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한-호주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23일 방송에서 PPL로 호주 의약품의 광고를 배치했다. 출연자들의 앞에는 의약품이 잔뜩 놓여 있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한-호주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23일 방송에서 PPL로 호주 의약품의 광고를 배치했다. 출연자들의 앞에는 의약품이 잔뜩 놓여 있다. ⓒ MBC


요즘은 광고시간이 끝나도 광고가 계속됩니다. 드라마나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PPL(Product Placement)이 차고 넘칩니다. 광고와 간접광고의 구분이 애매해요. 시청등급을 고지하는 화면이 나온 이후부터는 간접광고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더 헷갈리는 것이 있어요. 요즘에는 간접광고도 고단수가 되어서 프로그램 내에 배치된 것이 소품인지, PPL인지 애매합니다. 반드시 그 제품을 언급할 수밖에 없도록 내용과 대사에 교묘히 녹이거나, 천연덕스럽게 상표를 드러내고 소품처럼 놓여 있습니다.

애매하지만 이것은 방송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작년 1월 개정안에 따르면 간접광고는 방송 전체 시간의 5%, 화면 크기의 4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브랜드 노출이 가능합니다. 요거 안 지키면, 심하면 쇠고랑 찹니다. 경찰도 출동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겁니다.

가장 흔한 경우를 살펴볼까요? 드라마에서 TV와 휴대폰, 태블릿 PC 등 최신 기기가 나온다. 되요. 사극이 아닌 현대극에서 안 나오는 게 더 비현실적입니다. 소품 맞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극의 전개와 상관없이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소품 아닙니다. 30초짜리 광고보다 더 상세해요. 또, 주인공이 시도 때도 없이 음료수 마실 수도 있죠. 그런데 모든 등장인물이 매일 비타민음료 한 가지만 먹어요. 심지어 브랜드가 표시된 부분에 괜스레 얼굴을 대고 비비는 장면을 클로즈업합니다. 이건 PPL 맞습니다. 딱 정한 거예요.

 지난 6월 종영한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음료수와 디지털 기기 등 다양한 상품을 간접광고하며 '최고의 PPL 드라마'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6월 종영한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음료수와 디지털 기기 등 다양한 상품을 간접광고하며 '최고의 PPL 드라마'로 불리기도 했다. ⓒ MBC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석 앞에 음료수가 놓여있다. 되요. 심사위원들도 말을 많이 하면 목이 마르니까요. 그런데, 상표가 도드라지게 카메라 쪽을 향하고 있다. 소품 아닙니다. 심지어 따서 마시지도 않아요. 가장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사례로 23일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한-호주 수교 50주년 방송을 볼까요? 호주에 간 가수들이 인터뷰하는 뒤로 호주산 의약품 광고 포스터가 도배되어 있습니다. 약국 아니에요. 벽지 아닙니다. 좀 더 과감해진 PPL 맞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간접광고료는 '프로그램 15초 광고료X프로그램예상지수(시청률)X노출영향력 지수(간접광고 레벨1~5단계)'의 공식으로 계산됩니다. PPL 가격표에 따르면 브랜드 로고와 상품 노출에 따라 100만원부터 무려 5000만원까지 금액이 책정돼 있습니다. 광고가 아닌 것처럼 은근하게 프로그램에 녹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광고의 천국이죠.

MBC는 작년에 무려 232회의 PPL을 통해 26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간접광고계의 거성이 됐습니다. 지난 국감 당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516회에 걸친 간접광고로 81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고의 PPL 드라마로 기억되는 MBC <최고의 사랑>이 54회의 PPL로 9억 원의 수입을, <우리들의 일밤>은 103회로 올해 최다 간접광고 수익인 21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물론 방송사도 돈을 벌어야 하지만, 방송 내용과 상관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노출되는 광고를 봐야 하는 시청자는 피곤합니다. 그야말로 60분 짜리 광고는 되지 않도록 협조 좀 해주셔야 겠습니다.

PPL 애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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