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는 한때 캐릭터나 유행어에만 의존하는 '봉숭아 학당'을 붙잡고 있다 신선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몸을 쓰는 '마빡이' 같은 코너에서 벗어나지 못해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가족 내 대화 단절이라는 소재를 다룬 '대화가 필요해'를 필두로 생활 풍자 개그가 이어지더니 지금은 정치권까지 풍자할 정도로 발전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나 MBC <개그夜>가 추풍낙엽처럼 편성에서 제외될 때, 위기 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개그 소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했기에 가능한 중흥기일 것이다.

확 바뀐 <개콘>, 두 개의 키워드로 승부를 던지다

요즘 개그콘서트의 키워드는 '꼬집고, 비틀기'다.

 '감사합니다'와 '애정남'은 생활 속 개그 코드로 웃음을 전한다.

'감사합니다'와 '애정남'은 생활 속 개그 코드로 웃음을 전한다. ⓒ KBS


먼저 일상생활을 '꼬집는' 개그가 있다. '감사합니다'는 생활 속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 마음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외쳐야 할 순간을 꼬집는다. 된장찌개에서 고기 덩어리를 잡은 친구를 부러워하다 '자세히 보니 된장 덩어리'라 "감사합니다"를 외친다. 현실에서는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시원하게 하며 상황 자체를 꼬집고 있다.

'생활의 발견'은 이별하는 연인들이 드라마처럼 멋지게 헤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며, 이별의 상황에 얼마든지 현실이 개입할 수 있음을 꼬집는다. 식당에 앉아 이별의 말을 전하다가도 종업원이 오면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한다.

황현희가 진행하는 '불편한 진실'은 무슨 말을 해도 시집가라는 엄마의 말에 "구간반복 중일까요, 아니면 랙이 걸린 걸까요"하며 불편한 진실을 꼬집는다.

'애정남'은 꼬집기의 결정체다. '통화하다 끊겼을 때는 과연 누가 다시 걸어야 할까?''왜 다시 걸어도 받지 않는 걸까?''애인의 집착의 기준은 어딜까?'와 같은 생활 속 애매한 상황을 시원하게 정해준다. 이에 반한 시청자들은 '애정남'에 열광하고 있다. '애정남'은 <개콘> 방송 이후 실시간 검색어 10위 안에 꾸준히 오르며 '애정남 이번 주 요약편' 등을 통해 확대되고 있다. 애매하거나 아니꼬와서 하지 못했던 말을 해주니 얼마나 속 시원한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장면. 아무리 급한 상황이어도 '식순'을 무시할 수 없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장면. 아무리 급한 상황이어도 '식순'을 무시할 수 없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 KBS


정치 풍자에 사용되는 코드는 꼬집기를 넘어 비틀기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관료제도의 병폐를 꼬집고 비튼다. 중간 관료가 어떤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기까지의 과정을 청산유수와 같은 말로 풀어내며 관료제의 문제점을 비틀어 보여준다.

이제 겨우 4회 방송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사마귀 유치원'은 비틀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전래 동화를 들려준다며 춘향에게도 심청이에게도 "이뻐"를 연발하는 쌍칼 선생은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현실을 까발린다. 대놓고 "이뻐"하는 직설과 능글맞은 표정에 외모 지상주의도 희극으로 변한다. 일수꾼 선생은 더욱 강력하다. 대기업에 가려면 이름만 들어도 아는 3개 대학 중 하나를 골라 들어가면 되고, 학비가 없으면 1년간 편의점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숨만 쉬고 일하면 일 년 학비를 겨우 벌 수 있다고 친절한 표정으로 말한다. 대기업에 목매도 승진이며, 명예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미래까지 신랄하게 꼬집고 비틀어 풍자한다.

풍자의 묘미가 바로 이런 걸까? 숨겼던 마음을 들킨 것 같으면서도 듣고나니 속이 시원해진다. 1990년대 이후 단순 성대모사를 벗어나지 못했던 정치 풍자 개그가 등장하면서 "몇 년 만에 본방 사수 했어요" "<개콘> 중흥기인듯"과 같은 누리집 댓글에서 <개콘> 열풍을 확인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뉴스보다 시원하다" "수준도 높은데 빵빵 터지기까지 한다"며 칭찬일색이다.

중흥기라고 일컬어지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개그콘서트>는 지난 16일 20.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주간 예능 전체에서도 1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개콘>, 하지만 2%가 부족하다. '슈퍼스타K' 시즌3가 시작됐는데도 계속 이어지는 '슈퍼스타 KBS'를 버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1년이나 반복되는 성대모사와 비슷한 패턴의 노래자랑은 신선하지 못하다. '헬스걸'도 개그우먼들이 살을 빼는 쾌감 외에 웃어야 할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패션 No.5' 또한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세대를 꼬집고 싶어 보이지만 해괴한 의상을 보여주고 이상한 몸짓을 반복하는 것 외에 특별히 속 시원한 부분이 없다. 게다가 인터넷 웹툰 <패션왕>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수강산도 한 번 변했을 10년이란 시간 동안 <개그콘서트>는 수많은 자기복제와 폐기, 변화를 거듭하며 굴곡을 지나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에도 <개콘>의 패기로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 애정남 비상대책위원회 최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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