으면서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를 제외했다", "미국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서 내리는데, 일단 소송이 벌어지면 국제적 영향력이 큰 미국 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왜 ISD 조항을 제외했는지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분석은 없었다. 그리고는 '한국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반론을 나열한 뒤, "미국은 FTA 협상 초기부터 한국 측에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한국 측은 일부 예외 조항을 두는 조건으로 이 제도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이는데 그쳤다.

30일 <끝장토론 무산 여야 충돌하나>(김세진 기자)는 "야당 측 대표들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한미 FTA 강행 처리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토론은 무의미하다며 불참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미FTA비준안 처리에 대한 여야 입장을 나열하며 충돌 가능성을 전했다.

 

<"FTA 공동저지" 10월 처리 무산>(SBS, 김지성/28일)
<"FTA 반대" 국회 진입>(SBS, 김종원/28일)
<FTA 긴급회동 "다음달 3일 처리">(SBS, 최대식/29일)
<국가간 소송제도 ISD가 쟁점>(SBS, 정영태/29일)
<마지막 끝장토론도 무산>(SBS, 박세용/30일)

 

SBS도 한미FTA에 대한 여야의 입장 나열에 급급했다.


28일 <"FTA 공동저지" 10월 처리 무산>(김지성 기자)은 야 5당은 한미 FTA 비준안을 공동으로 저지하기로 합의했고, 여당은 강행처리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강행처리에 선뜻 나서는 의원이 많지 않아 몸싸움을 통한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FTA 반대" 국회 진입>(김종원 기자)에서는 농민 등 한미FTA반대 시위대와 경찰 충돌 상황을 단순 전달했다.

29일 <국가간 소송제도 ISD가 쟁점>(정영태 기자)에서는 ISD에 대한 여야의 주장을 나열했다. 야당은 "미국 투자자가 한국법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경우 한국이 불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사례를 설명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오히려 ISD가 한국 기업 보호장치가 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을 나열했다.


30일 <마지막 끝장토론도 무산>(박세용 기자)에서는 "야당은 TV 생중계 없는 토론은 강행처리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토론에 불참했다"며 "국민이 꼭 알아야 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내일, 모레 언제라도 생방송 토론은 열려야 한다"는 정동영 의원 인터뷰를 실었다. 야당 토론자들이 전날 당정청 협의에서 10월 중 비준안 처리방침을 세워 토론회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는 것도 불참 이유지만 이 사실은 다뤄지지 않았다. 그리고는 한나라당의 반발 전하며 '국회충돌' 가능성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방송브리핑 입니다. 기사 내용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한미FTA, #ISD, #부실보도, #방송,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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